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파상
"운명의 잘못이랄지, 간혹 하급 관리의 가정에 예쁘고 귀여운 여자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있는데, 그녀가 그러했다."로 시작하는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의 첫 문장은 비극의 전조를 드러낸다. 가난한 가정(하급 관리의 가정)에서 예쁘고 귀여운 여자가 태어나는 것은 잘못된 운명이라는 것이다. 잘못된 운명을 타고난 사람의 인생이 순탄할 리가 없을 것이다. 마틸드 루와젤의 인생은, 가난한 가정에서 예쁘고 귀여운 얼굴로 태어났을 때 이미, 예기치는 못했지만 정해져 있는 풍파로 뒤집히고 부서질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가난한 가정에서 여자가 예쁘고 귀엽게 태어나는 것이 잘못된 운명인가? 여기에는 작가의 세 가지 편견(그것도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편견)이 깔려 있다. ⓐ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인생은 비극적이다-ⓑ 예쁜 여자는 허영과 사치에 관심이 많고, 과시욕구가 강하다-ⓒ 계급 사회에서 자신의 물적 토대를 벗어나는 것은 (아주 운이 좋지 않은 한) 불가능하다,라는 편견이 그것인데, 결국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예쁜 여자는 과시욕은 강하지만, 돈이 없어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해 불행한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의 편견 혹은 전제가 옳든 그르든, 마틸드의 간절한 소원은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것,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 사람들의 화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마틸드는 결국 한 가난한 하급 관리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문교부 하급 관리인 남편이 교육부 장관이 주최하는 파티 초대장을 어렵게 구해 오게 된다. 높으신 분들의 귀부인들이 많이 모일 파티에서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마틸드는 부유한 친구에게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서 파티에 참석한다. 파티에서 한껏 화려한 외모를 뽐내고 돌아 온 마틸드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잃어버린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가장 비슷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4만 프랑(에누리해서 3만 6천 프랑)이라는 엄청난 가격이었고, 하급 관리에 지나지 않는 루와젤과 그의 부인인 마틸드는 여기저기서 닥치는 대로 돈을 빌려 "미래의 불안에 떨며, 금후 자기에게 닥쳐올 절망적인 생활과 모든 물질적 부자유, 정신적 고뇌에 질린 채" 3만 6천 프랑을 지불하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원래 빌린 목걸이라고 하면서 새로 산 3만 6천 프랑 짜리 목걸이를 가져다 준다.
이 때부터 마틸드는 "가난의 무시무시한 고통"을 겪게 된다. 허영과 사치, 과시욕은 사라지고, 빚을 갚기 위해 닥치는대로 궂은 일, 험한 일을 한다. 예쁘고 귀여운 여자는 사라지고, "강하고 우락부락하고 지독한 여자로, 가난에 젖은 단단한 여편네"가 되어 나이에 맞지 않게 할머니처럼 보일 정도였다. 십년이라는 고통스런 세월이 지나서야 마틸드는 모든 빚을 청산한다. 어느 일요일, 잠깐의 휴식을 위해 샹젤리제 거리를 산책하고 있던 마틸드는 우연히 목걸이를 빌렸던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서 사실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 5백 프랑밖에 안 되는 가짜 목걸이였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누가 알겠는가! 인생이란 얼마나 기묘하며 변하기 쉬운 것인가! 사람 하나를 파멸하고 구원하는 데 그렇게 작은 것 하나로 충분하다니!
-대본 :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6. 비틀기와 뒤집기>
-커버 이미지 및 <목걸이> 이미지 출처 : owlca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