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 27편: 표제지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생각 없이 넘기기 쉬운 페이지가 있습니다. 표제지죠. 저조차도 독자의 입장이었을 때는 '왜 표지에도 제목을 써 놓고 바로 뒤에 책 제목을 두 번이나 넣어 보여주는 걸까?'라는 의문조차 갖지 않고 내용으로 바로 달려갔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책을 만들다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의 책 표제지를 눈여겨 보게 되고, 이런식으로 사람들을 반겨줄 수 있구나 하고 레퍼런스 삼을 수도 있게 되었죠. 아, 표제지가 뭐냐구요...?
표제지는 표지를 열어 면지를 지나면 볼 수 있습니다.
표제지는 약표제지(혹은 소표제지, 반표제지)와 표제지로 구분 됩니다. 약표제지엔 제목과 작가 이름만 넣습니다. 반면 표제지에는 전체적인 책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제목과 작가이름 출판사 등을 넣을 수 있습니다. 표지의 컨셉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경우를 많이 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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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표제지 작업을 좀 늦게 하는 편입니다.
표제지는 아무래도 내지와 표지를 잇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둘이 자리를 잡아야 작업하기가 편하다고 생각해서 늘 좀 늦게 했어요. 내지와 표지의 레이아웃 수정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그리고 현재는 이게 작업의 결과입니다.
이제 1달도 안 남았거든요. 그래서 슬슬 표제지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렇게 세로로 글만 올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기본적으로 좀 감성적으로 쓴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왜 표지에도 제목이 있는데, 다시 제목을 반복해서 알려주는 걸까. 생각해보면....
영화관에서도 제목 알고 들어가지만, 영화 안에서 다시 보여주는 거랑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어요. 당신이 보는 책은 이런 책이야. 이런 느낌일 거야. 여기는 이런 세상이야. 암시를 거는 느낌이랄까요?
근데 왜 두 장이나 있는 걸까요?
알버르트 카퍼의 북디자인 101에 따르면, 약표제지는 표제지를 먼지나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며 책의 제목을 간단히 알리는 역할을 했대요. 아마 면지를 넣었던 이유와 같지 않았을까 싶네요. 면지도 책의 내구성을 튼튼히 해주는 이유로 처음에 썼다고 배웠거든요. 옛날엔 책이 잘 뜯겨 나가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 이유 때문만이라면 이제는 두 장을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이미 익숙해져서 그런건지 대부분의 책은 다 약표제지와 표제지가 있습니다. 대부분이라고 했던 건, 독립출판물 중에는 없는 것도 많아서예요. 사실 없어도 크게 무리는 없으니까요.
저도 그래서 이번에 약표제지만 표제지를 넣지 말까도 생각하기도 했어요. 근데 결국 두 장을 다 넣게 됐죠. 이유는 분위기상 1장보다 2장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였어요. 여백이 많으면 좀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독자들에게 "이런 느낌이야. 이런 느낌으로 보라구..." 하고 말을 걸 수 있는 면을 포기하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표제지에 대한 저의 고민의 결과는 이제 정리가 되었습니다. 내일은 서지정보로 넘어가 볼게요! 독립출판물에서 서지정보는 정말 무궁무진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저는 어떤 식으로 해왔는지. 해 볼 것인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당.
| 작업기를 읽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독립출판의 형태는 독립출판 제작자가 설정한 목표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고민한 모든 것들, 제가 마주한 문제들을 다른 독립출판 작가들도 똑같이 고민할 것이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르지도 않겠지만, 저마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독립출판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 작업기를 모든 독립출판에 그대로 대입해보기보다는 그저 익민주라는 한 인간의 독립출판 케이스라는 점을 생각해주시고, 저와 같은 질문을 했던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혹은 도움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기록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