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파리, 카페 드 플로르

since: 2010, 집에서

by 하이유월

Since: 2010, 집에서

To: 2022, 파리의 카페 드 플로르에게


스노우캣과 나


‘스노우캣 인 파리’라는 여행책에서 이 곳을 처음 본 나는 곧 사랑에 빠졌다. 모든 것은 쇼콜라쇼 때문이었다. 책 속 쇼콜라쇼라는 진하고 맛있다는 그 음료가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사실 그저 핫초콜릿일 뿐이었지만, 9살의 나에게 그 음료는 무언가 다른 것처럼 보였다.


카페 드 플로르는 1920년대 파리의 유명인사들이 사랑했던 카페로 유명한 곳이다. 빅토르 위고, 헤밍웨이, 피카소 같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던 곳.


그런데 알고보니 이곳은 굉장한 유명세를 지닌 관광지였다. 카페의 앞쪽에는 멋진 차림새로 앉아있는 관광객들이 가득했고, 줄까지 서야하는 상황에…원래의 나였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카페 드 플로르였다. 내가 그토록 고대하던 곳, 그래서 나는 그 줄까지 마다하지 않고 들어갈 시간만을 기다렸다.




좋아하는 마음
카페 플로르의 내부와 외부

나는 사실 이 카페를 오기 전부터 이미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왔는지도 모른다. 실제 카페에 놓여있던 그 어떤 것과도 상관없이 그저 모든 것이 좋았다. 이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작은 요소들은 사실 큰 상관이 없었다. 내 추억이 만들어내는 필터는 이 장소를 모두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초록색의 외관과 붉은색의 실내 인테리어의 대조, 쇼콜라쇼, 직원들의 유니폼, 그리고 모든 메뉴판과 컵, 심지어 식탁보까지.

모든 메뉴판과 컵에는 우아하고 고전적인 세리프체로 글씨가 적혀있었고, 식탁보로 나오는 종이 매트에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인 장 자크 상페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 어쩌면 이 곳은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구나.



비매품을 기념품으로


쇼콜라쇼를 다 마시고 계산하러 나가던 나는 무언가 추억을 남긴 만한 것을 사고 싶었다. 나는 직원에게 기념품 메뉴판을 보여달라고 했고(기념품도 메뉴판이 있다니!), 30분의 고민끝에 나는 귀여운 계란컵 2개를 샀다. 하지만 나는 계란컵보다도 더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 물건은 비매품이자, 어쩌면 구매하기는 이상한 그런 물건이었다.


그래, 나는 상페의 그림이 그려진 종이 매트가 갖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어보겠는가. 카운터의 직원은 50대 정도의 백발을 하고 있는 인상 좋은 여성이었고, 그녀는 웃으며 나의 물건을 포장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카운터 옆에 있는 메뉴판과, 초콜릿을(...하하하)보며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그녀에게 아주 간절해 보였는지 그녀는 물건을 다 포장하고는 갑자기 더 큰 쇼핑백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종이 매트와, 메뉴판, 초콜릿을 그 안에 가득 넣어주기 시작했다.


너무나 감동받은 나는 그녀에게 내가 이 카페의 굉장한 팬이라는 것을 열심히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매품을 잔뜩 얻고 난 후 무게가 두둑한 쇼핑백을 들고는 카페를 나왔다.


줄을 서서 들어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붙잡고, ‘내가 뭘 받았는지 보라고!’라고 이야기하고 싶을만큼 행복했다. 나온 뒤에 카페 한켠에 서서 얼마나 오랫동안 그 물건들을 바라보았는지 모른다. 특히 내가 얻은 상페의 종이 매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비매품이자 한정판이라고 나는 스스로 여긴다.


지금도 나의 방 한켠에 포스터처럼, 카페 드 플로르의 종이 매트가 붙어있다. 그리고 그 포스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나를 파리 생 제르망 데 프레 한켠으로 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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