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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Mar 18. 2022

한눈에 들어오는
디지털 텍스트를 위한 섞어짜기

 브런치 에디터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좋은 폰트를 찾고 싶다고요? 텍스트를 더 잘 표현하는 방법도요? 이용제 활자 디자이너와 신민주 에디터가 함께 그 방법을 찾아봅니다. 첫째주와 셋째주 금요일마다 연재하는 좋은 폰트 가이드입니다.


섞어짜기를 논할때는 보통 한글에 영문을 병기하는 예를 많이 든다. 하지만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서로 다른 모양의 글자체를 한 지면에 쓰기만 해도 섞어짜기다. 즉 고딕과 명조를 함께 써도 섞어짜기이고, 본고딕 볼드와 레귤러를 같이 써도 섞어짜기라는 거다. 섞어짜기라는 표현만 생소한 거지 실상 문서작업을 할 때 늘 해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의식없이 섞을 때가 많은 만큼 과연 보기 좋은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필요는 있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글 섞어짜기를 다룬다. 영문과 한글을 섞어쓰는 방법(with 숫자)에 대해 주로 다뤘던 저번주에 이어 이번주는 <섞어짜기 한글판 - 디지털 문서편> 정도로 참고하길.



지금, 좋은폰트가이드에 적용된 섞어짜기(PC기준)


“제가 지난 인터뷰를 올리면서 생각해 봤는데, 저희 브런치에서도 섞어짜기가 이뤄지고 있는 거죠?”

“본고딕하고 나눔고딕이니까 섞어짜기죠. 같은 고딕양식이라도 서로 다른 모양이니까.”


그래서 교수님께 요청드렸다. 지금 이 글에서 진행되고 있는 섞어짜기가 이대로 괜찮은지 봐달라고. 


©오늘폰트


들어가기 전에 앞서... 브런치는 우리가 모든 서식을 제한없이 이용할 수 있는 에디터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해서 그로 인한 몇가지 미감상의 문제는 일부 감안하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낱말 사이가 너무 넓다든가 배경색이 적용이 너무 타이트하게 들어간다든가 같은 문제들. 특히 교수님은 낱말 사이가 아주 마음에 안 든다고. 넓어서 마치 토막낸 단어들이 돌아다니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브런치 관계자 분이 이걸 좀 보시고 조치를 취해주셨으면 좋겠다.



위계-이걸 먼저 보고 그 다음엔 저걸 보세요-를 위한 섞어짜기


일단 인터뷰에 들어간 스타일을 파악해 보는 게 먼저다. 단제목에는 따옴표로 크게 처리된 서식을 썼고, 소주제가 필요할 땐 본고딕 볼드로 두껍게 들어갔다. 본문은 본고딕이고 대화가 나올 땐 본고딕보다 살짝 몸집이 크고 글자가 까맣게 올라오는 나눔고딕을 썼다. 단제목이 가장 먼저 보이고, 그 다음 소주제가 보이고, 그 뒤에 본문이 보이지만, 간간히 사람의 말이 툭툭 튀어나와 보이길 바랐으니까. 


“위계를 주려고 했다는 거죠?”


교수님은 취지에 공감하면서 당신의 작업 방식을 부연 설명해 주셨다. 가령 설명글이 주가 되어 본문을 구성하고 있을 때 대화나, 인용, 독백 같은 것이 들어간다면 분명히 다른 목소리나 톤으로 전달 되어야 한다. 본문과는 다른 서식으로 이를 구분짓는 게 좋다. 시각적인 위계가 느껴지면 읽는 사람에게 조금 더 수월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너무 복잡해지지 않는 선에서 하는 게 좋다.


“복잡해지지 않는지 어떤지는 무엇을 보고 판단하면 될까요?”

“한 화면 기준으로 넣을 수 있는 요소는 3개가 맥시멈이라고 생각해요.”


질문은 박스로 넣어 들여 썼고, 대답은 말하는 이의 이름에 볼드를 준뒤 첫행만 들여썼다. ©오늘폰트


예를들어 한 화면 여기저기에 색을 주고 밑줄에, 볼드처리에, 프레임도 넣었다면 정신이 없어지니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도 정도를 잘 생각해서 해야하는데, (1) 색의 농도를 조절해서 같은 회색이라도 더하거나 빼고 (2) 폰트 굵기를 바꾸거나 (3) 글자 크기를 조절하는 걸로도 충분히 정돈된 글을 보여줄 수 있다. 결국 정리하자면 너무 팍팍 눈에 띄게 하겠다고 차이를 주는 것보다는 은근한 차이를 써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독자를 가이드 할 수 있는 게 좋겠다는 거지(어렵겠지만…).


