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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유월 Aug 31. 2021

<살인의 추억>,우리가 주인공과 시선을 맞출때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살인의 ‘추억이라는 키워드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추억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그것을 멀리서가 아니라 가까이서 지켜보았을    있는 단어아닌가. 친구가 여행갔다온 이야기를 해줄때, 친구가 그것을 추억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말하지 않듯이 말이다. ‘추억이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경험에 대한 원근의 거리감을 생각할  있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과 끝에서  거리감을 조정하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 생각한다.


영화의 초반 분위기는 지극히 가볍다. 그리고 지나치게 가벼운 분위기는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너무나도 심각하고 끔찍한 사건을 장난거리처럼 다루는 형사들의 모습은 불쾌하다. 애꿏은 사람을 범인으로 몰기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협박하며 거짓진술을 받아내는 형사들의 태도는 당시의 수사환경이 어땠는지를 보여준다. 현장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진지하지 않은 태도로 사건을 받아치는 형사들의 모습.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가 무거워진다. 그 사건들이 주인공(송강호)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서의 가벼운 분위기는 그 사건을 오직 타자의 시선으로만 보는 송강호의 태도에서 온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면서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 인물에게 다가오는 사건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그것은 주인공의 태도를 바꾸어놓는다. 그 비극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영화 분위기의 변곡점은, 처음에 범인으로 몰았던 장애인 캐릭터가 죽음을 맞이하면서이다. 그전까지 다른 피해자가 죽을때, 송강호의 태도는 그 피해자의 죽음에 시선을 맞추기보다는, 가해자의 정체에만 시선을 맞췄다. 피해자의 비극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장애인 캐릭터가 죽으면서, 죽음을 바라보는 송강호의 시선은 바뀐다. 죽음이라는 것이 자기 주변으로 다가올 때의 비극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죽음을 맞이하는 여학생 캐릭터는 이런 감정의 최고점을 보여준다.


후반부로 가며,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사건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형사들의 태도는 관람객의 시선과 밸런스를 맞춰간다. 맨 처음에는 관람객의 시선이 더 무거웠다면,끝나는 시점에는 송강호의 시선이 더 무거워진다. 그는 그 사건을 더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그리고 송강호가 화면 너머를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과 관람객의 시선은 완벽하게 균형을 맞춘다. 20여년의 시간이 지나고 마주치는 사건은 진상은 과거의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그 시간 속에 쌓인 무거움이 존재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던(영화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사건을 다룬 영화이니만큼, 스크린 속에 머무는 이야기로 영화를 끝내지 않는다. 영화의 세계를 넘어 실제 세계에 시선을 넘기며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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