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4: PLAYLIST 브랜딩
브랜드에 소리를 넣으면(Fill)
사람들은 그 브랜드를 느끼게(Feel) 됩니다.
음악은 상품, 서비스, 개인,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브랜딩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경쾌함, 즐거움, 발랄함, 진지함, 슬픔, 중후함 모든 걸 표현하고 느끼게 할 수 있기에, 아주 빠르게 브랜드를 각인 시킬 수 있죠. 예컨데 사운드 로고도 있잖아요. 넷플리의 트둠(비장)이라든가. 맥도날드의 따라따따따(경쾌)라든가.
하지만 사운드 로고나 CM송 같은 건 굉장히 전통적인 방식의 음악 브랜딩일 거고, 제가 생각했을 때 최근 가장 주목해 볼만한 건 플레이리스트 같습니다. 기업이 자신들의 페르소나에 맞는 무드를 전하거나 서비스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만들어 공유하는 방식이죠. 구독자들은 고민할 필요 없이 자기가 원하는 감성을 찾아 들을 수 있고요. 이런 플레이리스트들은 대체로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에서 볼 수 있는데요. 다른 분들이 정리를 많이 해주셔서(출처에 넣어놨습니다) 간단히 국내 사례 딱 두개만 짚고 넘어갈게요.
바나나맛우유 안녕단지 채널에서도 플레이리스트를 올립니다. 상당히 귀여운 일러스트와 가사들이 바나나맛 우유의 감성을 잘 전해주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엄청 활발하게 올리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플레이리스트 채널 보다 훨씬 좋은 댓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단지 팬들 눈 감아) '단지'라는 BJ가 있는 느낌? 실제로 채널 운영 쪽에서 소통을 하려는 느낌이 많이 들고요. 이 안에서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느낌, 예를 들면 친근감, 귀여움, 발랄함, 공감, 부드러움, 상쾌함, 말랑말랑함 뭐 그런 느낌들을 정말 잘 살려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미 유명한 분이죠(머쓱). 사진을 보여주기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한 채널 '리플레이' 입니다.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에 맞는 곡을 선곡해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올리고 있죠. 구독자는 52.8만명, 결코 적지 않고요. 오롤리데이, 현대백화점 등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했습니다. 공간을 사진에 담아, 음악을 올려 플레이리스트로 만들면 사람들이 그 전시를 알고, 관심을 갖고, 그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내게 필요한 정보이거나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콘텐츠라면 광고라도 상관 없는 법이니까.
저는 특히 이 분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게, 플레이리스트가 보통 저작권 때문에 수익을 낼 수가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자기의 콘텐츠나 서비스를 알리는 용도로서 음악을 활용하는 경우, 수익을 고민할 필요는 없는 거죠(물론 채널 운영자 분은 대기업 마케터지만...). 와디즈 펀딩도 성공한 걸로 알고요.
뭐, 사실 예전이라고 좋아하는 곡을 리스트 업해서 공유하는 행위를 사람들이 안 한 건 아닙니다. 테이프에 곡 녹음해서 팔기도 했고. 직접 만들어서 주기도 했죠. 좋은 건 나누게 되니까.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가 DJ가 될 수 있는 세상이라서, 브랜딩 측면에서의 플레이리스트가 가진 영향력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채널만들기, 얼마나 쉽습니까. 개인이 자기 브랜드를, 예컨데 공간이나 시각적인 어떤 생산물, 또는 서비스를 함께 엮어서 보여주기도 좋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느낌'이 중요한 상품과 서비스라면 음악과 결합했을 때의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맥락에 맞아야 하고 그 맥락이 사람들에게 발견될 수 있는, 눈길을 끄는 썸네일과 제목으로 존재해야겠죠.
앞으로 더더욱 누구나 쉽게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제 생각에 좀 더 확신을 주는 서비스가 하나 출시되기도 했는데요. 바로 아마존 'Amp'입니다.
