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주 May 06. 2022

무료폰트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 도움말

좋은 폰트를 찾고 싶다고요? 텍스트를 더 잘 표현하는 방법도요? 이용제 활자 디자이너와 신민주 에디터가 함께 그 방법을 찾아봅니다. 첫째주와 셋째주 금요일마다 연재하는 좋은 폰트 가이드입니다.


구글 검색창에 ‘폰트’를 치면 뭐가 가장 먼저 나올까? 정답은 상업용 무료 폰트 사이트, 눈누다. 그 아래로도 빽빽히 무료폰트 사이트가 노출된다. 그만큼 사용자들이 무료폰트를 자주 찾는다는 증거다. 많은 사람들이 쓰고 추천하는 만큼 익숙하고, 받아서 쓰기 편하고, 비용이 들지 않으니까. 


나도 무료폰트를 쓸 때가 있다. 요청에 의해 쓰기도 하고, 이것 저것 후보를 추려 보다가 이게 제일 괜찮겠다 싶었는데 그게 무료인 경우도 있다. 때때로 유료든 무료든 잘쓰면 장땡 아닌가 싶기도 하다. 긴글에 적용할 때는 ‘역시 돈이 좋구나…’ 생각할 때가 많지만, 조건이 맞을 땐 무료도 잘 쓸 수 있으니까. 그러니 이번에는 폰트시장을 형성하는 한 축이자 사람들에게도 널리 쓰이는 무료 폰트에 대해 교수님께 물어보고 궁금증을 해소해 보기로 했다.


*이글은 당신이 시각적으로 멋진 결과물을 만들고 싶을 때 유의미 하다는 것을 밝혀 둔다. 아니라면 이걸 볼필요가 없다. 그냥 쓰고 싶은 걸 써라.



‘잘 만들고 싶다'고 하는 당신을 위한 무료폰트 지침

인간은 오타를 봐도 맥락에 맞게 받아들이는 자체 첨삭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글자가 살짝 삐뚤어진 정도로는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걸 반복하면 피로해지는 게 문제지.

그 유명한 에어비엔비체, 여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이정도의 글자를 해독하는 건 일도 아니다. ©오늘폰트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디테일하게 글자모양을 보곤 어디가 굵다, 가늘다, 기울었다, 튀어나왔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글을 읽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문제는 이 글을 읽는 당신처럼 아름다운 글, 아름다운 디자인적 결과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글자의 조형을 보고 ‘어울리네, 안 어울리네, 더 알맞은 게 있었을텐데 아쉽네, 어쩌네’하는 눈을 가졌다는 거다.


그래서 거두절미하고, 교수님은 '오래두고 읽어야 하는 글이나 고정된 인쇄물에 쓸 글자를 찾을 때는 무료폰트사용을 지양하는 게 좋다'고 딱 잘라 말하시긴 했다. 특히 디자인적으로 조형미가 있어야 하거나, 균형이 잘 잡힌 글자를 써야 한다면, 그때도 역시 무료폰트에서 글자를 찾지 않는 걸 추천한다고.


물론 무료폰트를 추천하는 채널이나, 무료폰트를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는 ‘가독성'과 ‘현대적인 조형미’ 운운할 것이다. 그건 순전히 무료폰트의 세계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거지 전체 폰트 시장에서 그럴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내가 그랬다).



왜 무료와 유료는 다를까?

무료폰트를 유료폰트만큼 돈을 들여 만드는 회사는 거의 없을 거다(네이버나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이라면 또 모를까). 인풋이 다르면 당연히 아웃풋도 다른게 맞겠지만… 그래도 폰트는 뭔가 예술적인 결과물이니까 적은 돈을 들이고도 더 아름다운게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써보면서 ‘음, 그건 아니군. 역시 돈 값을 하는 군.’ 알게 됐지만 ‘써보면 다릅니다’ 같은 말을 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교수님께 물어보고, 납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결론만 말하자면, 적은 인원이 적은 제작비용과 짧은 제작기간 안에 폰트를 찍어내야 해서다.


