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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Sep 16. 2020

굿즈용 책갈피를 만드는 여정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 22편: 굿즈

제 굿즈는 무조건 책갈피입니다

어떤 굿즈를 만들까 참 많이 고민했어요. 그때마다 결론은 책갈피였습니다. 왜? 책 읽는 사람 중에 책갈피 마다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읽을 때 바로 쓸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 외의 것들(가령 메모지, 마스킹테이프, 엽서, 스티커, 핀뱃지, 포스터 등등)은 책 읽을 때 바로 쓰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약 책의 컨셉과 뚜렷하게 어울리는 굿즈가 있지 않다면, 저는 그냥 책갈피를 만듭니다.


책의 컨셉상 뚜렷하게 더 어울리는 굿즈가 뭐냐고요?

여행에세이면 그 책을 사는 사람들은 여행에 관심이 많겠죠. 저같으면 파우치를 굿즈로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행용 파우치로 쓰라고. 여행가서 한 번쯤 이 책의 존재를 떠올리라고. 일상의 기록에 대한 글이라면 연필이나 노트를 줄 거예요. 한 번 독자님도 써보시라는 거죠. 그건 제가 지난민주 일기 때 1주일 일기장을 만든 거랑 같은 맥락이고. 내가 만약 유화 그림을 많이 그려서 책의 내용을 채웠다면 삽화를 포스터로 뽑아서 파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책이 예뻐서 샀다면 포스터 그림도 좋아할 테니까요. 집에 붙여 놓으면 책 생각도 종종 날테고.


물론 이건 저의 기준입니다. 독립출판이 우리의 마음이었듯 독립출판 제작자가 만들고 싶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이유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그냥, 뭐라고 해야하지..., 그냥 제가 선물을 주는 기준이 그런가봐요. 내가 준 걸 실용도 있게 잘 썼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구매자 입장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굿즈가 책갈피입니다.

책갈피는 늘 모자라요. 여기저기에 막 꽂혀있기도 하고, 가방에 굴러다니기도 하거든요. 한 가방당 한 책갈피는 국롤입니다. 어디에 뒀는지 맨날 까먹어요. 그래서 책갈피가 늘 많았으면 좋겠고. 조금이라도 예쁘면 관심이 가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저랑 비슷할 것 같았어요. 결국 자기 경험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그래서 나온 책갈피 시안 두가지 입니다.

이 표지 디자인은 예전 것입니다. 그래도 일단 올리자면 8ㅅ8...

종이책갈피인데요. 빳빳하고 두꺼운 비싼 종이를 쓸 예정이랍니다. 그냥 제가 들고 다니면서 잘 쓸 수 있는 것이길 바랐어요. 곤색과 흰색 2색 책갈피 한 세트가 있고요. 4색 책갈피 한 세트가 있(었)습니다. 2색 책갈피는 먹박과 은박을 입히려고 했죠. 네, 증정용 아니고 팔려고 했어요.


주위에 물어보았습니다. 결과는 박빙이었어요. 책하고 느낌이 잘 맞는 건 4색 같다. 아니다. 2색이 더 예쁘다. 2색은 너무 흔하다. 4색이 독특해서 좋다. 아니다. 그냥 둘다 뽑으면 안 되냐.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결국 취향차이일 것 같더라고요.


고민하던 저는 4색 책갈피를 뽑기로 했습니다. 세트로 안 팔고 증정용으로 한 개씩만 넣어줄 거고요. 이유는 책 포장할 때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입니다. 저는 책을 흰 종이봉투에 넣어 노끈으로 감아줄 예정입니다. 그때 문득 '포장지 끈에 책갈피가 달려있으면 더 예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요(물론 책갈피는 비닐포장해서).


이렇게 말이죠.

만약 그렇게 표지를 대체하는 용도라면 4색 책갈피의 레이아웃이 훨씬 눈에 띌 것 같았고요. 게다가 증정용인데 박이 들어간 책갈피를 쓰는 건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했죠.


그래서 4색 책갈피로 결정. 2색 책갈피는... 북페어에서 팔 수 있으면 찍을 것 같은데. 코로나 시기라서 그것도 좀 어렵고. 아쉽고 아깝지만 일단은 킵해두기로 했습니다.


굿즈의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 마무으리! 제작사는 슬금슬금 알아보는 단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종이입니다. 저는 내일 종이 얘기를 하겠습니다. 많이 알진 않지만... 그냥 아는대로!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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