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갈래로 난 문
솔광장에서 산 미구엘 시장을 왼쪽에 두고 길을 잡아 가면 마요르 광장을 만날 수 있다. 광장의 사면을 건물이 둘러싸고 있고, 수없이 많은 창과 발코니(237개의 발코니라고 한다)가 광장쪽으로 나 있다. 그래서 광장이라는 느낌보다는 건물의 앞마당 같은 느낌이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이 광장의 조성을 완성한 펠리페 3세의 청동 기마상이 서 있다. 마요르 광장 모형은 작지만 알차게 광장을 둘러싼 건물의 창과 발코니, 펠리페 3세의 청동 기마상, 광장의 돌바닥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요르 광장에는 문이 9개가 있다. 마드리드 곳곳으로 이어지는 문일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늘 들어갔던 문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문으로 나왔다. 다른 문으로 나간 적도 있었는데, 길을 잠시 잃었던 기억이 난다. 문이 여러개라 방향감각을 쉽게 상실하는 것이다. 길을 헤맨 경험이 비단 이곳 마요르 광장에서만 있었던 건 물론 아니다. 구글 지도가 잘 되어 있고, 유럽여행 경험이 늘어나면서 길을 잃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었지만, 길을 잃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유럽여행에서 길을 잃는 것은 또 그것대로 좋았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의도하지 않았던 곳으로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음 번에 마드리드를 또 가게 된다면, 9개의 문을 전부 지나가 보고 싶다.
이 광장은 원래 시장이었는데 펠리페 3세가 이곳을 왕의 대관식, 왕실의 결혼식, 전쟁에 참여하는 기사들의 집합장소, 종교재판, 투우 경기 등 국가의 주요 행사를 여는 광장으로 조성했다. 광장 한 가운데 말을 타고 있는 동상의 주인공이 바로 펠리페 3세다. 직사각형을 이루며 광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4층 건물들은 19세기에 다시 지어진 것이다. 뾰족탑과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건물은 옛날에 빵을 굽던 '카사 데 라 파나데리아(casa de la panaderia)'이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 1층에는 카페와 기념품점이 있다. 광장으로 통하는 문은 모두 9개여서 어느 방향에서든 광장 진입이 쉽다.
-이강혁, <처음 만나는 스페인 이야기 37>, 지식프레임, 2018, 40쪽-41쪽.
-all photos by SAV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