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잘츠부르크, 논베르크 수도원

Since: 초등학교의 음악교실에서

by 하이유월

사운드 오브 뮤직 수도원

since: 2013, 초등학교의 음악교실에서

to: 2023, 잘츠부르크의 논베르크 수도원에서


논베르크 수도원으로


잘츠부르크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한 곳, 사운드 오브 뮤직의 수도원이다.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참 이상하지! 가고 싶은데 찾아보지도 않았다니.


그런데 내가 이곳을 보고 싶었던 이유는 이 장소 자체보다, 이 장소가 가진 인상이 나에게 강렬하게 남아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인도 아닌 나는, 여행할 때마다 이상하게 항상 수도원을 좋아했다. 전생에 수녀였던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수도원 같은 분위기를 좋아할까 했는데, 1년의 유럽 생활 끝자락에서 마주친 논베르크 수녀원은 나에게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내가 느끼던 그 모든 감정이 이 곳에서, 그리고 10년 전 문정동의 작은 한 교실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사운드 오브 뮤직과 초등학교


학교에서 틀어주는 영화 시간이 참 좋았다. 영화관의 어두운 분위기도, 그렇다고 집에서의 아늑한 분위기도 아닌, 그 가운데의 어딘가에 위치한 그 분위기가, 지금 나에게 몽글몽글한 기억을 준다. 한 마디라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한 10살 초반의 어린이들이,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영화에 눈길을 주던 그 고요한 분위기. 가끔은 옆에 앉은 친구가 속닥이는 소리가 공간을 고요하게 채우고는 했던 그런 분위기가 참 오묘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음악 시간에 선생님은 우리에게 이 영화를 틀어주었다.

여느 학교가 그렇듯, 학교의 음악실은 일반 교실과 다른 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운동장의 오른쪽 1층 복도에 위치한, 강당과 급실식을 가까이 끼고 있어, 4교시가 되면 음식 냄새가 솔솔 풍기고는 했던 그 공간.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 이 영화에서 엄청난 감동이나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낭만적인 그 분위기가 나를 행복으로 가득 채웠다. 가끔은 이유가 필요없이 벅차게 행복한 영화들이 좋을 때가 있다. 어린 나에게, 유럽의 시골풍경 너머로 보이는 수녀원의 모습은 정말 평화로워 보였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사각형 모양의 작은 회랑을 뛰어다니는 마리아 수녀님은 정말 인상깊었달까?



잘츠부르크의 첫인상


하지만 잘츠부르크에 대한 첫인상은 그야말로 비호감 그 자체였다. 이곳을 찾은 첫날, 둘째날 나와 친구는 연속으로 인종차별을 당했고, 그다지 인상깊은 풍경조차 보지 못한 우리에게 잘츠부르크는 ‘인종차별’의 도시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는 2번 연속 청소년,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고, 아이들이 행하는 차별은 어른들의 것과는 달리 기분이 더 오묘하며 이상했다.

그 뒤로 소심해진 우리는 청소년만 봐도 움찔하며 기가 죽고는 했었다. 할슈타트에서 숙소로 오는 저녁,우리가 탄 버스에는 잘츠부르크 청소년들이 가득했고, 그들이 웃는 소리만 들어도 마치 우리를 향한 비웃음처럼 들리고는 했다.

우리가 잘못한것은 하나도 없고, 그들이 이상한 것인데, 기가 죽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그럼에도 소심해지는 것이 바로 인종차별이었다. 그렇게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완전히 지쳐있었고, 빨리 다음 목적지로 떠나버리는 생각을 할 만큼 잘츠부르크가 싫었다.


하지만 셋째날 마주한 잘츠부르크는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릴 만큼 이 도시가 아름다웠다. 잘츠부르크 광장과 대성당을 찾은 날에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다시 논베르크 수도원으로


나의 유럽생활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장소를 택하라면 이곳을 말할 것 같다. 이상하게도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배경인 이탈리아의 북부 시골마을, 크레마가 떠올랐다. 쨍쨍한 햇볕, 그리고 하얀 돌벽의 거대하고 성스러운 건물들, 북적거리지만 번잡스럽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자전거와 마차가, 이 풍경을 너무 아름답게 만들었다.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의 모습이 정말 너무 깨끗하고 성스러운 느낌.




친구와 나는 오랫동안 이 광장을 구경하고는 베트남 쌀국수를 저녁으로 먹었다. 예상보다 훨씬 따뜻한 날씨, 옷을 좀 두껍게 입은 탓에 우리는 벌게진 볼로 뜨거운 쌀국수를 후루룩 삼켰다. 밥을 먹고 난 후 우리는 다시 광장쪽을 가는 대신 왼쪽 길을 택했다. 왼쪽 길에는 작은 오솔길이자 계단이 나 있었다. 운동을 싫어하는 미대생인 우리에게는 조금 가파른 길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위에 무언가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계단길을 택했다. 올라가는 길에 구글맵을 보던 나는 익숙한 이름이 적혀진 장소를 발견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 이곳이 바로 그 수녀원이었던 것이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닌 정말 수녀원이었다. 너무 조용해 들어가기가 조심스러워 밖에서 살짝 바라만 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 의문을 이곳에서 해결하다니! 핸드폰 속에는 그곳에서 난리를 치는 나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있다. 아직도 그걸 보면 참 웃기고 행복하다.


그리고는 숙소에 와 낮잠을 잤다. 첫날에는 그렇게 싫던 잘츠부르크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2번째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 장면을 제외한 모든 사진은 작가인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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