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대성당 앞 크리스마스마켓에서
12월에 유럽을 가게 된다면, (아마도) 어느 도시에서나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바리 고딕(고딕지구)의 중심부에 있는 바르셀로나 대성당 앞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보통, 그 날의 의미와 맞게, 예수님과 관련한 상품이 주종을 이룬다. 아기 예수, 성모마리아, 말 구유, 동방박사 등등 이른바 'Nativity scene(예수탄생장면)'에 반드시 등장하는 요소들 말이다.
그런데 스페인 까딸루냐 지방의 중심도시인 바르셀로나의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그들의 유별난 민족성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다른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까가네르 인형이었다. 'Caganer'는 까딸루냐어로 '똥싸는 사람'이라는 뜻이다(조금 격식을 갖춘 표현으로 'Defecator(용변 보는 사람)'라고 한다는데, 글쎄 그게 그거다). 까딸루냐의 'Nativity scene(예수탄생장면)'에는 까가네르가 등장을 하는 것이다.
까가네르의 기원과 의미에 대해서는 해석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똥이 거름이 되어 토양을 비옥하게 하므로, 풍요와 번영과 다산을 상징한다고도 한다. 또 갓 태어난 아기를 뜻한다고도 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먹고, 자고, 똥 싸는 것 이외에는 하는 것(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예수탄생'이라는 서구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순간에도 누군가는 깨어서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남들 보지 않는 곳에서 시원하게 똥을 싸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똥은,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싸는 것이니까 말이다.
바르셀로나에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은 참 '아름답다'라는 느낌이 드는 건축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편안했습니다. 성당 앞 광장이 사람들을 넉넉하게 품고 있는 것 같아서 편안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항상 여행의 막바지에 이르면, 왜 이 곳을 이제서야 왔지, 왜 이 곳을 놓치고 있었지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 있는데, 저에게는 바르셀로나 대성당이 그런 곳 중 하나였습니다. 다음에 바르셀로나를 가게 되면, 햇볕 좋은 날을 골라, 반나절 정도는 성당 앞 광장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담배만 피워봐야 겠습니다.
-all photos by SAVINA
-까가네르에 대해서는 www.barcelonas.com/caganer.html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