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_17편: 단락스타일
파워포인트로 따지면 서식 복사 버튼이랄까요. 가령 본문에 쓸 글자, 크기, 색, 들여쓰기, 자간, 행간 등을 단락스타일로 지정해 두면, 글을 인디자인에 올린 뒤 본문에 쓸 부분만 선택해서 본문 서식을 지정할 수 있죠. 본문 뿐만 아니라 제목에 적용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 과정을 거치면 되고요. 한 번만 서식을 정해놓으면 빨리 원고를 책처럼 구성할 수 있답니다.
내용, 각주, 포인트로 들어갈 글자, 대화체, 소제목, 도비라 제목, 그리고 페이지 번...호? 왜 페이지 번호가 있지? 페이지 번호는 따로 한 장 한 장 써줄 게 아니면 있을 필요가 없는데. 지금 지워야 겠어요.
요는 '작업할 때 자주 쓸 서식을 지정해 놓는 게 편하다' 입니다. 글이 많은 에세이라면 내용 서식과 간간히 넣을 각주 서식(필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리고 제목이 장마다 필요하면 제목 서식이 반드시 필요하겠죠.
그런데 가끔 서식 안에 예외를 두고 싶을 때가 있으면 문자 스타일을 이용하면 됩니다. 단락 안에 문자가 있듯이 아주 국소 부위를 처치할 때 씁니다. 예를들어 그 문단 전체 중에서 한 부분에만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괄호나 영어 단어 같은 걸 넣어주고 싶을 때(에세이에 굳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뭐... 각자가 추구하는 느낌이 있는 거니까요) 사용하면 좋습니다.
저도 몇 번 하니까 단락스타일이 저렇게 좀 정돈되게 있는 거죠. 처음에 딱 인디자인 켜자마자, '음 단락스타일에는 내용이랑 각주랑 대화체랑 소제목 있어야겠지. 일단 만들어두자. 땋땋땋!!' 이렇게 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습니다.
헤헤. 지난민주일기는 사실 별로 크게 단락스타일이 들어갈 곳도 없을 것 같은데 왜 저렇게나 단락스타일을 많이 넣었는지 모르겠네요. 심지어 어떤 서식에 넣겠다는 건지도 모르겠어서... 단락스타일로서의 기능을 잃은 단락스타일 창을 여러분은 보고 계십니다.
그래서 늘 단락스타일을 깔끔하게 쓰고 싶었는데, 이번에는 좀 적절히 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려고 찾다보니까,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는 구나 알았던 거지, 안 썼으면 몰랐을 거예요.
1. 문자스타일 기능의 쓰임새를 알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2. 하고 싶은 서식을 다 쓴다고 마음에 드는 책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문자스타일을 잘 쓰면 굳이 서식을 따로 지정해서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이건 그냥 제가 하면서 알게 된 팁이었고. 두번째 이유는 책을 보면서, 그리고 다른 분들께 조언을 구하면서 들었던 생각이었는데. 가독성이 높은 책들은 기본적으로 예외가 적더라고요. 내가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어서 예쁘게 만들어야지 할 필요가 없겠다 싶었어요. 예쁘게 만들고 싶은 목적이 '사람들이 책의 분위기를 좀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면 더욱 통일감 있게 구성하는 게 좋은 것 같았고요.
하지만 의도에 따라서 다양한 서식을 쓰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겁한 열린 결말이라고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는 독립출판을 하잖아요! 그러니 각자에 맞는 방법과 서식을 찾으시길 바라겠고요. 저는 다음주에 페이지 마스터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사실 비슷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긴 한데 신기하게도 단락스타일은 점점 지정한 서식의 종류가 줄어든 반면, 마스터 페이지는 그 종류가 점점 늘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다음주에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