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_15편: 인디자인에 글 얹기
2019년 가을에 집필을 시작해 지금은 여름, 8월의 끝자락이므로 이달에 쓴 원고를 정리하고 있고요. 오늘은 정리된 원고를 인디자인에 얹기까지의 과정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일단 노션을 켭니다.
저는 일단 기록을 따로 해둔 뒤에 그 글을 달 말에 노션에 다시 얹거든요. 얹으면서 내용을 수정하고 제목을 정하고 순서를 매깁니다. 어떤 사진을 쓸 건지도 써놓고 사진의 배치와 편집 방식도 정리해놓고요.
빈 페이지 뒤에 얼핏 보이는 숫자를 매기지 않은 원고들은 책에 안 넣은 겁니다. 여기서만 봐도 반 정도는 되죠? 앞으로도 더 삭제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상태에서 글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지금 대략 보이는 저 글도 노션에 옮기긴 했지만 결국 책에는 싣지 않기로 했습니다.
글을 올리고나면 다시 읽으면서 책의 주제와 어울리는지, 정말 넣는 게 맞을지 고민해보고, 맞다면 고치기 시작합니다. 밖에서 빠르게 쓴 글이니까, 문장을 매끄럽게 수정하는 일을 자주 하죠. 단락 삭제도 많이 하고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는지 보고 문장을 삽입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8월에 쓴 글을 다 정리하면 넣을지 뺄지를 정하고, 넣는 것만 따로 다시 정렬합니다. 8월에는 음악의 순간이라는 글을 제외하고 나머지 5개의 원고를 다 싣기로 했습니다(물론 언제 또 몇 개씩 삭제 될 지 모릅니다). 이제 순서를 정하죠. 순서 정하는 건 전에 한 번 브런치 글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목차에서 드러나는 책의 리듬 |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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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굳이 꼽자면, 분위기나 정서를 생각해서 정하는 것 같긴 합니다. 이번에는 정서를 쌓을 수 있는 구간이 있었거든요. 길을 걸으면서 자기발견의 시간을 가졌달까. 이번 달에 인터뷰가 2번 있어서 그랬는지, 유독 길을 걸으면서 어렸을 때를 많이 생각했더라고요.
이제 워드로 넘어갑니다.
목차에 제목을 얹고 순서대로 아래에 원고를 더 덧붙입니다. 그리고 맞춤법 검사를 시작하죠. 저는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 뒤에는 다시 한 번 글을 읽고 목차 순서를 바꾸기도 합니다.
8월에 찍은 사진들을 가져옵니다. 사진 형태를 보면서 어떻게 책에 올릴 건지 노션에도 기록해 놓고요. 저는 정사각형, 전체, 아니면 플레이어형으로 사진 레이아웃을 유형을 나눠서 정리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보고 걷고 있을 때 가슴팍에 핸드폰을 얹고 안 보고 막 찍은 사진인데요. 애초에 그런 감성이니 그냥 싣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포토샵에 가져와서 camera raw filter로 그레인을 강하게 주고 온도, 노출, 대비, 형체감 뭐 그런걸 만져줍니다. 글이 몽환적이면 경계선을 좀 뭉게줄 때도 있고... 필터를 아주 가끔 주기도 합니다. 크게 건들지는 않아요.
인디자인을 켭시다. 사실 이전 책을 작업할 때는 원고를 다 쓰고 나서 인디자인에 얹었는데, 이번에는 집필과 편집을 같이 하기로 해서 이미 도비라도 만들고, 원고 레이아웃도 대략 잡혀있는 상태입니다. 어떤 게 더 편하냐고 하면, 음... 어느 것이든 손이 많이가니 그냥 상황에 맞게 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진 올리고 글 올리고 단락 스타일 지정해주시면 올리기 끝. -이라고 말하면 너무 한가요. 그래도 명색에 제목이 인디자인에 여름 얹기인데. 인디자인 얘기를 좀 더 하고 싶긴 합니다. 그런데 저도 인디자인 기능을 다 쓰는 것도 아니고. 오늘도 작업하다가 한 번 소제목의 단락스타일을 뒤집기도 해서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말하기가 조금 난감한 지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꿀팁. 인디자인 독학은 Gray monster 유튜브 보고 하면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독학하다가 궁금증이 생기거나 실제 자기 책을 만들다가 막힐 때 '분명한 질문을 가지고' 인디자인 1일 워크숍을 가기를 추천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찾으면 엄청 많이 나오니깐. 가서 물어보세요.
드리는 꿀팁 2.투명도 병합 설정을 하면 따로 서체에 아웃라인 만들어서 PDF로 저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전에 아웃라인을 만든 상태로 따로 저장하는 걸 까먹어서 더이상 수정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제 작가 친구의 슬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구글에 '인디자인 투명도 병합 설정'을 치세요. 그러면 폰트 아웃라인 관련된 얘기가 주르륵 나옵니다. 따라하시면 됩니다.
음, 만약에 인디자인을 빠르게 배워서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싶다면, 인디자인의 3가지 기능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단락스타일, 마스터, 글 흘리기. 이 세 가지만 분명히 알아도 일단 책의 형태를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페이지 쪽수 정도? 근데 페이지 안 써있는 독립출판물도 많아서요. 그렇게 3가지가 핵심이라고 봅니다. 제가 편집디자인 전공도 아니지만, 일단 부딪혀본 경험으로는 그래요.
이렇게 만들고 나면 저는 작업하는 랩탑보다 큰 모니터로 작업 화면을 책 사이즈로 키워놓고 보기도 합니다. 전체 레이아웃을 고쳐야 하나, 사진을 좀 더 보정해야 하나, 뭐 그런 생각할 때 자주 확인해봐요. 그래봐야 디지털이랑 종이에 뽑은 거랑 차이가 날테지만, 다 올리지도 않았는데 벌써 제본을 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이렇게 일단 보고 고칠 수 있는 건 고쳐야죠.
인디자인에 제 여름을 얹는다는 건 그렇게 나온 말입니다. 히히히. 그런데 문득 이렇게 작업기를 써버렸으니 뭘 또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은 아직 좀 그런듯도 한데, 그냥 사진 얘기를 하겠습니다. 어차피 다음주에 하나 그 다음주에 하나 전문가보다야 당연히 별로겠지만, 제 작업기니까 뻔뻔하게 쓰겠습니다. 이러다가 부끄러워지는 때가 오면 다시 책을 쓰겠죠.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면서. 그러면 내일 다시 사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