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주 Aug 26. 2020

이동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의 디자인이란?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_13편: 디자인 레퍼런스

제 책은 이동하는 분들이 편하게 꺼내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썼으니까요. 그러니까 책 디자인을 할 때도 이동할 때 보기 좋은 모습을 상상했죠. 다행스러운 건, 제가 버스에서만 책을 많이 읽는 편이어서 레퍼런스가 될만한 경험이 많이 있다는 점이었죠. 그래서 몇 권의 책을 뽑아들고 어떤 디자인이 좋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판형, 단락구분, 마진(여백), 페이지 구성, 첫 글자 표기, 길이, 표지 질감 등의 기준이 된 책들을 좀 보여드릴까 해요. (일부러 아웃포커싱 되는 필터로만 촬영 했습니다)



판형과 바깥 마진은 베를린일기 정도여도 좋겠다

베를린일기 |  최민석 | 민음사


베를린일기를 잘 읽고 돌아다녔습니다. 꽤 굵지만 책이 잘 상하지도 않았죠. 들고 다닐 때는 이 점도 중요해요. 판형도 밖에서 읽기에 너무 크지 않았고요. 양 손으로 잡고 보려면 양쪽 바깥 마진을 볼 필요가 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손가락이 글을 가려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양쪽 마진과 판형은 이 책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볼륨으로 따졌을 때 제 책은 베를린일기의 반절이라서 안쪽 마진을 참고하지는 않았어요.


또 한 편으로 고민이 되는게 단락 구분이었는데요. 저는 단락 간의 거리를 띄우고 들여쓰기를 할지, 들여쓰기만 할 지 고민이었답니다. 보통은 들여쓰기만 하는데, 뭐랄까... 차가 흔들릴 때 눈이 좀 아플 수도 있지 않나 싶어서요. 근데 베를린 일기는 들여쓰기도 하고 단락 간 거리도 띄웠더라고요. 보니까 이게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 도전을 해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페이지 구성은 김종완 작가님 책 처럼 해야지

커피를 맛있게 마셔  잠이 오지 않으면 | 김종완


김종완 작가님의 독립출판물을 정말 정말 좋아합니다. 그 감성을 너무 좋아해서 다 가지고 있죠. 근데 책이 정말 작아요. 들고 다니면서 읽기는 좋은데, 표지가 코팅되어 있지 않아서 제목 부분에 테이핑 처리를 꼭 해줘요. 물과 물리적 손상을 (다른 책들보다 더!) 조심해야 하죠. 가방에 막 넣고 다니긴 좀... 어렵습니다. 저는 막 넣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서, 이 점은 패스.


왼쪽에는 흰 면을 오른쪽엔 글로 통일이 되어 있고, 각각의 글은 모두 이 한 장 안에 끝나요. 그게 정말 좋았는데, 이유는 정류장 갈아탈 때 끊기가 편했거든요. 그리고 다시 찾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요. 물론 제목도 있으면 더 찾기 좋았겠지만. 음.. 그러면 김종완 작가님 특유의 여운이 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분이 아니니까 페이지 구성을 비슷하게(좌측은 사진면, 오른쪽은 글, 글은 1장~ 2장 구성) 하고 제목을 넣고 있어요.




첫 글자는 사슴지 처럼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겠다.

사슴지 2호


제가 한 꼭지의 글을 1장 또는 2장에 싣겠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왼쪽엔 사진을 싣고 오른 쪽엔 글을 싣고요. 이러면 문제가 하나 생길 수 있습니다. 처음 책을 펴보는 분들이 어디가 이 에세이의 시작점인지 모를 수 있다는 거죠. 아예 모든 꼭지를 한 장 안에 몰아 넣으면 늘 오른쪽 한 쪽만 보면 됩니다. 그런데 저는 2장짜리 에세이도 있으니까, 어딘가에서는 오른쪽에 글이 있긴 하지만 앞장과 연결 된 상태일 수 있다는 거예요.


이럴 때는 첫 글자를 키워주거나 여기서 시작이라는 암묵적인 표시를 넣어주는 게 좋은데요. 저는 그런 예시가 없을까... 하다가 재밌게 보던 사슴지가 생각났습니다. 물론 그걸 참고해서 똑같이 앞 글자를 키우진 않았지만, 역시 이런 식으로 뭔가 표시를 해 주면 어디가 에세이의 시작점인지 알기 편하겠네 싶었습니다.


참고로 사슴지가 베를린 일기보다 조금 더 큰데, 역시 사슴지도 밖에서 읽기 괜찮았습니다. 음 좀 글자 양이 많고 글씨가 작긴 했지만요. 그리고 사슴지는 독립잡지라서 날개가 없는데 저는 날개가 있는 편이 좋은 것 같아요. 내구성도 높여주고 책갈피나 태그잇을 누구나 들고 다니지 않아서죠.



표지는 2017년도의 Axt 질감이면 좋겠다

좀 잘 안 상했으면 좋겠어요. 표지가 애초에 사진이니까 유광이어도 좋을 것 같고요. 그런 것들 중에 내가 잘 봤던 게 뭐가 있지 했는데 너무 뜬금없이 Axt 잡지가 생각나는 거 있죠? 2018년까지는 Axt를 봤는데, 아마 지금은 전혀 다른 표지 사양이겠지만... 2017년때 봤던 이 초록색 잡지(11월-12월 호)가 유독. 유독 제 머릿속에서 띵! 하고 떠오르면서, 아 이런 질감이면 너무 좋겠다. 그냥 그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이유는 없고 그냥 저 판형이 상당히 큰데도 제가 들고 다니면서 읽었거든요. 들고 다니면서 보기엔 무리가 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만질 때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그걸 잊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표지 종이가 상당히 두꺼운데요. 제가 출판사 대표님한테도 보여드리고, 아는 편집장님한테도 보여드렸는데 두 분 다 다른 종이, 다른 코팅을 얘기하셔서 난감합니다. 흠.. 정 모르겠으면 들고 인쇄소에 가려고 합니다. 코팅이 안 된 뒷장을 보면 약간 광택이 있는데요. 아트지라고 하기엔 광택이 적은 것 같고 스노우라고 하기엔 광택이 있고. 도대체 뭘 쓴건지... 비싸면 안 되는데 휴 걱정입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것들을 더 참조하여 저는 지금의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뭐, 더 많은 좋은 책들이 제게 도움이 되었죠. "나는 보통의 삶을 사는 조금 특별한 사람이길 바랐다"도 참고했고 "퇴사는 여행"도 참고했고 이렇게 나열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당. 그래도 대표적인 서적들은 말한 것 같네요.


그래서 내지 레이아웃을 어떻게 짰는가. 눈치 채셨겠지만 그것은 다음 주제입니다. 내일 레이아웃을 짜기까지 쌓았던 지식들을 총망라해 보겠습니다:>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안의 작가와 편집자가 싸울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