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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Apr 02. 2019

끝, 그리고 출발 (9)

공원(park)과 정원(garden)

[하이드파크의 아침]
[대영박물관 옆 Gordon Square garden에서 만난 여우. 도심 한 가운데서 여우를 만날 줄이야!]

런던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분명 공원과 정원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혼잡한 대도시 목록의 앞 자리에 놓일 런던의 도심 한 가운데서 그토록 많은 공원과 정원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을 떠올린다면, 내가 느낀 경이감은 전혀 과장은 아닐 것이다. (쓰다보니 부끄럽게도 '분명', '정말로', '전혀' 등 무언가 강조하고 싶을 때 쓰는 일차원적인 단어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그만큼 내가 느낀 놀라움이 컸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의 공원과 정원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압도적이다.


서울시민으로서 런던 시민들에 대한 부러움은 의문으로 이어졌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의문일 것이다. 도대체 서울에는 왜 런던만큼의 공원과 정원이 없단 말인가? (2005년 기사이기는 하지만,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이 서울의 경우 4.64㎡, 런던의 경우 24.15㎡이라고 하니 서울에 런던만큼의 공원과 정원이 없다는 내 생각이 그저 느낌인 것만은 아닌가 보다.) 단순한 답이지만, 결국 면적과 인구의 문제이다. 서울특별시의 면적은 605.21㎢, 인구는 977만 638명(2019. 2. 기준이라고 하는데, 서울인구가 언제 이렇게 줄었나?), 런던의 면적은 1579㎢, 인구는 약 800만명이라고 한다. 면적은 훨씬 작은데, 인구는 더 많으니, 사람살기도 힘든데 무슨과 공원과 정원이겠는가. 


위에서 인용한 2005년 기사의 말미에서 서울시 공원과장님께서 "열린 녹지 공간이자 도심의 허파로서 기능할 수 있는 대형 녹지공원이 반드시 조성돼야 한다"라고 힘주어 강조하셨지만, 14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전혀 다르지 않은 걸 보면, 도심에 허파를 들이는 일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은 아닌가보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끔찍한 미세먼지로 숨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런던과 같은 공원과 정원이 정말 절실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다소 뜬금없지만, 런던에서 부러움 끝에 내가 생각한 해결책은, 통일이었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 면적의 합이 얼추 영국과 비슷해지고, 인구는 영국보다 살짝 많은 정도가 된다. 그렇다면 통일 후에는 우리도 어느 정도 멋진 공원을 여기저기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크리스마스에 간 리젠트 파크]

사실 통일이 돼서 남아도는 것처럼 보이는 땅이 꽤 많아진다고 해서 런던처럼 많은 공원과 정원이 생기리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일이다. 땅이 곧바로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이익을 좇는 무리들이 도심지의 노른자 땅에 공원과 정원이 들어서는 것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미세먼지가 슬프게도 통일 후에도 계속 된다면, 공원과 정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이드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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