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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Sep 09. 2020

1교: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_19편: 1교

"말 하면서 퇴고 하셔야 합니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제가 많이 하는 말입니다. 글은 말을 기록한 것이니까요. '너가 쓴 글은 술술 잘 읽힌다'는 말이 글쓰는 사람에게 칭찬인 이유도 거기에 있는 거죠. 술술.


아직 9월의 원고가 다 나오지 않았지만, 1교를 시작했습니다. 시작해야 할 때죠. 지금부터 안 하면 10월에 책을 절대로 낼 수 없습니다. 이건 정말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이제는 뽑아놓고 교정과 교열을 해야 할 때입니다. 역시 이것도 말하면서 하는 게 좋죠.


잉크 문제가 있어서 색감은 전혀 안 살지만 그래도 뭐... 일단 표시만 할 수 있으면 됩니다.


읽으면서 1교를 시작합니다. 저는 제 책이든 다른 사람 책이든 원고를 받으면 많이 쳐냅니다. 진짜 너무 많이 치는 거 아니냐 싶을만큼 쳐요. 많이 줄이고 많이 바꿉니다. 음... 제 안에 작가의 문체가 있다면, 편집자의 문체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러면 이런 게 나옵니다. 특히 요즘 글쓰기 강의를 하다보니 더 빡세게 쳐낸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다가 문득 너무 쳐서 재미가 없나 싶으면 앞에서 부터 다시 읽으면서 지웠던 걸 복구하기도 해요. 이렇게 넣었다 뺐다를 반복합니다. 1교 아닌 1교인데. 저는 그 횟수를 사실 '한 번 다 읽었다!'로 계산하지 않고 '한 번은 출판을 허락했다!'로 봅니다. 하루 있다가 다시보면 '안 돼!'라는 말이 제 마음에서 터져나올 게 뻔하기 때문에...


아무튼 그렇게 해서 입말에 맞춰서 읽습니다. 이렇게 읽다보면 단순히 말같이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어서 좋은 것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맞출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읽으면서 교정하면 톤을 맞출 수 있다는 말이에요.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어떤 톤, 분위기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 분위기에 맞게 글을 고칠 수 밖에 없죠. 계속 읽어 내려가면서 '이 부분은 너무 톤에 안 맞는데?'싶을 수도 있고요. 어미나 단어의 선택에도 영향을 줍니다. 딱 걸리는 부분은 멈칫멈칫하게 되고 티가 나니까요.


"진중하게 쓰면 진중한 글이 나오고, 발랄하게 쓰면 발랄한 글이 나오고, 재밌게 쓰면 재밌는 글이 나옵니다."

-라고도 글쓰기 수업하면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이 사람의 마음이 어땠는지. 지금 이 글을 재미있게 쓰고 있는지. 아니면 낑낑 거리면서 쓰고있는지. 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글을 읽으면 감이 다 오잖아요? 그게 완전히는 아닌데 어느 정도는 드러난단 말이죠. 글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요.


그러니까 퇴고 할 때도 말하면서 고치는게 훨씬 유리하죠. 특히 좀 재밌게 읽었음 좋겠다 싶으면 밝고 개구지게 읽는 것도 저는 좋다고 봅니다(제가 어떻게 했는지는 밑에 올린 영상을 보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말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그저 떠다닐 뿐이라서 정말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책을 어느정도 만족도 있게 만드는 게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여담이긴 한데, 글쓰기를 하고 책을 만드는 건 참 끈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잘 하기는 힘든 일이랄까요. 저도 잘 하고 싶은데, 매번 하면서 부족한 걸 배우고 알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열심히 해도 다시 후회가 남을 것 같기도 하고요. 안 그러려고 하는데, 1교 처음에 할 때 '이 원고는 왜 이렇게 썼지? 이걸 책에 내겠다고? 미쳤나봐.'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흑흑.


다른 분들도 인디자인에 올려 놓았을 때랑 뽑아서 볼 때랑은 정말, 정말 많이 다르니까. 꼭 뽑아서 보시길 바라겠구요. 저는 참고...가 될진 모르겠지만, 한 꼭지 정도 읽으면서 원고를 고치는 영상을 올려두고 가겠습니다.


심지어 이 영상을 다시 돌려보다가 또 고칠 곳을 네 곳이나 발견했다는 사-실....☆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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