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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r 31. 2016

뭔가 많이 섞여있던, 피맛골연가

뮤지컬] 아..회상을 할 수록 안쓰러운 공연이란 생각이 가득하다.

2010가을,

재밌게 봤던 공연

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대학교 1학년, 이 공연을 분석하려 들었을 때, 아쉬운점을 발견해서 그런지 '재미 없었다'라고 왜곡된 기억으로 남아버린 공연.


ㄱ. 무슨 분석을 했길래?

대학 1학년 때, 어느 학과든지(학과별로) 공통으로 듣는 글쓰기/토론 강의가 있다. 그 강의에서 소논문을 자유주제로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기세 좋게 이 공연, 피맛골 연가에 대한 분석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소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분석)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내용을 다루겠다고 먼저 목차를 짜다가 제출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실행에 옮기는 방식으로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그 교수님께선 내 목차를 보고, 이 주제를 정한 이유에 대해 들으신 뒤(공연 제작에 꿈이 있다고 밝혔다. 진짜 그래서 소논문을 그 주제로 쓴 것이었다.) 꽤 반가워하셨고, 신기해하셨다. 알고보니 뮤지컬, 공연에 대해 책도 쓰시고 강연도 하시는(이후 대학로의 공연 관련 특강 시리즈 중 교수님의 성함을 접했다ㅋㅋㅋ), 뮤지컬공연에 대한 졸업논문을 쓰신 분이셨다.

교수님께서 내게 물으셨던 것은 '정말 이 공연이 성공작이라고 생각해?'였다.

당시 구상하던 첫 소논문 제목이 대략 '창작 뮤지컬의 성공적 케이스: 피맛골 연가'라는 주제였는데,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다룬 글은 어디선가 많이 봤기 때문에 다른 길을 가고 싶어서 내가 아는, 직접 본 창작 공연 중 가장 좋았던 공연을 콕 찍었던 것이었다. 내가 볼 땐 좋았으니까, 이 공연의 사례를 한 번 분석해봐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ㅋㅋㅋㅋㅋ

이 글을 읽다 보면 바로 확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아, 난 공연에 있어서 '성공적'이라는 의미에 대해 참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의 관객에게라도 재미있고 의미를 전해줬다면 그건 성공적인 공연'이라는 환상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하나를 만들어 올리는 데 드는 돈에 대해서도 몰랐고, 어떻게 진행되고 운영되는 지도 전혀 몰랐기 때문이리라. 이래저래 '공연에 있어서 성공이란 뭘까', 다른 글과 책들을 찾아보다 결국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라는 걸 깨닫고, 주제를 바꿔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곤 괜히 내가 시무룩해져 있었다. 그 학기 내내 ㅋㅋㅋㅋㅋ

그리고, 초연에 이어 재연을 해도 그리 흥행은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


ㄴ. 어떤 내용이었는데?

음.. 줄거리를 떠올려보면 '로미오 앤 줄리엣'과 '호두까기인형', '은혜갚은 까치' 그리고 웨스트사이드스토리(사실 이건 미국판 로미오 앤 줄리엣이다)섞어다 사극톤을 얹은 공연이었다.

다른 작품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은 퍼포먼스는 없겠지만, 이 공연은 공연을 보다보면 다른 공연이 그려져서 당황스러운 감이 있었다.

+한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길래 가는 도서관마다 검색해보며 찾아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 뭐지?


ㄷ. 그래도 재미있었다구.

'피맛골'넘버가 나올 땐 으쓱으쓱 어깨춤을 추게 되었던 것!
그리고, 전에 마당놀이를 한 번 본 적 있는데 그때 중학생의 귀로 듣기엔 충격적이었던, 야~한 농담 애드리브가 많았던 게 기억난다. 이 공연에도 그런 대사들이 있었다. 학교가 바뀌더니(중☞고등) 그런 대사에 내성이 생겼는지 피맛골연가 관람 중에는 주변의 어른 관객들과 같이 웃었던 기억도 난다 ㅋㅋㅋㅋㅋㅋㅋ


ㄹ. 이 공연은 뭔 생각으로 보러갔던거지?

이 공연 관람의 효시가 된 건 바로 한 넘버(뮤지컬 곡)였다.
넘버는 바로 '토사구팽'.
"나 사악함, 나 악독함. 치사하고 너무하지? 그래 알아, 하지만 어쩔수 없음 ㅇㅇ 네가 죽어줘야겠다."하는 말을 노래로 풀어놓았는데, 가사를 제쳐두고 멜로디부터도 '나 이제부터 일 저지를 거임 킄킄크킄'하는 아우라를 풍긴다.
사전 공개된 오디션영상 일부분에서 이 넘버를 15초?20초? 정도 들었던 게 처음 들었던 것이었는데 그 몇초만에 푹 빠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연장에서는 그 영상에서 느낀 것만큼 그다지 인상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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