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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Sep 02. 2020

사진보정: 현장감은 살리되  분위기는 해치지 않게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_16편: 사진보정

*참고: 이 글은 테커니컬한 사진 보정 방법을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사진을 넣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무언가를 만들 때는 의도와 의지가 중요합니다.

의도는 방향을, 의지는 그 방향으로 나아갈 끈기를 제공하죠. 책을 만들 때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에 사진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여주고 싶어서' 책에 사진을 넣습니다. 내가 지나갔던 곳을 보여주고 조금 더 생생하게 글을 느낄 수 있길 바라니까요. '돌아보게 하고 싶어서' 책에 사진을 넣습니다. 독자가 비슷한 공간을 지날 때 지금 나는 어떤지 반추하길 바라니까요. '분위기를 더 빨리 보여주고 싶어서' 책에 사진을 넣습니다. 처음 책방에서 책을 본 사람들이 대충 넘겨도 이 책의 분위기를 알고 흥미를 갖게 만들고 싶으니까요. 이 세 가지는 책에 사진을 넣는 의도입니다.


저는 수 많은 사진 중에 글의 풍경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고릅니다.

원고를 쓸 때마다 사진을 몇 장씩 찍었습니다. 다 넣을 순 없죠. 최소 한 장, 많으면 두 장을 골라야 합니다. 그럴 때 의도를 생각합니다. 현장감이 드러나야 합니다. 독자에게 글을 썼을 때의 풍경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제 책의 감성에 맞게 어딘가 필름 사진과 비슷한 느낌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본 > 포토샵 > 인디자인


이런식으로 작업 과정을 거쳐 올렸죠. 원고가 60꼭지가 넘어가는 만큼 포토샵으로 보정을 할 때 공통적으로 그레인을 강하게 줍니다. 좀 바랜 느낌을 주기 위해서죠. 그리고 질감을 통일하면 사진이 따로 논다는 느낌이 좀 덜하기도 하고요.




책 저작권을 지켜주기 위한 블러 - 졸린 가운데 썼다는 컨셉을 지켜주기 위한 블러


그 외에 블러효과를 일부러 줄 때가 있습니다. 하나는 책의 내지가 나왔을 때, 저작권을 지켜드리고자 블러처리를 합니다. 렌즈를 빼고 나온날이나 잠에서 깬 직후의 헤롱대는 심정으로 쓴 건 전체 블러 처리를 하고요.




플레이어형 합성 - 배터리 알람 합성


합성... 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비스무리한 것도 합니다. 플레이어형으로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있어서 그럴 때 했습니다. 듣는 노래와 풍경이 서로 잘 맞아서 그걸로 글을 쓰면 아무래도 음악을 소개해 주는 게 좋잖아요. 그래서 고려한 방식이고요. 맨날 집에 가는 길에 배터리 전원이 부족하다고 떴던 걸로 글 쓴 날에도 합성했습니다.




대부분 전체적으로 이미지를 깔지만 간혹 정사각형의 사진도 넣습니다.

배치의 감이 안 오면 그냥 자주 보는 책 중에 사진이 들어가는 것들을 모아다가 마음에 드는 비율을 찾아냈습니다.  저는 배치 감각을 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른 책을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감으로 하면 모니터 상에서는 괜찮은데, 뽑고 보면 사진이 너무 크거나 작을 때가 있거든요. 그걸 제본 하면서 깨닫고 싶지 않다면... 저는 어느정도 모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형태적으로는 2:3 비율의 이미지와 1:1 비율의 이미지를 썼고. 2:3 비율로 이미지를 쓴 경우 가끔 포인트를 준다고 플레이어형, 블러형, 단순 합성형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사실 아직 안 뽑아봐서 너무 튀는 게 있으면 어쩌지 걱정도 됩니다. 뭐, 고치면 되긴 하죠. 그리고 짙은 색의 사진이 들어갈 때가 많아서 '옵셋으로 뽑고 싶은데 인디고로 뽑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되네요(옵셋을 고오오오급으로 하지 않는 이상 인디고로 하면 보통 가격이 많이 오르니까요).


그와중에 모조지 위에 사진 인쇄할 때 잉크를 너무 먹어서 별로란 얘기도 어깨너머로 들었습니다. 종이 욕심 안 내고 싶었는데 종이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맨처음엔 미색모조지에 그냥 뽑으려고 했는데, 요즘엔 좀 광이 더 도는 흰 종이에 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이런 고민은 인쇄 업자와 함께 나누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가서 견적보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게 맞겠죠.


참고로 이번 글을 쓰면서 제목은 위로 올리고, 첫 문자 표시는 지웠습니다. 이럴 거 같아서 제가 '레이아웃을 어떻게 하기로 했다'라는 작업기는 쓰지 않은 거여요. 이게 꼭 책으로 보여주지 않더라도, 그저 누군가에게 작업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얻게 되는 경험치가 있더라고요. 시험대에 자주 올리는 만큼 빨리 바꿀 수 있고요. 그래서 내지사진도 그냥 보여드리는 겁니다. 어차피 레이아웃도 그렇고 조금씩 내용도 수정하니까요. 통째로 날아가기도 하고요. 말 그대로 작업의 기록인거죠.


내일은 단락스타일이라는 시험대에 한 번 올라보죠. 

제가 전에 한 번 이야기를 했잖아요. 빠르게 인디자인 활용하고 싶으면 세 가지  '단락스타일', '마스터', 그리고 '글 흘리기'에 집중하면 좋다고요. 이 중에 글흘리기는 너무 쉬우니까 단락스타일과 마스터를 한 번씩 다뤄 보겠습니다. 내일 뵈어요!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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