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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Aug 20. 2020

책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목차와 챕터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_11편: 목차 페이지 구성

목차를 꼭 책에 넣어야 할까? 챕터를 꼭 책에 넣어야 할까?

목차를 책에 싣는 것이 어떤 의의를 가지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려고 합니다. 독립출판이든 아니든 목차가 들어가지 않은 책이 있습니다. 특히 시집이나 에세이가 그렇죠. 넣어도 페이지가 써 있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고요. 그렇다면 도대체 목차를 책에 싣는 것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목차 왈: "이 책에선 이런 내용들이 나옵니다."

누군가 서점에서 책을 발견합니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집었어요. 그리고 표지를 넘깁니다. 아무것도 써 있지 않은 종이, 면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제목과 글쓴이가 써 있는 표제지가 나오고, 다시 또 넘기면 약간 디자인적으로 손을 본 것 같은 반표제지가 나옵니다(기성출판은 보통 그랬던 것 같아요). 책에 대한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서 더 넘겨 봅니다. 들어가는 말이 나오거나 목차가 나옵니다. 그걸 읽고선 아, 내가 관심이 있는 내용인지 아닌지 판가름을 하죠. 독자가 책을 발견하면 보편적으로 밟게 되는 여정입니다.


그래서 어디서 누가 알려준 건 아니지만, 저는 목차를 예고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목차를 안 넣기도 하는가 추측해보면, 표지나 제목만 봐도 전체적인 느낌을 전하는데는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첫 내용을 먼저 보여주는 게 차라리 더 빠를 수도 있고요. 목차가 없는 책은 없지만, 목차를 안 싣는 책이 있는 건 그래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결국 목차를 싣기로 했습니다.

60개가 넘는 원고를 실을 것을 알면서도 목차 페이지를 넣으려고 합니다. 전체적인 톤을 이해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신 페이지 수는 챕터에만 넣을 예정입니다. 에세이가 한 두장(2pg - 4pg) 정도로 편집될 것이기 때문이죠. 모든 페이지를 넣어주는 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챕터도 책을 처음 접한 사람에게 이 책의 느낌을 전해주는 요소가 됩니다.

책을 휘리릭 넘길 때 도비라라고 부르는 페이지들이 나옵니다. 1장, 2장 같이 장 제목이 써 있는(보통 오른쪽에 위치하거나 한 면을 다 덮고있는) 페이지들 말이죠. 이걸 속표지라고 부르기도 하고, 위에서 말했던 표제지라고 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부르는 이름이 너무 다양하니까 그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구성에 초점을 두고 챕터 페이지라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책을 휘릭 넘길 때, 대부분은 흰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인 패턴을 반복하다가 툭툭 다른 색의 종이에 큰 글씨로 장 제목이 써 있으면 눈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목차 이후 내지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죠.


저는 그걸 포기하고 싶진 않았고, 모든 에세이를 그냥 주루룩 나열하기 보다는 1년을 기록한 책이니 만큼 조금 더 계절감을 느끼며 볼 수 있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장 제목을 '창밖은 가을', '창밖은 겨울' 이런 식으로 지었죠. 읽는 사람이 그 계절에 있을 때는 비슷한 풍경을 지나가면서 공감을 하고, 그 계절을 지났을 때는 그리워하면서 볼 수 있도록요.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도비라

사실 이 전 책에서도 챕터는 계속 나눠 왔습니다. 94년산 박민주에서는 메뉴판 형태의 목차를 만들었기에 챕터 페이지도 통일감이 있는 디자인으로 넣었습니다. 각 챕터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앞의 서사에 이어지되, 분위기가 바뀌는 지점마다 넣었고요. 


지난민주일기는 일기장 같은 목차에, 다이어리 같은 챕터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사랑, 일, 그리고 취향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었고요. 각 챕터에는 서사가 있지만, 챕터 간의 유기성은 없는 형태였습니다.


이번 책을 만들때는 챕터간에 어느정도 유기성은 있었으면 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로 느껴지기 보다는 다음의 이야기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게요. 매일 매일의 연속된 기록이 아니라, 거리를 가다가 마주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더욱 그랬죠. 그냥 나열을 하게 되면 손에서 마구 흩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계절이라고 하는 연속선상의 것을 가져오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간 집필하기도 했고 내용에도 계절감을 드러내는 것들이 자주 등장하니 나쁠 것도 없었죠.


다만 저는 가을과 겨울에 많은 기록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봄에 많은 기록을 했고 여름에는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챕터 간에 양적인 균형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추운 날 밖에서 글을 쓰기란 정말 쉽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가을이 적은 건 가을이 집필을 시작하는 시기여서 그런 거고요. 안 썼던 글을 지금 써서 늘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글을 무작정 삭제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양적인 균형감은 일단 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꼭 다 똑같아야 한다는 법도 없고요. 똑같지 않아도 되는 챕터 구성을 보여주면 되긴 하죠. 그게 뭔지는 책이 나오면 아실 겁니다. 


목차와 챕터를 어떻게 구성했느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아직 가을이 오지 않아서 어떻게 마지막 가을 챕터를 마무리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10월이 되면, 그때는 완벽한 목차가 나오겠죠.


이 다음에는 원고 편집 중에도 원고 수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가와 편집자가 한 사람이면 어떤 고민에 휩싸이는지, 저의 답은 무엇이었는지 알려드릴게요.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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