“대화에 적용할 수 있는 나눔고딕 외의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볼까요?”


교수님의 요청으로 대화내용을 끌어올 때 적용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폰트 선택지는 본고딕, 나눔명조, 나눔고딕, 나눔바른고딕이 있었다. 그 외에 글자에 색을 넣거나, 밑줄을 긋거나, 뒷배경을 까는 것이 가능하고 인용구 처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럼 나눔명조를 한 번 적용해볼까요?”

“왜 명조예요?”

“세리프(부리)가 있는 글자가 조금 더 인간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인상이니까요.”


나눔명조를 적용하니, 내 눈에는 글자가 너무 작아 보였다. 눈에 잘 보이진 않을 것 같달까. 교수님께서는 의도대로 쓰고 싶다면 명조를 키워서 쓰면 좋을 것이라고 하셨지만, 브런치는 글자크기 변경을 지원해 주지 않으니 패스. 


크기 조절을 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폰트


좀 더 강조를 주기 위해 밑줄을 달아 보았으나 글자 바로 아래에 너무 붙는데다가, 약간 회빛이 도는 글자색과는 다른 그냥 쌩 검정(#000000)값이라서 또 글자가 얼룩져 보인다고 패스. 볼드는 너무 뭉쳐서 패스다.


“볼드요. 사실 제가 2회차때 인용구에 볼드를 줘서 써봤거든요. 너무 무거운 것 같아서 다음 화에선 뺐어요. 근데 교수님은 왜 볼드를 쓰는 걸 반대하셨나요?”

“볼드의 글자체들은 획의 간격 조정이 안 되어서 뭉쳐보여요. 저는 여기서가 아니라 어디서라도 볼드처리를 권하지 않아요.”


대화글에 볼드를 준 경우와 아닌 경우 ©오늘폰트

보통 온라인 게시판에서 글을 쓰게 될 경우, 기본(레귤러) 폰트에 볼드 처리를 하면 그 폰트의 볼드체가 올라오게 된다. 교수님은 그런 볼드체들 중 잘 그려진게 많지 않음을 지적했다. 패밀리 폰트들은 대체로 레귤러부터 만들기 때문이다. 해서 레귤러는 그래도 가장 공을 들이기에 쓸 수 있는 게 많은데, 그걸 본따 만든 다른 굵기의 폰트들은 인위적이고 어색해 보일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애초에 두꺼운 글자를 쓸 거면 두꺼운 굵기의 폰트를 찾거나, 아니면 괜찮은 폰트패밀리를 잘 찾아서 쓸 수 있는 눈썰미를 기르거나… 두 길이 있겠다.



어쩌면 장애물이지만 어쩌면 보호인 브런치의 서식 제한


“글자 색이나 크기는 따로 지정을 할 수 없는데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네, 그냥 본고딕 쓰면 저렇게 회색으로 보여요. 크기 조절은 애초에 안 되고요.”

“신기하네. 장치를 해둔 거 같아요. 자유도를 낮추는 대신 무슨 짓을 해도 크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게.”


처음 교수님은 글자에 적용된 서식이 각자 달라 보인다는 걸 먼저 이야기했다. 사실 나도 그 점 때문에 회색으로 조금 더 후진 되어 보이는 본고딕을 본문에 쓴 것이고, 짙게 보이는 나눔고딕을 대화체에 쓴 거였다. 더 튀어 나와 보이라고. 그런 요소들은 잘 살펴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 제한된 자유 안에서 저마다의 조합을 생각해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점검이 끝났다. 한때 교수님께 왜 브런치를 안쓰시냐고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하셨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플랫폼에서 뭘 하려고 하면 제약이 너무 많다고. 나는 솔직히 ‘에이, 그래도 그렇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인터뷰를 하고 나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자를 보고 쓰는 게 업인 분들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모양이다(그래서 다음엔 교수님이 섞어짜기를 할 땐 어떻게 폰트를 고르는지 여쭤보기로 했다). 교수님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도 한글로 섞어 짤 일이 많으니 글을 깔끔하게 보여줘야 할 때 힌트가 되길 바란다.


인터뷰 이용제 활자 디자이너

정리 신민주 에디터

디자인 김민기 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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