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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Oct 14. 2020

건곤감리 말고 인쇄감리 아세요?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 30편: 인쇄감리


어제는 인쇄감리를 다녀왔습니다.

사실 감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이전에는 제 책이 아니라 다른 분의 책을 감리해 드리러 갔었어요. 서로 다른 인쇄소여서 이번엔 또 어떨까, 윤전기 기장님이 막 뿔이 나 계시면 어쩌나 여러가지 걱정과 근심을 안고 있긴 했습니다.


다행히도 결과는 좋았습니다.

파주 찾아 갈 필요 없네! 그냥 여기서 해야겠다.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만큼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 했습니다. 이전에 한 곳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집에 오는 길이 너무 가벼워서 사진도 찍고 그랬습니다.


집 가는 길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그냥 길 가다가 사진을 찍었을까요..



근데 인쇄감리가 뭐냐고요?

인쇄 현장에서 색을 조정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요. 인쇄감리는 옵셋 인쇄를 할 때 주로 봅니다. 디지털 인쇄(인디고라고 보통 부르는)를 할 때는 표지 감리를 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는데요, 저는 안 해 봐서 잘 모르겠고 보통은 옵셋을 할 때 감리를 봅니다. 그냥 1도로 먹만 올릴 때는 잘 안 보지만 4도로 컬러를 올릴때는 보는 게 좋죠.


왜 컬러로 옵셋을 찍을 때 감리를 보냐면 말이죠...

옵셋 기계는 CMYK라는 4가지 색을 사용합니다. 이 네 가지로 정말 많은 색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네온빛이랄까 형광빛은 못 만듭니다. 아무리 디지털 상에서 RGB가 아니라 CMYK로 작업을 해도, 모니터 상으로 표현되는 그 쨍함을 인쇄기기가 따라가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옵셋으로 인쇄하면 톤이 다운된다는 말이 나오는 거죠.  감리를 볼 때는 이렇게 색의 차이가 생기는 부분을 조금 더 보정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청을 올려달라든가, 적을 올려달라든가... 할 수 있죠. 덧붙여서 인디고는 디지털인쇄이기 때문에, 형광색도 잘 표현됩니다.


그럼 인디고로 뽑으면 되지 않겠냐구요?

인디고는 200부 아래로 빨리 뽑을 때 가성비를 뽑을 수 있습니다. 그 이상부터는 값이 비싸져요.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없달까.... 근데 옵셋은 아닙니다. 옵셋은 300부  아래로...는 경제적이지 않고요. 그 이상부터는 많이 뽑을 수록 권당 제작단가가 줄어듭니다. 생각보다 많이요.


저는 그래서 음... 많이 뽑았습니다. 열심히 홍보할 일이 남았죠. 하하하하.




이제는 말할 수 있는 감리의 추억

윤전기와 함께. jpg(왼쪽 하단에 찍힌 게 접니다.)

감리를 볼때 감사하게도 인쇄소 담당자분이 같이 계셔 주었어요. 뭔가 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챙겨주시는 건 아니었지만, 존재만으로 굉장히 든든했답니다. 사실 이렇게 해주시는 인쇄소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나중에 얘기를 들은 건데, 제가 감리를 해봐서 기장님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크게 무리가 없어보여 딱히 나서지 않았던 거라고 합니다. 감리를 처음 하면 가끔 왜 내가 작업한 색과 뽑은 색이 이렇게 다른지 납득을 못하시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그걸 기장님이 설명을 해 주셔도 아무래도 쓰는 용어도 다르고 해서 잘 이야기가 안 되고요.


근데 제 입장에서는 윤전기 기장님이 일을 굉장히 잘해주셔서  오히려 ‘나 감리 왜 온 거지?’싶었어요. 가끔 값을 조정해달라고 말씀드리긴 했지만. 그 조정을 할 때마다 ‘아, 그래도 감리의 의의를 다하고 간다.’ 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좌측은 디지털인쇄 우측은 옵셋인쇄

제일 오래걸렸던 게 표지였습니다. 청록을 살리자니 사진에 영향을 주고, 사진을 살리자니 청록색 뒷표지가 영향을 받더라고요. 저는 샘플책을 가져갔는데 샘플의 저 느낌은 도저히 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살짝 아쉽긴 했습니다. 근데 어차피 유광에서 무광으로 코팅 방법도 바꿨으니 지금의 표지가 더 잘 어울릴 것 같긴 해요.


감리는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말리는 시간 빼면 168페이지를 감리하는데 4시간 좀 덜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많았고. 인쇄소 사장님부터 직원분들이 옆에 계셔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으니 더 좋았고요. 인쇄하러 왔다가 인쇄 배우고(+영업당하고) 집에 들어갔답니다.


아무튼 저로서는 즐거운 경험이었고요(감리가 즐거운 경험이 될 확률이 마냥 높진 않은데, 음...). 내일은 입고문의를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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