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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y 25. 2016

무더위에 찾는 '공포'의 재미를 깨달은,우먼인블랙

연극] 맨인블랙 아니고, <우먼인블랙>

이 글에는 연극<우먼인블랙>에 대한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스토리에 관한 스포일러라기보다는 공포요소의 일부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제목의 배경이 되는 이미지들은 '저의 해당 공연 관람 당시'에 봤던 포스터나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위의 포스터는 2012년도 포스터입니다. 그땐 등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보니 두 남자도 보이네요. 지나고 나서 보는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ㅎㅎ 팜플렛을 모으지 않고 포스터 이미지만 웹으로 서치해도 참 재밌네요. (무료리플렛 쇼핑-공연장에서 홍보용으로 비치해둔 해당공연/타 공연 리플렛-을 그만둔 지, 어언 5...? 6?개월차 ^^)


2012년 여름.


우먼인블랙 홀로 관람.
평소 공포영화도 안보고 귀신의집도 안가봐서 조마조마해하면서 갔는데ㅎ...
깜짝깜짝 놀라다 나오니까 후련하다. 좋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로비에서 배우님들이 배웅까지해주신다!진짜좋다^_^

ps.
1) 의자가 일렬로된 교회의자.
2) 앞줄에 남자 서너분께서 같이오신듯 했는데 움찔움찔하시고 아닌척하시는게 웃겼다...ㅋㅋㅋ
3) 여자비명소리는 불쾌했으나 그 성량은...배우고싶어...^^;
4) 귓속말과 휘파람이 더 싫어졌어...;

매~년 올라가는 연극이라고 한다.
스포 아는 것 없이 한 번쯤은 볼만한 연극!

소극장의 묘미를 다시 알아간다!대학로 만세(하트 뿅뿅)

                                             -공연 관람 직후에 작성했던 SNS글 중에서 일부 발췌/수정.
12년도, 관람당시 찍었던 사진.
이 극은 2인극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2인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남자의 이야기와 묘사에 귀기울이다보면, 그가 보고 듣던 것들이 전부 내 앞에 펼쳐진다.

'믿으면 보이고 보이면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이 연극을 잘 표현하는 문구같다. 관람후에 찍은 이유도 깊이 공감해서였지.


ㄱ. 할인에 '눈이 멀어' 공포연극인 줄도 몰랐던.

대학 1학년, 막 고등학교를 벗어나(문자 그대로 '벗어났다'고 느낀 나. 교복도 싫고, 하루의 많은 시간동안을 억지로 꾹꾹 참아가며 한 공간, 한 장소 안에서 책공부만 한다는 게 참 답답하고 힘들었다.) '이제 내 세상이다!!!'하고 폭주했다.

내 폭주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났다. 학기 초에는 될 수 있는 한 모든 과/반 모임에는 일단을 참여하고 보기도 했고(물론 귀가시간을 계산하여 흥이 막 치솟는 시간대에 나서야 하긴 했지만... ㅜㅜ), 배우고싶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특강에 신청해서 이런저런 특강에 참여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공연을 보러 다녔던 것도 내 폭주의 한 단면이었다. 단, '최대한 할인 받아서'. 더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내겐 필수적인 약속이자 규칙이었다.


이 공연 역시 할인을 활용해 예매를 했던 공연인데, 정말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왜냐하면, 이 공연은 '할인에 입이 꿰어 보러 갔던 공연'이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

당시에 만 이천원인가? 그 정도로 예매를 했다. 예매 사이트에서 눈대중으로 보기에 '좋은 자리'(놀라기 좋은 자리였다 ㅎㅎㅎ ㅜㅜ)이자, 'ㅇㅇ석'이라는 이름이 붙은 특별석을.


딱히 '보고싶은거다!!'하고 가지 않고, '할인'에 눈이 먼 채로 돌아다니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떤 공연인지 알아보지 않고 '어? 이거 유명한 거 같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는 최소한의 생각만을 하며 후다닥 예매를 했고, 공연장에 도착해 표를 수령하고 나서야 이게 공포연극이라는 걸 알았다.


사전에 공포연극이라는 걸 알아봤다면, 예매할 때 조금이라도 주춤하면서 'ㅇㅇ석'이라고 이름붙은 곳은 고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누구든 같이 놀라면서 서로 비웃을 친한 친구를 한 명이라도 데려.. 아니지, 끌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좌석을 골랐고, 씩씩하게 혼자 공연장으로 향했다. ㅋㅋㅋㅋ


*솔직히, 맨인블랙을 떠올리며 예매했다. 외계인 관련 이야기이겠거니 하고. (맨인블랙은 까만정장을 입은 채, 지구에서 외계인 관련 사무를 보는 사람들에 관한 SF/액션/판타지 영화.)


