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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Sep 08. 2020

인디자인 마스터페이지:  면이 서야 글도 쓰지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_18편: 마스터 페이지

책은 활자와 종이로 구성됩니다.

더 세세하게 나눌 수도 있지만, 책을 만들 때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건 글과 글이 들어갈 면이죠. 그래서 제가 인디자인으로 빨리 책을 만들고 싶다면, 단락스타일과 마스터 페이지 기능을 아는 게 좋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단락스타일은 글을 빨리 옮길 수 있게 해주고 마스터 페이지는 글자가 들어갈 면을 빨리 구성하게 해주거든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마스터 페이지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 회차에서 단락스타일은 다뤘으니까요.


✔︎ 단락스타일 활용 방식이 궁금하시다면 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https://brunch.co.kr/@ajahaja15/44


마스터페이지: 어떤 배치로 이 책의 면면을 채워넣을 것인가?

지금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책(꼭 널브러져 있지 않고 책장에 가지런히 있는 것도 좋아요) 아무거나 꺼내보세요. 책을 열면 아무 글도 써 있지 않은 종이가 반겨줄 겁니다. 그 다음으로 넘기면 제목이 써 있을 것이고. 다시 또 넘기면 조금 더 꾸며진 듯한 페이지에 제목이 써 있죠. 들어가는 말이 나오고. 목차가 나오고. 한 꼭지 한 꼭지의 원고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챕터가 바뀐다고 예고하는 페이지가 나오고. 다시 작가의 말이 나오죠. 이제 서지정보가 나올 거예요. 그리고 다시 백지로 마무리 하면 책을 닫게 됩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비슷합니다. 지금 말씀 드린 것들이 기본적으로 책에 들어가게 될 페이지들입니다. 그 생김새는 어느정도 통일감이 있지만 조금씩 다르죠. 그걸 매 페이지마다 하나 하나 다르게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수고스럽겠어요?



그럴 때 마스터 페이지 기능이 필요하답니다. 마스터 페이지를 잘 사용한다면 매번 해야하는 배치 작업을 노가다처럼 할 필요가 없어요. 저는 인디자인으로 처음 책의 내지 작업에 들어갈 때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기본 마스터 페이지에 원고 내용을 기준으로 여백을 잡는다

일단 여러 개의 마스터 페이지를 만든다.

표제지, 도비라, 목차, 내용 등 책의 내지에 들어가야 할 것들의 이름을 각 마스터 페이지에 달아준다.

빈 페이지를 10쪽 정도 만든다.

표제지, 목차, 도비라, 여백과 같은 것들을 이용해서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마스터페이지를 적용시켜 놓는다.

원고 내용이 나오는 곳까지 마스터 페이지 적용을 완료 했으면, 원고 내용을 옮기기 시작한다.

세밀하게 조정이 필요하면 조정하고, 완료하면 도비라 - 목차 - 표제지 순으로 작업을 완료한다.


여기서 '레이아웃'이란 어떻게 글 또는 이미지를 배치할 것인가?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냥 배치? 정도로 이해하시면 편하실 듯.


저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보게 될 부분을 기준으로 삼아서 페이지를 완성시키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94년산 박민주 때부터 이렇게 하진 않았고요. 단락스타일은 인디자인을 쓰면 쓸 수록 스타일 개수가 줄어든 반면, 마스터 페이지는 인디자인을 쓰면 쓸 수록 점점 늘었습니다.



근데 이건 꼭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적다고 좋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레이아웃 종류의 많고 적음이 책의 퀄리티와 비례하는 게 아니니까요. 다만 인디자인의 목적을 '원고를 활자화 하고 지면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본다면, 작업자 개인이 더 편하게 느끼는 방식을 찾고 적용하는 게 중요하겠죠.


"나는 어떤 글을 쓸 거야!"라는 의도가 점이라면, 그 의도를 드러내는 글자는 선이고, 그걸 레이아웃화 해서 얹으면 면이되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걸 엮어서 입체감을 드러내기 위한 발품팔이도 슬슬 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굿즈 제작도 시작해야 하고요.


그래서 다음화는 뽑아서 하는 교정교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인데요. '뭐야? 엄청 많이 썼잖아?!'라며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후후. 그 고난의 분투기를 기록하겠습니다.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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