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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Oct 29. 2020

똑똑- 책 입고하러 온 작가입니다.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 독립출판 작업기 35편: 책 입고하기

어제는 독립서점 두 곳에 책을 배달 했습니다.

직접 입고보다 택배 입고(후 방문)를 선호한다고 해 놓고 또 어떻게 이렇게 말을 쓱 바꾸냐고요? 저도 입고 서점 스무 곳 중에 서너 곳은 직접 찾아갈 수도 있는 거죠. 기본적으로 독립서점 매우 좋아하는 걸요. 바빠서 모두 찾아가기 힘들 뿐이지. 늘 독립서점에 들어서면 사고 싶은 신간 리스트가 다 있습니다요.


어디갔던건지 독립서점 좀 안다 하시는 분들에겐 너무나 티나는... 장바구니의 상태. 그렇습니다. 저는 무엇보다책방과 지구불시착에 다녀왔습니다. 입고를 다녀온 건데 비우지 못하고 또 채워왔어요. 익숙하네요, 정말 이런 수순.


입고 책방 1. 무엇보다, 책방

일단 석촌호수 근처의 무엇보다 책방부터 이야기를 해보죠. 제가 이 책방에 직접 입고한 이유는 두가지였습니다. 첫번째는 잠실이라서 입니다. 저희집에서 한시간 남짓 걸리죠. 무척 가깝다는 뜻입니다(제가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이라는 책을 쓴 경기도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그리고 무엇보다 잠실을 갈 때마다 꼭 소풍가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좋아요. 나무도 많고. 책방 근처에 석촌호수가 있는데, 그쪽을 경유해서 가면 더 멀지만 그래도 그 옆을 걸어주는 유난스런 짓을 꼭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투데이북스 때부터(무엇보다책방은 과거 투데이북스였읍니다) 입고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어차피 이젠 지난민주일기 재고가 없어서 입고도 못하지만... 그래서 ‘꼭 입고 하고 싶다. 왠지 입고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오랫동안 품고 있었구요. 혹시 하고 입고요청을 넣었다가 입고승낙을 받고 매우 기분이 좋았답니다.


그리하여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은 무엇보다책방에 안착했습니다. 바로 옆에 제가 산 “이명옥회고록”이 눈에 띄는 군요. 개인적으로 독립출판제작 의뢰가 들어와서 그 레퍼런스를 찾아보려고 하다가 샀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도 이 책이 궁금하긴 했어요.


그리고 김종완 작가님의 신작 “생각이 방안을 돌아다녀”를 구매했습니다. 책방 가자마자 고민할 것도 없이 집어들었죠. 이동문학단상집이란 장르를 뻔뻔하게 내건 제가 김종완작가님 책을 안 살 순 없어요. 단상하면 김종완작가님 아니겠어요? 그래서 샀구요. 아껴 읽을 거예요.


입고 책방 2. 지구불시착

두번째로 간 곳은 태릉입구역 근처의 지구불시착입니다.지구불시착에는 지난민주일기가 있었는데요, 한 권만 남고 모두 없어졌습니다. 제가 가져갔거든요. 페어에서 팔겠다고요. 그러다가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고, 남은 지난민주일기와 함께 다시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결국엔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만 들고 갔습니다. 이제 지구불시착엔 지난민주일기가 단 한 권(!), 오직 한 권(!)이 남아 있습니다(홍보는 아니지만 그렇게 보인다면 눈치가 빠른 분이군요!).


사장님으로부터 책이 너무 좋다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지구불시착도 너무 멀리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면서. 무척 기분이 좋았지만. 따로 메일로 찾아뵙겠다고 말씀을 드리지 못하기도 했고. 그 뒤에 패키지 디자인 수업을 들으러 강남역에 부리나케 가야 해서, 수다를 다 떨지 못하고 우세계 작가님의 우아한 세계를 사들고 서점을 나섰습니다(사실 무엇보다 책방에도 우아한 세계가 있는데, 지구불시착에도 있을 거 같아서 안 샀...).


안 그래도 늦어서 부리나케 가는데, 자꾸 빨간불에 발길이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왜 꼭 이런날엔 이러지?’ 생각하다가. 멀리 석양이 예뻐서 사진을 찍으며 학원에 갔답니다. 작품명은 “멀어서 가까워지는 [석양]”정도 되겠군요. 입고하러 다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는 참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봐요...



사실 작가가 서점에 직접 입고를 하러 갈 때는...

메일이나 최소 디엠으로 언제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맞이해 달라 이런 의미는 아니고, 서점이 문을 닫고 있을 수도 있고, 서점 입장에서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면 좋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안 했죠. 가급적 저처럼 하지 마세요. 그냥 계속 택배로 보내니깐 뭔가 좀 기분이 숭숭하고, 어쩐지 책 사고 싶다고 막 거리로 나서고 그러시면... 서점에서 난감해 하실 수도 있어요. 바쁜 시간을 피해 약속을 잡고 찾아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로 삼는 현명한 작가가 됩시다.


지금까지 19곳의 서점에 입고 했습니다.


입고서점은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입니다.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이 누군가의 손에 가까워지려면 서점이 있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한 주에 입고 시킨 것처럼, 우체국 언니가 제 얼굴을 알아볼 만큼은, 자주 입고 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제주도 산방산아트북페어에 가서 멀어서 가까워지는 것들을 잘 팔 생각을 먼저 해야겠습니다. 갔다 온 뒤에 뵐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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