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빨강 테디베어 코트
엄마의 옷장 속 보물 아이템_2020-2021 F/W_아우터
테디베어 코트[1]가 몇 해째 유행이다. 어릴 적 손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폭신한 털 뭉치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은 부 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귀여운 테디베어 코트의 매력에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엄마가 아무리 원색에 두려움이 없다지만... 이 조합, 좀 과하지 않은가 싶었다. 잘 입어야 본전(?) 이라기엔, '대체 이 옷의 본전이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의문이 들고. 못 입으면 그냥 산타 옷 뺏어 입은 양치기 소년이 될 것 같다. 유행은 유행이라지만...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호기심에 한 번 걸쳐 보았다.
검정 터틀넥에 검정 스트레이트 진 차림이었다. 거울을 보니 무채색에 원색을 더한 거라 ‘난해함’ 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설득이 필요해 보였다.
썩 괜찮아지기 위해서 엣지가 필요한데... 고민하다가 바지 끝단을 모아 밝은 겨자색 니트 양말 안으로 집어넣고 발목까지 오는 앵클부츠를 신었다. 바지의 실루엣이 자연스럽게 구겨져서 흐르다가 발목에서 딱 마침표가 생겼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뭔가 어려운 문제를 푼 듯 해 나름대로 성취감마저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럼 이번엔 코트 위로 두꺼운 벨트를 둘러서 허리선을 강조해보면 어떨까? 오, 이것도 꽤 괜찮은데?
그래, 옷 입는 재미란 이런 것. 빌려 입으면 더욱 재밌는 것!
[1] 테디베어 코트(teddy bear coat): 일명 '뽀글이'로 불리는 시어링 코트. 시어링은 털을 깎아 모질이 드러나게끔 가공하는 것을 뜻하며, 테디베어 코트는 곰인형을 떠올리게 하는 복슬복슬하고 부드러운 소재감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참고자료: <여성조선> "올겨울 아우터 대세는? 양모, 테디베어...'시어링'" 2020-12-16 발행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