**내가 앉은 자리는 '샹들리에석'이었다. 이름이 그렇게 붙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왜 안했을까 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 내 기억으로는 심장마비석도, 특정 배우의 이름이 붙은 좌석도 있었다. '다음에는 심장마비석을 친구랑 가봐야지'라고 마음먹은 적 있지만, 지금은 그 마음 버린지 오래다. 다시 보러간다면 ㅇㅇ석이 아닌 데서 보는 걸로.



ㄴ. 덤으로 따라온 재미, '놀라는 관객' 구경하기

남녀 연인 관객이 가장 눈에 띄게 많을 줄 알았는데, 웬걸? 연인들의 수가 많기는 했지만 그 무리가 눈에 띄지는 않았다. '특별한' 분류의 관객들이 함께 관람을 한 이색적인 체험을 했다 ㅋㅋㅋㅋㅋ


우선, 내 자리의 바로 앞열에는 5명의 체격이 좋은 남성들이 주루룩 앉았고, 내 좌측엔 한 쌍의 어르신 부부께서 데이트를 오신 듯 했다.

앞열의 남성들은 잘 안 놀랄 것 같아 보이는 겉과는 달리 여러 장면에서 움찔움찔(5명이 한꺼번에)하시는 모습이 보여, 나는 놀라다가도 그들을 보며 키득대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서 옆자리의 노부부께서는 잠잠하게 공연을 관람하신 편이었는데, 딱 한번, 할아버지께서 놀라셨을 때 지팡이 혹은 발로 가볍게 하지만, 쿵! 소리나게 땅을 치셔서 그 소리에 놀라기도 했다.


중/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공포영화를 다같이 보는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영화 자체엔 흥미가 없지만 맨 스크린의 맨 앞줄에 앉아서 스크린과 친구들의 놀라는 모습을 동시에 '관람'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너네 놀라는 거 구경하는게 얼마나 웃긴데!!! ㅋㅋㅋㅋㅋㅋ" 라고 했던 그 친구들의 말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순간들이었다.


아, 얘깃거리가 하나 더 있었구나.

당시, 공연장 내부의 객석이 일명 '교회의자'(나무로 만들어졌고, 긴 벤치처럼 여럿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의자)라서 저~끝의 누군가가 놀라서 몸이 흔들리면 그 흔들거림이 이쪽 끝의 내게도 전달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리 줄의 저 끝쪽 사람이 유독 잘 놀라서 우리 줄의 의자는 공연 내내 흔들거렸고, 마지막에도 나홀로 비명+엄청난 몸떨림으로 대미를 장식한 관객이 한 분 계셨다ㅋㅋㅋㅋㅋㅋ



ㄷ. 공포의 여운이 '기억으로' 남던 공연.
모딜리아니 작품. <푸른 눈의 여인>.  무대에 걸려있던 검은 옷의 여인 그림이 그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공연에 등장한 '검은 옷 입은 여인 그림'. 실제로는 명화인데, 공연 보고 나서 한동안 그 그림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움찔움찔했다. 공연 속 연출이 생각나 작은 소리나 어떤 모습, 혹은 소품과 닮은 사물을 보고도. 그 하나하나에 놀라곤 했다. 대략 2주 정도.

(여자애 인형을 봐도 놀라고, 휘파람을 들어도 소름이 돋고,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면 오싹해지고. 그리고 저 그림을 보면 놀라다못해 멍~해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놀란 뒤에는 다시 유쾌해졌다. '내가 봐도 바보같앜ㅋㅋㅋ'하고.)



ㄹ. 더운 날, '공포'를 찾는 이유를 '느끼다'

나의 '샹들리에석'에 자리를 잡고,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많이 긴장했다. 매우 '쫄았다'. 그리고, 공연을 보면서는 더 '쫄았다'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보고 나서 굉장히 시원했다. 이상했다. 보기 전에 긴장하고, 보는 내내 놀라고, 소스라치고, 움츠러들었는데. 기분나쁘지가 않네? '이래서 유쾌한 기분이 드는 스토리는 아닐지라도 공포스릴러를 보고, 귀신의 집 등 공포체험을 하러가는 건가보다.'하고 공감했다. 그리고 이 후부터 스릴러 영화도 '일부러 찾아서' 관람하게 되었다. 여전히 귀신의 집은 못 가겠지만. 한 때, 한 놀이공원에서 4D 상영관에서 상영하던 '더 룸'도 스토리와 다녀온 사람의 묘사만 보고도 무서웠고, 현재도 운영중인 다른 놀이공원의 '호러메이즈'도 소름끼치고 무섭다.

직접 가서 하는 체험(공연 말고, 체험)은 아직 엄두를 못 내겠는데, 그래도 스릴러나 공포영화는 어떻게든 본다.


봄이지만 여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지는 더운 날씨이다.

짬이 날 때, 시원~하게 볼 영화를 한 편을 골라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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