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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변호사 Apr 19. 2019

양조이 클럽

오래도록 계속되길

2019년 4월 13일 토요일의 기록.


양조이 클럽은, 홍콩배우 양조위의 팬클럽은 아니고, 홍콩의 어느 어두운 뒷골목에 있는 담배연기 자욱한 (그러니까 영화 <화양연화>에 나올 법한) 술집도 아니고, 버닝썬 같은 클럽은 더더욱 아니고, 알고 지낸 지가 30년 정도 되는 양씨, 조씨, 이씨 성을 가진 네 사람의 부정기적인 모임이다.


'양'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또다른 '양'인 나의 친형이며(그러니 이 글에서 '양'은 나의 형을 지칭하고, 나는 그냥 '나'로 지칭한다), '조'는 '양'의 초등학교 친구이고, '이'는 '양'의 누나(그러니까 나의 누나이기도 하다)의 초등학교 은사님의 아들인데, '양'이 고등학교 때 알게 되어 친구가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조'가 '양'과 함께 집에 놀러 와서 알게 되었고,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을 와서 누나가 잠시 의탁을 하고 있던 누나의 초등학교 은사님 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이'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나는 '조'를 '양'을 통해 알게 된 것이고, '이'는 누나를 통해 알게 된 셈이다.


'양'은 군인이고, '조'는 회계사고, '이'는 사업가다. '양'은 강직하고(그러니 잘 나가는 참된 군인이 되었고), '조'는 성실하며(그러니 뛰어난 회계사가 되었으며), '이'는 수완이 좋다(그러니 꽤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사업가가 되었다). '이'가 해외 출장이 잦고, '양'과 '조'의 직업적 특성 상 낮밤, 주말도 없이 일하느라, 우리 넷은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양조이 클럽은 나의 시험 합격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 아니 어쩌면 넷 모두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내가 이 모임의 이름을 '양조이 클럽'으로 명명했다. 이름짓기를 통해서 넷을 하나로 묶어주는 정체성과 동일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했달까. 그 이후로 우리 넷은 자주는 아니지만, 최소 1년에 한 번은 부정기적으로라도 만나고 있다. '양'과 '조'와 '이'는 동갑이고 친구라서 그 만남이 자연스러운데, 이 모임에 동생인 내가 끼어 있는 것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양조이 클럽의 시작을 생각하면, 내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이를 먹는 것일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보다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과의 만남이 소중하다. 만나면 새로운 얘기는 없고, 알고 있는 얘기들의 뻔한 반복이기는 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마도 살아 있는 한 지속될 만남일 것이고, 그러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담배를 피울 수 있을지, 언제까지 술을 마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술 마시고 담배 피우려고 만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참, 그리고 모임 이름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내가 지었지만, 참 잘 지었다 싶다. 양조위와 우리 넷은 한참 거리가 먼 외모이기는 하지만(하긴 양조위와 거리가 멀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양조위를 좋아하니, 은근슬쩍 양조위를 참칭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겠는가. 나이 들수록 완숙미를 보여주는 양조위처럼 우리 넷의 모임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니 배경 커버이미지로 양조위의 사진을 쓴 것을 용서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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