1. 러스트 컬러 가죽 재킷

엄마의 옷장 속 보물 아이템_2020-2021 F/W_아우터

  옷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욕심내서 장만할 만한 간절기 아우터가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면 너도 나도 Ctrl+C, Ctrl+V하듯 트렌치 코트를 꺼내입을 때 나 홀로 멋쟁이가 될 수 있는 회심의 아이템, 바로 가죽 재킷이다. 

  타고난 옷 욕심에 비하면 나는 비교적 늦게 장만한 경우이기는 하다. 갓 대학생이 되었을 때 보세 매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가죽 라이더 재킷이 하나 있긴 했는데 기장도 핏도 애매해서 갖고 있는 옷 중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정을 붙이고 지내보려 여러 번의 시도를 한 끝에 결국 의류수거함에 넣은 이후로는 한 동안 가죽 재킷에 눈길이 가지 않다가, 박시한 핏의 아우터가 대유행이 되면서 작년 가을에 인조가죽으로 만든 아이보리색 라이더 재킷을 하나 장만했다. 

  요즘에는 원단 가공 기술도 좋아진데다 친환경(eco-friendly) 트렌드를 의식한 듯 인조가죽(fake leather)으로도 질 좋은 옷이 많이 나오는 추세다. 올해에는 기본 컬러인 블랙 & 화이트 이외에도 녹색, 겨자색, 보라색 등 독특한 컬러의 아이템이 많이 나와서 그저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다. 덕분에 사지도 않을 옷을 둘러보며 눈물의 웹서핑을 하긴 했지만.

  그러다 발견한 엄마의 가죽 재킷. 소매 끝단이 살짝 닳은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깨끗했고 매끄러운 특유의 광택이 고급스러워 오랜 시간 관리가 잘 된 옷임을 알 수 있었다. 섬세한 주름과 드레이프까지 표현할 정도로 가죽을 얇게 가공하는 게 요즘 스타일이라면, 아무래도 걸쳤을 때는 조금 묵직한 대신 탄탄하고 견고한 조직감이 느껴지는 옷이었다. 사이즈가 조금 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눈으로 보기에 얼추 맞을 듯하여 걸쳐봤다.

 ‘오호라…!!’

  신기하게 딱 맞았다. 

  “어머, 어떻게 이게 딱 맞네? 이거 내가 진짜 아껴서 몇 번 안 입었던 건데….”

  블라우스와 슬랙스까지 한 벌로 맞춰 입고 안 여사에게 쨘 보여주었더니, 잘 어울린다며 흔쾌히 입으라고 아예 물려 주셨다. 15년 째 고이 간직해 온 엄마의 ‘찐 애장품’을 물려받은 뿌듯한 기분이란!

*Styling ponit - 길이가 엉덩이 위를 살짝 덮는 기장이라 재킷 위로 벨트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허리를 잘록하게 강조해서 입으면 좀 더 여성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다. 옷 하나로 두 가지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꿀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