하나의 폰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 글자는 3,500자 정도가 된다(한글 2,350자 + 라틴과 기호 1,200자). 하지만 대체로 폰트를 의뢰하는 회사에서는 현대 국어에서 쓸 수 있는 모든 글을 다 표현해야 하기에 11,172자를 그려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다. 이때 무료폰트의 제작기간은 대체로 6개월 정도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교수님이 운영하는 활자공간을 기준으로 폰트 하나를 만들 때 들이는 시간이 최소 1년 반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매우 타이트한 기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작업 기간이 짧아지면 가격은 그만큼 높게 형성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인력이나 기술을 더 투입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무료폰트를 제작할 때 폰트 회사가 받는 돈은 유료폰트를 제작할 때보다 몇갑절 적게 형성 되어 있다(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따라서 투입 인원이 줄어들거나, 연차가 짧은 사람이 작업할 수 밖에 없다. 시간도 없고 투입 인원도 적으니 만 몇자를 균형을 생각해 가며 한땀한땀 그릴 수도 없다. 그래서 자소를 그려 레고처럼 글자를 붙여 만드는 조합식 폰트 방식으로 뚝딱 만드는 경우가 많다. 결국 구조적인 부분에서부터 유료폰트와 무료폰트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 환경에 놓이는 거다.


©오늘폰트



주의! 조합식 폰트가 나쁘거나 품질이 낮다는 게 아니다


“조합 폰트라는 방식 자체가 나쁘다는 건가요?
“규칙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다르죠. 오해할까봐 하는 말이지만 모든 획을 다 그리는 게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자 하는 글자의 모양에 따라서는 조합해서 만드는 게 좋을 때도 있죠."


©오늘폰트

“이런 폰트는 오히려 조합해서 만드는 게 좋아요. 이걸 한 자 한 자 다 그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초성, 중성, 종성자리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글자 자소를 자동으로 조합해 주는 게 조합식 폰트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이다. 이때 자리마다 글자의 모양이 달라져야 하고('지', '주'에서 ㅈ의 모양이 다르듯이), 어떻게 모이느냐, 어떤 모음과 자음이 함께 쓰이냐에 따라서도 속공간을 다르게 지정해야 한다('아'와 '어'에서 ㅇ과 모음사이의 간격이 다르듯이). 그러니 단순히 넣기만 한다고 자연스러운 글자가 나오진 않는다. 조합해서 글자를 만들 때도 나름의 규칙을 설정해서 넣어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 무료폰트는 자소를 그린 뒤 꼼꼼히 새로운 조합 규칙을 적용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교수님은 무료폰트는 다 비슷하게 생겼다고, 딱 보고 이건 무료네 아니네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빨리 만든 폰트는 티가 난다고…그건 다음 회차에 좀 더 자세히 이미지와 함께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덮어놓고 쓰지 말라는 건 아니다.


©오늘폰트

때론 그 글자체가 가진 표현이 좋아서, 결과물에도 잘 어울릴 거 같아서 무료폰트를 써보고 싶을 때가 있다. 잘 어울리면 쓰면 된다. 그래도 고민이 된다면, 이런 글에 쓸 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ㄱ. 휘발성이 강한 글

정보를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전달할 때. 느낌적인 느낌만 이미지로 전달하고 사라져도 괜찮을 때. 예를 들면 유튜브 영상 자막. 아니면 특정 기간동안 눈에 띄는 것이 목적인 프로모션 전단지도 해당된다. 


ㄴ. 짧아서 문자를 골라쓸 수 있는 글

또 오래 기록된다고 하더라도 균형이 깨진 글자를 피해 쓸 수 있는 짧은 단어나 문구에 폰트를 올린다면 그것도 괜찮다(준비물: 균형이 깨진 글자를 피해 쓸 수 있는 멋진 눈…). 


