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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Sep 15. 2020

굿즈,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_21편: 굿즈

굿즈, 필수는 아니지만...만들고 싶다면?


독립출판은 만들고 싶은 사람만 만듭니다. 굿즈도 그렇습니다. 일부러 만들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늘 한 개씩은 만들어왔고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의 굿즈도 만들 겁니다. 나름 효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독립출판을 할 때 굿즈를 제작해두면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가?


1) 독립서점의 경우...

독립서점에 넣은 책에 굿즈가 있다면 좀 더 눈에 띌 겁니다. 1+a 행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때로 그 a가 굉장히 예뻐서 '굿즈를 샀더니 책을 준다!!!'급으로 느껴진다면 굿즈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겠죠. 다만 대부분의 굿즈는 있으면 좋고 없다고 딱히 불편하진 않은 것을 증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매 선택에 그리 파워풀한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독립서점에 들어가면 책들의 개성이 이미 빠밤빠밤하고 빛을 내고 있기 때문에, 굿즈보다는 책으로 파워풀한 느낌적인 느낌을 선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그리고 독립서점 입장에서는 굿즈를 책에 넣어주면, 샘플 관리하기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굿즈를 증정한다면 고정할 수 있는 무언가를 꼭 같이 넣어주는 게 좋더라고요. 제가 지난민주일기를 만들 때 투명 책갈피를 만들어서 넣어놨는데, 어떤 서점에서는 벌써 분실이 되었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클립으로 고정해서 드리긴 했는데... 거기 제 책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권의 책들이 있으니 다 관리하시긴 어려우시겠죠. 뭔가 아쉽지만 그렇다고 말씀드리기엔 죄송하고. 뭐, 그러했습니다.


굿즈를 낭낭하게 제작했다면 서점에 굿즈를 많이 넣어서 '이 책방에서 책을 사시는 분들에게 증정해주세요.'라는 부탁을 드려도 좋습니다. 저는 인스타그램을 주소를 넣은 책갈피로 그짓을 했는데요. 홍보효과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어디선가는 책갈피로 활약을 하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책 사이에 끼워져 있다면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또 그걸 할 거냐고 묻는다면... 하긴 할 건데, 모든 서점에 다 드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흑역사가 되었으나 그래도 많은 걸 배워간 94년산 박민주 펀딩 페이지

2) 텀블벅이라면...

텀블벅에서 책만 준비해서 펀딩을 받겠다는 것은 좀 무모한 일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펀딩들이 단권의 책과 함께 다양한 굿즈를 함께 묶어 펀딩하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책만 가지고 와서 펀딩에 성공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있어서 눈에 띄는 게 아니라, 없어서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느낌까지 받기도 해요.


그럼에도 만약 굿즈가 없이 펀딩을 받고 싶다면 펀딩 달성 목표를 정말 낮게 잡을 거예요. 제가 이미 94년산 박민주를 할 때 단권의 책으로 승부하는 무모한 짓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때 다른 분들 펀딩 내용도 수도없이 봤는데,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굿즈들과 함께 책을 사진 찍은 게 많더라고요. 제가 돈을 가진 소비자 입장이더라도, 이걸 더 사고 싶을 것 같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100만원의 펀딩 목표를 간신히 달성했습니다. 105만원인가? 한 15만원 정도를 제 가족과 저의 사비를 털기도 했고, 주변 분들도 응원과 함께 더 많이 펀딩해주신 덕분이었죠. 덕분에 펀딩을 해주신 분들의 주소나 이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90% 정도에서 끝나봐요. 흑흑... 배송은 둘째치고 누가 응원해줬는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펀딩 달성 목표를 낮게 잡으시라는 거예요. 어차피 수수료 똑같잖아요. 텀블벅을 처음 해 볼 때, 잘 모를 때는 제작비 감안해서 최소로 잡는 게 좋다고 봅니다(이건 굿즈와 상관없이 그냥 드리고 싶은 말이기도 함).


물론 굿즈가 펀딩 달성률이 낮게 나온 이유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텀블벅은 모다? 굿즈가 거의 디폴트다. 없으면 없는 티가 너무 난다. 있다고 티가 나는 것도 아닌데, 남들이 다 하니까 그게 좀 비교가 많이 된다. 그런 말씀입니다. (그래서 제가 텀블벅을 안 합니다. 다른 분들 펀딩 페이지 돈받고 써드리다보니, 제 제품을 펀딩하기 위해 상세 페이지 쓰는 것도 너무 귀찮고. 일이 되니까 그만 보고 싶기도 하고...)






3) 북페어라면...

코로나라서 북페어는 모두 취소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소규모의 플리마켓들은 계속 열리고 있는 걸로 압니다.저는 책이 수중에 없어서 일단 참여는 안 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참여를 하게 되면 대략 가로가 90cm 정도 되는 책상을 꾸며야 합니다. 이럴때 굿즈는 아주, 아주, 요긴합니다. 없으면 꾸미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게 다른 작가님들이랑 조인해서 나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텀블벅이랑 약간 비슷하긴 한데, 근데 사실 잘 꾸미기만 한다면야 굿즈가 없어도 괜찮을지도 몰라요. 다만 잘 꾸미는 분들 중에 굿즈 제품이 없던 분은 본 적이 없습니다..... 결론은 굿즈가 있는게 훨씬 좋다는 겁니다.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증정용 굿즈가 있다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내 책을 홍보할 수 있다는 사실. 하지만 홍보의 효과는 어떠할 것인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래도 한 번 눈 도장 찍고, 또 찍고, 찍다보면 결국 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남길 수 있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그러나 어깨너머로 들은 바에 따르면 계속 노출하면 살 확률이 높아지다가 어느 순간 확 낮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응, 넌 안 사' 낙인 찍히면 끝이란 거죠).






이렇게 독립출판물을 보여주기 좋은 세 가지 장소의 측면에서 굿즈가 있으면 좋은 점을 말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굿즈는 거들뿐이고 책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굿즈가 진가를 발휘할 때는 책이 보여주는 분명한 컨셉을 거들거나 확장시켜 줄때라고 생각해요. 예쁘기만 하면 내 팬만 살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고요. 예쁜 건 세상에 너무 많거든요.


이상 굿즈의 효용을 말해보았습니다. 제 굿즈가 무엇일지는 다음 화에서 밝혀집니다. 내일 뵙겠습니당.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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