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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Feb 20. 2016

영화보다는 차분하고 단촐했던, '노베첸토'

음악극]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라는 영화, 그 영화와 내용 =.

포스터 속 이미지는 배의 둥근 유리창으로 본, 배 밖의 풍경이다.

영화 속 1900, 극 속 노베첸토가 가장 많이 본 모습이 바로 저 이미지였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어린 1900이 저렇게 생긴 창에 붙어 밖을 보는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이 그려져, 포스터만 봐도 지잉~하고 울림이 전해진다.


2014년 여름.


이 글을 쓰기 전, 내가 본 이 '음악극 노베첸토'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 전에는 작품의 원작이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알고보니 영화와 이 음악극의 원작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바르코의 첫 희곡, '노베첸토'.


ㄱ. 예매 이유?:
영화의 감동을 어떻게 전해줄까 궁금해서.

이 영화를 중학교 과제로 봤었다. 도덕선생님의 과제, 3개의 영화를 보고 각각에 대한 감상을 몇 줄 이상 써오는 것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피아니스트의 전설'이었다.

나는 3개의 과제영화들 중에서 유독 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1900)에게 깊이 공감을 했고, 이해를 했으며, 그래서 주체못 할 정도로 펑펑울었다. 영화 보면서 어우으으으으어어엉엉하고 울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흑흑하고 운 적은 있지만, 정말 오열하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내용과 음악, 분위기가 마음에 들고 주인공에게 깊이 공감해서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엉엉펑펑 울었다.

그렇게 깊은 감동으로 마음에 울림을 줬던 영화, 이 영화와 같은 내용의 극이 올라간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얼른 일정을 확인했다.


당시에 공연 준비(내가 올리는)를 하느라 내게 시간이 맞는 날이 딱 하루, 딱 한 타임 뿐이었다. 그것도 연습 바로 전 시간이라서 공연을 보고 나와서 달려서 버스와 전철을 타고 또 달려야 지각을 안 할 것 같았다.

너무 이 공연이 보고싶어서,

연습에서는 시간이 금이니까(어디에서든 뭘하든 마찬가지겠지), 지각은 절대 안 할거야! 하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하고, 그러니까, 공연장 나와서부터 계속 달릴 각오를 하고 예매했던 공연이다.


결과: 지각을 안 했다. 그날 뭘 하고 왔는지도 몰랐을 당시 내 동료들ㅋㅋㅋ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잘못한 것은 없지만, 괜히 찔려서 뭐하다 왔냐는 안부성격의 질문에 괜히 얼버무렸다. 이제는 지났으니, 잘못된 것도 없으니 말할 수 있다!ㅋㅋㅋㅋ


ㄴ. 영화 대비
아쉬운/흥미로웠던 요소들.

혼자 컴퓨터로 보면서 펑펑 울 정도로 내게 참 강렬했던 영화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 영화로 먼저 접한 내용이었기에 이 극 작품, '노베첸토'를 보면서 계속 영화를 떠올렸다.

자연히 영화와 비교하며 보게 되었다.


아쉬웠던 요소

내가 유일하게 아쉬움을 느꼈던, 노베첸토와 트럼펫 주자가 친해지는 계기 장면!

높은 파도로 배가 심하게 흔들거려 멀미에 힘들어하는 트럼펫 주자. 그를 발견한 노베첸토는 그를 일으켜 피아노 의자, 자기 옆에 앉히고 파도를 따라 움직이면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

그 장면이 영화 속에서 너무 아름다웠던 터라, 극 속에서도 따뜻하고 아름다움이 전달되기는 했지만, 부족하다고 느꼈다.

+참고로, 해당 장면에 연주되는 아름다운 피아노 곡은 "Magic Waltz"



흥미로웠던 요소(흥미라고 쓰고 좋았다라고 읽는다 ㅋㅋㅋ), 두 가지!

1인극(모놀로그)형식에 놀랐다. 내가 처음 접한 모놀로그 작품이라 흥미로웠다. 극중 노베첸토의 친구가 바로 모놀로그의 주체였는데, 영화에서처럼 트럼펫을 연주하는 사람이었다. 이 인물 혼자 을 하며 상황을 묘사한다.


난 어느 이야기 속에서든지 '끝까지 남은 전달자'를 가장 눈여겨보고, 가장 좋아한다. 꼭 이야기의 결말까지가 아니더라도, 어느 주요한 한 사건을 끝까지 지켜본 뒤, 그 이야기를 겪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는 인물.

예를 들면 노트르담드파리의 그랭그와르, 모비딕에서의 이스마엘, 로미오앤줄리엣(뮤지컬)의 벤볼리오, 스위니토드의 러벳부인(특정 사건을 끝까지 봤다), 토비아스.

'노베첸토'에서 트럼펫 주자도 바로 그런 인물에 속한다.

그런데, 내가 알던 다른 사회자/남은 인물/전달자 캐릭터와는 달리, 정말 혼자 말을 하고, 혼자 무대를 바삐 누비는 모습이었다. 물론, 눈빛교환이나 무언의 행동 등으로 연기를 함께하시는 피아니스트도 무대 중앙있었지만, 그래도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가는 것은 트럼펫 주자 역의 1인 배우였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집중을 하게 되는 에너지를 느끼며, '배우란!'하고 우러러봤다.


음향효과의 '신선함'.  문자 그대로 정말 신선한fresh 음향효과였다. 옛 라디오드라마 음향효과 내듯, 그 자리에서 바로 여러 도구들을 이용해서 소리를 만들어냈기에.

음향효과를 담당하시는 악사(?)분들이 무대 좌측에 앉아계셨는데, 그 중 여자분이 콩인지 모래인지가 담긴 넓은 쟁반을 이리 저리 흔들며 잔잔한 파도 소리를 만들던 모습이 지금도 그려진다. 바로 옆에서 만들어지는 파도소리가 생생했고 좋았다.


분명 아쉬움도 있었지만, '차분하고 단순한 무대'+'무대 위, 두 인물의 모습'이 영화를 보며 내가 상상하던 1900의 모습을 연상케 해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다만, 영화를 봤을 때처럼 펑펑 울지 않았다.

그래도 먹먹한 감정은 스몄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그보다 강렬하진 않더라도 그에 못지 않게  먹먹함을 전달해준 작품이었다.


*도덕 과제로 봤던 영화는

1. 포레스트 검프

2. 피아니스트의 전설

3. 인생은 아름다워.

1은 이미 봤던 것이었다. 난 2를 보고 깊은 울림을 얻었고, 누나가 뭘 보길래 호기심에 옆에 자리잡고 앉아 같이 시청하던 동생은 3을 지금까지도 가장 감동적인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대단하다. 초등학생이 그 영화를 이해하고 감동을 받고, 그래서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는 것이.


** 영화'피아니스트의 전설'을 한 번 본 사람은 못 잊을 이름, '데니 백핸드 T.D. 레몬 1900' ^^  ㅜㅜ


***재밌는건, 공연에서 들었던 피아노 곡은 한 곡도 기억이 안 난다. 각각의 곡들이 그 상황에 맞는 음악들이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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