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는 건 처음이다. 키보드를 이용해서 컴퓨터로 글을 쓰는 속도보다 훨씬 느리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반면 컴퓨터로 글을 쓰는 속도는 생각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조급증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다. 생각이 아무리 많아도 물리적으로 담아낼 수 없다면 무용하다. 결국 형식에 맞춰 내용을 가다듬게 된다. 지금도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는 분들이, 느리지만, 좋은 글을 써내는 것은 형식에 내용을 맞춰서 사고의 경제를 꾀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가다듬고 가다듬어 해야 할 말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지금 조급하다. 지하철에서 내리기 전까지 이 글을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키보드로, 장황하게 횡설수설하면서 글을 쓰는 몹쓸 습관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지하철이 느리다. 조급해 할 것은 없다. 쓰고 싶은 말을 쓰면 되는 것이다. 쓰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과 집중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나는 쓰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찾지 못한 채, 쓰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채,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다. 지하철에서 내려야 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손가락이 아프고, 눈이 피곤해서다. 내일은 다시 키보드로 글을 쓰면서, 흰 모니터 위에서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쫓기듯 무언가 쓰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