지난 3월 누구나 실시간으로 라디오 DJ가 될 수 있는 서비스 Amp가 출시 되었어요. 이를 통하면 DJ와 청취자 모두가 다른 서비스에 가입할 필요 없이, 유니버셜, 소니, 워너 등에서 유통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사실 좀 쉽게 얘기하면 음악 선곡해주고, 곡에 대한 이야기도 풀고, 클럽하우스처럼 청취자와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나눌 수 있는 채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음원 저작권 고민할 필요 없이요.
*일단 지금은 몇몇 인플루언서들에게만 문을 열어 놓고 반응을 봐서 정식으로 오픈 할 것 같습니다.
아마존이 이런 서비스를 런칭한 것에는 구독서비스 강화와 알렉사 사용성 높이기 등등이 있겠습니다만, 국내에 바로 적용되기엔 아직 먼 얘기같이 느껴지긴 하죠. 그러나 어쨌든 이런 채널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점점 개인이나 기업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맞춤형 알고리즘은 더 강화되겠죠. 우리의 입맛에 맞는, 마치 아주 예전부터 나를 알아왔던 사람처럼 내게 맞춰서 곡을 선곡해 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불시의 상황에(예컨데 어느밤 전남친으로 부터 '자니' 카톡을 받았다든가, 새로 들어온 신입이 또라이라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중이라거나, 갑자기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엄청 우울해진다거나) 놓이기 쉽습니다. 그럴 땐 맞춤형 알고리즘 같은 건 의지할 수 없어요. 걔들은 내 과거만 알지, 내 지금을 모르죠. 내 마음을 채워줄 감성을 나만 안다면? 이젠 찾아가야죠, 플레이리스트를. 그래서 저는 맞춤형 알고리즘이 집밥이라면, 플레이리스트는 외식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브랜드 측면에서 음악으로 할 얘기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무튼 나는 음악도 하고 싶으니까, 헤매도 이 분야에서 헤매고 싶다는 마음으로 처음 이 브랜드 스터디를 시작한 건데... 그 고민은 정말 기우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특히 리플레이를 롱블랙에서 인터뷰한 것도 읽어 봤는데, 제목을 정할 때는 '디테일한 상황설정이 중요하다'는 말이 참 와 닿더라고요. '비 내릴 때 들으면 좋은 노래' 보다 '창 밖엔 비가 내리고 우린 와인을 마시고 있어'가 더욱 와 닿는다는 거죠. 아무래도 상황이 그려지니까요.
제 책에 자작곡을 넣으려는 입장에선 '글과 음악을 결합할 때 정말 중요한 인사이트'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곡은 분위기, 혹은 대사가 될 수 있고. 글은 상황을 설명해 주면 참 잘 맞겠다는 거죠. 그런데 음악도 가사가 많고, 글도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많다면 어떨까...? 정신이 없겠죠. 그런데 반대로 음악으로는 분위기와 상황(바람이든 잔에 물을 따르는 소리든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든 넣을 수 있으니까요)을 지정해주고, 글은 대사를 전한다면 또 그것도 말이 될 거예요. 결국 어디에 무엇을 넣어줄 것이냐. 어떻게 주고 받게 만들것이냐. 그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브랜드의 측면에서도 이런 합을 잘 맞춰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좋겠죠. 기본적으로 광고 같아 보이지 않게. 고집있고 단단하고 완성도 있게. 그래야 브랜드를 보고 '오... 좀, 매력적인데?'라는 느낌을 사람들이 받을 수 있겠죠. 그 안에 어떤 페르소나를 녹여내든, 어떤 서비스를 보여주든!
자료 출처
플레이리스트가 만드는 ‘취향의 공동체’···MZ세대가 유튜브로 음악 듣는 이유
플레이리스트로 마케팅을 한다고?
[구독자 47만 뮤직 플레이리스트 '리플레이'] 롱블랙 인터뷰 요약
음원 수천만 곡 풀어 누구나 라디오DJ 하라는 아마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