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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Apr 09. 2016

화요일 휴무는 몰랐죠ㅜ, 파주 헤이리

헤이리 각 공간의 휴무일은 사전에 꼭 찾아보고 가야 합니다!!!



ㄱ. '얼마나 예쁠까', 설레던 방문 전날.

진남관 이후로 '여행 거의 직전에 탐색하고 발견하고 경험하는 재미'에 빠져들어서, 파주로 향하기 전날, 숙소에서 자기 직전에 정보검색을 해보며 꼭 가보고 싶은 곳을 선정했다.

그러면서 정말 아쉬움을 느꼈던, 너무너무 아쉬웠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타임앤블레이드 박물관'을 관람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시계와 칼 모두 내가 좋아하는 물품들이다.)


여러 블로그에 '남자아이/남자들이 좋아할 만한'이라고만 소개되어있었지만, 그 소개글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4~5살에도 요술봉보다도 장난감 칼을 차고 동네를 활보하고, 세일러문 인형보다는 k캅스 등의 로보트를, 소꿉놀이를 할 때도 주부가 아닌 역할을 하던 나. 이 전까지는 '이런 내가 예외적인 걸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예외인 것이 아니라, 사람을 구분지어 그 틀을 벗어나면 '예외'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을 대하는 바른 방식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한다.


아, 잠시 딴길로 새버렸다ㅋㅋㅋ

타임앤블레이드 박물관은 소개 글을 보면서 꼭 가보고싶단 생각을 했지만, 화요일에 휴관을 하는 관계로 가볼 수가 없었다 ㅜㅜ 웬만하면 월요일에 휴관을 하는데, 참 특이하다 아쉽다는 생각을 한 가득 했다.



ㄴ. 교과서 수 마디의 설명보다 '한 번의 경험'이 짱!

내가 알기로, 지리적으로 보면 파주가 내 거주지역에서도 그리 먼 편은 아닌데, 자가용 없이 찾아가려면 꽤 복잡하다. 갈아타고 갈아타고 갈아타고. 최소 네 번은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버스 한 번으로 갈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해서 정보검색을 좀 해보니 웬만하면 버스 한 대로 다 이동이 가능했다. ㅜㅜ부러웠다. 처음으로 서울살이가 부러워졌다.

이 여행을 하면서 '이동시간'에 대해 '아낄 수 있으면 아끼는 게 좋은. 일상의 한 단면보다는 절약 가능한 시간으로 여기는 것이 좋을'시간이라고 생각케 되었기 때문에, 정말 부러워졌다.

'서울은 교통의 요지'라는 몇 줄의 글보다 직접 경험해보니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학교만 왔다갔다해보면 잘 모를 수 있다.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며 얻는 경험은 역시 참 생생하고 기억에 잘 남는다 ^^


이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덧붙여본다.

나는 동대문역 부근에서 출발했는데, 평일이라 직장인들의 바쁜 걸음 속에서 움직였다. 그 속에서 괜히 으쓱해 있었다. 'ㅎㅎ 대학생의 좋은 점이 이것이로구나! 중고등학생 때는 방학이 있더라도 돌아다니기 그리 쉽지는 않고, 직장인은 방학이 없고. 대학생이 이래서 좋다는 거구나!' 남들 다 바빠보이는데 혼자 논다는 생각에 괜히 더 신났다ㅋㅋㅋㅋ



ㄷ. 갔던 곳, 순서대로 나열해보기.

마을 진입! --> 못난이유원지->한국근현대사박물관->(인사동 비스무리 건축물 유랑하기)->농부로부터(유기농 농산물 가게)->마을 유랑->미담인(나무도장만들기 체험)->식사 --> 마을을 나서다.



ㄹ. 작품을 대하는 나의 자세 반성
: '농부로부터'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다.

'농부로부터' 구경은 사실,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는 '인사동 쌈지길 비스무리하게 생긴'건축물을 이리저리 유랑하다보니 캘리그라피로 따듯한 느낌으로 써 있는 '농부로부터' 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고,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우리 동네 농부들'이 생각났고, 고등학생 때 활동했던 4H도 생각나고(스카우트는 안 해봤지만, 그것의 우리나라 농촌 버전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들어가본 가게였다.

'한국근현대사박물관'외부에 전시되어 있는 비. 4H는 이런 느낌이다ㅋㅋ

평소에 익히 가던 마트 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였지만(워낙 SSM이 많이 보이다보니, 이젠 큰 규모의 마트가 더 익숙해졌다. SSM?_슈퍼슈퍼마켓. 예를 들면 이마트 에브리데이.)가게 안에는 꽤 많은 상품들이 있었고, 차근차근 구경을 해보니 진짜 싱싱해보였다.


나는 나의 기관지를 위하여~ 도라지차를 골라들었고, 잠시 자리를 비우셨는지 안보이는 캐셔를 기다리며 계산대 아래쪽의 엽서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꽤 맘에 드는 엽서 디자인들이 몇 있어서 이것저것 '무료 팜플렛 쇼핑'하듯이 골라들다 보니 어느덧 캐셔분이 오셨고, 계산을 도와주셨다.


