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호손
젊은 향사 브라운은 그날 밤 섬뜩한 악몽을 꾸었던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경건하고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모습을 본 것일까? 어느 쪽이든 간에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악마적 본성을 목도한 브라운의 남은 인생은 철저하게 무너져 내린다. 경건과 신앙의 외피를 두른 위선과 가식을 적나라하게 마주한 자에게 삶은 이제 공허함 그 자체가 된다. "이 땅 위에 선이란 것은 없다. 죄악이 곧 선이 아닌가. 자, 악마여, 이 세상은 바로 그대의 것이다."라는 브라운의 절규는, 바로 그 순간, 삶의 의미를 상실했음을 뜻한다.
악마는 말한다.
어떻게 하얀 수염을 기른 교회의 장로들이 자기 집안의 젊은 처녀들에게 음탕한 말을 속삭였던지를,
어떻게 수많은 여인네들이 과부의 상복을 입고 싶은 욕망에 잠자리의 남편에게 독약을 마시게 하여 그녀의 품 안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게 하였는지를,
어떻게 수염도 안 난 애송이가 부친의 재산을 서둘러 상속받으려 했던가를,
어떻게 아리따운 처녀들이 정원에 작은 무덤을 파고 나만을 유일하게 초대하여 갓난아이의 장례식을 치렀던지를 알게 해주겠노라.-<젊은 향사 브라운>중에서
나다니엘 호손(Hawthorne)의 외조부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된 세일럼의 마녀재판 때 무자비한 선고로 악명 높았던 윌리엄 호손(Hathorne)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다니엘은 자신의 성에 'w'를 추가하여 성을 바꿨다고 한다. <젊은 향사 브라운>은 선(善)을 독점하여 무고한 생명을 무자비하게 희생시킨 자신의 외조부와 같은 자들의 위선과 가식, 근원적 악마성에 대한 폭로문인 동시에 마녀재판의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속죄문으로 읽힌다. 다른 한편 인간은 본래 악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여 인간의 폭력성과 비윤리성에 대한 알리바이를 제공하려는 변명으로 읽히기도 한다(인간이 원래 본성적으로 악한 존재라면 악한 짓을 했다고 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다).
-대본 : 이문열세계명작산책 4 <환상과 기상>에 수록
-커버이미지출처 : www.thoughtco.com/nathaniel-hawthorne-1773681
-고야 그림<Witch's sabbath or the Great He-Goat> 출처 : www.museodelprado.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