“그럼 인스타그램은요? 인스타그램에도 글자 쓰잖아요. 그건 기록이 남는 거 아닌가요?”
“누가 아래까지 다 봐요. 그것도 다 지나가는 거지.”


-라고 한다. 하긴 나도 쌓여 있으면 안 보겠다. 위에만 좀 보겠지. 인스타그램 이미지에 줄글을 넣을 일도 많지 않고.



디자인을 신경쓰는 당신이 무료폰트를 쓴다면 적어도 이정도는…

“그럼 무료폰트를 책에는 쓰지 말라는 건가요? 너무 제한적인데요.”
공짜라서 쓰지 말라는 거지, 무료폰트가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여러 글꼴과 비교해서 어울리면 쓰라는 거죠.”


무료든 유료든 어차피 다 폰트다. 글자에 올리기 위한 폰트를 고를 때는 그에 맞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겠다고 말하는 당신이라면. 그게 골자다. 몇 포인트로, 어느정도의 글 줄 길이로, 회색농도가 어느정도로 올라오는지, 멀리서 봤을 때 글자가 까맣게 뭉치는 곳이 없는지, 직접 몇가지 후보들을 넣어 보고 고른다면 그게 무료든 유료든 알 게 뭔가. 조건을 만족하면서 잘 읽히고 어울린다면 써야지.


점이 찍힌 부분은 상대적으로 글줄에서 뭉치는 부분이다 ©오늘폰트


*글자를 고를 때 무엇을 봐야할 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무난하지 않으면서 가독성 좋은 폰트는 없을까?]에서 “새로운 글자를 써보고 싶을 땐 뭘 어떻게 확인해 보면 좋을까요?” 단락을 참조할 것


교수님의 말을 종합하면, ‘이거? 예뻐서.’로는 디자인을 한다고 볼 수 없고, ‘이 환경에 이 글자체가 적합한가'를 고려해야 비로소 디자인적 접근을 한 것이라는 결론이 난다. 지금 이 글만 봐서는 솔직히 그게 그렇게 큰 차이가 있겠냐 싶겠지만, 원래 그렇게하는 게 맞다. 직접 대놓고 비교를 해 보면 더 좋은 걸 찾을 수 밖에 없을 거다. 당신이 찾고자 한다면.


자, 그럼 이젠 이런 질문이 남는다. 빠르게 만들어졌다고 생각이 드는 무료폰트의 형태적 특징은 무엇이고, 그 와중에도 교수님이 봤을 때 이건 좀 신경써서 만들었다 싶은 것은 무엇인지, 충분한 시간과 가격을 들여 만든 무료폰트를 알아볼 방법은 없는지. 그건 다음 회차에 다루겠다. 



이글을 쓰면서 참 초심자는 폰트를 잘 골라 쓰기도, 자기가 만들고 싶은 폰트를 시간을 들여 멋지게 만들기도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 “저는 디자인을 잘 하고 싶어욧!”하고 말하는 누군가가, 무료와 유료폰트를 다 늘어놓고서 비교하고 써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까지는 시간과 돈이 들테니까. 그러니까 어도비에 있는 폰트쓰라고 그러는 거겠지. 양도 질도 가격도 합리적이니까.


무엇보다 조형을 생각해 글자를 그리고 싶은 어느 새내기 폰트 제작자도, 제약이 있는 상황 안에서 무료나 유료폰트를 만들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산물을 무료라고 막쓰지 말고, 유료라고 안 쓰지 말고 상황에 맞게 쓰는 게 현명하지 않나 싶다.


인터뷰 이용제 활자 디자이너

정리 신민주 에디터

디자인 김민기 그래픽 디자이너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비교해 보고 쓸 수 있는 폰트 서비스를 구경해 보시죠  ☞ 오늘폰트
매거진의 이전글 타이포그래피가 처음이라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