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변호사 Apr 02. 2019

끝, 그리고 출발 (7)

세인트폴 대성당, 속된 세계에서 성스러움을 만나다

모든 인간은 종교적이다. 왜 그러한가? 나는 모든 인간은 매 순간 현재의 자기보다 나아지려는 욕구와 의지(현재의 자기를 넘어서서 더 나은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는 마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이 자기초월의 의지를 '종교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 욕구를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생물학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이 '생존 욕구'가 정신적 차원에서는 '자기초월 의지(또는 욕구)'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자기초월 의지(또는 욕구)는 본능인 것이고, 이 자기초월 의지(또는 욕구)가 바로 '종교성'이므로, 그런 점에서 모든 인간은 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인트폴 대성당. 유럽 여행에서 처음 만난 성당]

 

[밀레니엄브리지에서 바라 본 세인트폴 대성당의 돔]

세인트폴 대성당은 유럽 여행에서 처음 만나는 성당이었다. 나에게는 종교가 없지만, 성당에 들어가는 순간,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뭔가 모를 감정의 덩어리가 울컥 치솟아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 선 속된 인간의 (아직 죽지 않고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미미한 종교성의 본능적인 반응이었을까. 번잡한 도심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세인트폴 대성당은 세상과 단절되지 않고 세상 속에서 성스러운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거짓이 침묵하고 진실이 눈을 뜨는 곳, 외부의 잡다한 소리에 귀를 닫고 내면의 목소리에 오롯이 귀 기울일 수 있는 곳.

매거진의 이전글 끝, 그리고 출발 (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