그리고, 나는 계산 중 엽서가격이 추가되는 걸 보며 당황했다.

부끄러움을 느꼈다.



왜 나는 디자인된 엽서를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하고 집어들었던 걸까.

평소에 '예술작품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해. 경제적으로도! / 예술가들, 크리에이터들에게 너무 재능기부를 바라는 것은 옳지 않아! 그들의 능력을 경제적으로도 보상해줘야 해!'라고 주장하며, '나는 그렇게 대하고 있어!'라고 여겼지만 아니라는 게 확 드러났다. 너무 부끄러웠다.


집어들었던 엽서 중 몇 가지는 내려놓고 몇 가지를 골라들어 계산하고 가게를 나섰다.

농부로부터 가게에서 건물 내부가 아닌 외부로 통하는 문으로 나왔더니, 넓은 공터에 야외공연장이 있는 공간이 나왔다. 마침, 겨울이지만 햇볕이 쨍쨍해 따사롭기에 벤치에 앉아서 사들고 나온 도라지차 봉지와 엽서 몇 장을 만지작거리면서 반성을 했다.


나는 내가 옳게 행동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 이런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확 드러난다.

정말 뼛속부터 창작자들의 권리와 능력을 인정하는 인간이 되자고 다짐했다.

'당연한'것은 댓가를 지불하는 것, 무료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말 감사한 것'!



ㅁ. 가장 맘에 들었던 한 곳, '한국근현대사박물관'.

비슷한 이름/주제의 전시관이 몇 곳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이 곳만 들렀는데, 정말 좋았다.


지하부터 지상까지의 건물 내부에 옛(엄마아빠 어리실 때) 골목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 생생한 곳이었다. 안내 문구도 있는데, '진짜 옛날 물건들을 전시한 거라, 옛날 냄새가 납니다'라고. 정말 냄새가 난다. 그리고, 내 경우에는 겨울여행을 갔던 거라 폭신한 머플러를 들고(가방에 넣고)관람했는데, 건물에 들어와서 잠깐 매고 있던 사이에 옛 냄새가 다 배어서 귀가 중 굉장히 웃겼다. '내게서 이런 냄새가 나다니!!! ㅋㅋㅋㅋ'

진짜 옛날 냄새 난다. 전시물에서 나는 게 끝이 아니다. 공간 전체가 그냥 옛 공간같다. 그 시대에 시간이 딱 멈춰 있는 느낌.


검정고무신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아 흥미롭고 재밌었다. 그리고 '아 이런게 아날로그구나'하고 느꼈다. 타자기, 만화방(사실, 만화방은 유치원~초등학교 다닐 즈음 나도 본 적 있다), 레코드사 등을 보면서.


옛 골목, 교실 등의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어서 셀카로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었는데, 귀가 후에 가족들에게 자랑하며 보니 뭔가 이상했다. 어머니께서 "ㅋㅋㅋㅋ 어머 우리 딸, 너무 잘어울린다. 저 배경이랑."하시며 웃으셨고, '바로 그 점이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왜 잘 어울리는 걸까? "시대를 잘못 타고 난걸까요? ㅋㅋㅋㅋㅋ"하며 같이 웃었다. 어쩐지 포근함이 맘에 들더라니, 옛 냄새도 역하지 않더라니. 내 스타일을 제대로 누린 것이었군.


덧붙여서, 이 박물관은 화장실마저 박물관스럽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매우 놀랐다. 거울도, 벽 선반에 있는 요강도 다 전시물의 일부였다. ㅋㅋㅋㅋㅋㅋ '이건 뭐, 체험의 끝판왕이군.'하며 내심 칸막이 문을 여는 게 두렵기도 했다. 설마 재래식은 아니겠지, 거기까지 리얼리티를 추구하진 않았겠지 하면서. 다행히 수세식 양변기였다 ㅋㅋㅋ


아쉬운 점도 한 가지 기억난다.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고, 내 결정과 행동에 대해서.

내심 교련복을 입어보고 싶었지만, 망설이다 입어보지 않고 고등학생 모자만 쓴 채 사진을 찍었다. 다음번에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은 건 꼭 다 해봐야지. 귀가 중에, 그리고 지금 글을 쓰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ㅂ. 세렌디피티, 이번 여행의 마무리 문구를 발견하다!
화장실 칸 안에서ㅋㅋㅋ

칸막이 문 안쪽에 있는 문구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이 '여수-파주 여행'을 위한 문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꼭 여행기 에필로그에 써두고 싶었다. 여행 노트에도 적어뒀고, 이젠 이 여행기에도 적어둬야지.


송년_박재규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날들을 보낼 때

더 나은 사랑의

날들이 시작된다.


나는 여수-파주 여행을 통해 진심을 다해/열심히 살았던 2015년의 사랑했던 날들을 보냈다.

귀가 중, 이 문구를 찍은 사진과 여행 중 찍었던 사진/영상, 썼던 글들을 계속 돌려보면서 더 멋지고 사랑스러운 2016년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졌다.


어느덧 4월 초, 이 마무리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느끼기로는? '정말 그런 2016년을 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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