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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Jun 01. 2016

6월이니까, <여신님이 보고계셔>

뮤지컬] 무인도에 뚝 떨어진 한국+북한군 6인의 100일간의 여신바라기.

첨부한 영상과 맨아래에 적어둔 '여담1'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꼭 참고해주세요!!!

2014년 여름, 2015년 여름.

한 번은 혼자, 한 번은 동생과. 다른 한 번은 운 좋게 감사한 분의 초대를 받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영상)을 통해 알게되었던 공연.

https://youtu.be/e7wcjNWat7M

2012년,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에서, 하이라이트를 뽑아 남겨뒀다는 <여신님이 보고계셔>영상. ㅡ28분 정도.

영상 속 공연은 예그린앙코르 공연 당시 실황. 
다른 작품을 관람할 때, 예그린앙코르에 가보니 그 성격이 '경연'이지만, 무대 셋업과 해체에 시간제한(하루라던가?)이 있기 때문인지 굉장히 간소화된 세트에서 공연을 한다. 
직접 관람한 정식 공연의 무대에는 난파선도 갈대숲도 보였다.
막이 떨어지고나서 보이는 무인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ㄱ. 초중고에서는 피곤한 달, 5&6월.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가장 힘들었던 달이 5,6월이었다. 중,고등학생때는 모의고사에 다가오는 중간고사가 겹친데다가 '가정의 달이자 과학의 날 행사가 있던' 5월과 '호국보훈의 달'행사를 매 년마다 하던 6월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는 딱히 그때처럼 강제적인 참여를 요하는 행사를 하진 않지만(간혹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행사들을 한다. 5월에 부모님께 특별한 선물하기 행사를 광장에서 진행한다던가. 재밌다. 의미있기도 하고.), 그래도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6년... 아니구나, 초등학교 다닐 때도 했다. 그러니, 장장 12년에 걸쳐 경험했기 때문에 이젠 5, 6월이 오면 딱히 홍보문구를 보거나 듣지 않더라도 '아, 이제 5월이구나, 가정과 과학의 달이구나. / 6월이네, 호국보훈의 달이구나.'하고 스스로 떠올린다.


다시 돌아온 6월.

호국보훈의 달.


그래서 떠올리게되는 공연, <여신님이 보고계셔>.



ㄴ. 짧게 소개해보는 줄거리.

시간적 배경은 6.25.
한국군 2명이 북한군 포로 4명을 태운 채, 부산항을 떠난 배가 어찌어찌 무인도에 닿았다. 거센 파도로 인해 배는 고장나있고, 배를 잘 고치고 다룰 줄 알지만 전쟁의 영향으로 미쳐버린 단 한명, 가장 어린 북한군 군인. 그 군인이 배를 고치게 하기 위해 나머지 5인의 군인들이 합심하여 '이 섬에는 여신님이 살고계셔, 여신님이 모든 걸 보고 계셔'하고 입을 맞춰 행동하는 작전을 펼치게 된다.

배를 고치는 데 필요한 100일 동안.



ㄷ. 각각 뚜렷한 개성이 매력적인 인물들.

사람이 여럿 모여있다보면, 분명 그 사람들끼리 유사한 점도 많지만 서로 다른 점, 개성이 더 부각되어 보인다. 그리고 각 사람의 개성으로 그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이 작품에서도 그렇다.

한국군 2명, 북한군 4명. 이 공연에서는 이 6인의 군인 각각의 개성이 참 잘 드러난다.

이념의 차이란 게 사람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참 큰 힘이긴 하지만, 그걸 걷어내고 보면 정말 잘어울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엄하고 거친 겉과 어머니를 생각하며 사실은 정 많은 자, 딸바보에 꼼수를 잘 부리며 넉살 좋은 자, 원리원칙대로 움직이지만 엉성한 면도 보이는 자, 사실 별로 눈에 띄진 않지만 순애보 사랑을 하고 있는 자, 겁도 많고 해맑은 겉모습과 함께 동생에 대한 생각을 할 땐 쓸쓸함도 보이는 자, 순수하고 아이같은 모습인데 사실 내면이 강한 자.


일인 다역인 (여자배우의) 누나, 여동생, 어머니 그리고 여신의 개성 역시 각각 매력적이라 인상깊다.

차분하고 포근한 누나, 발랄하고 씩씩한 여동생, 투박하지만 홀로 강하게 아들을 키우신 어머니,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모든 걸 감싸안을 수 있는 여신님.



ㄹ. 내가 좋아하는 넘버

1. 누구를 위해. ☞영상링크 
각 6인 군인들의 개성이 처음부터 딱 보여서 좋아한다. 그리고 둥둥둥~하는 북소리가 참 맘에 쏙 든다. 이 넘버 외에도 둥둥둥~하고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북소리가 여러 넘버에서 종종 들린다.


2. 여신님이 보고계셔. ☞영상 링크 
가히 이 뮤지컬의 주제곡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제목과 동명인 곡, 사실은 꼼수로 꼬드기는 모습이지만, 이 넘버를 가장 어린 북한군 군인에게 들려주는 한국군 대위는 이야기를 해주다가(노래를 해주다가) 이미 본인부터 그 이야기에 푹 빠진듯 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상상으로 시작된 여신님 그리기는 점점 6인에게 모두 퍼져, 각자의 여신님을 떠올리며 뭉치게 된다.
이야기 속에서 변화의 기점이 되는 곡이라는 점, 그리고 가사와 멜로디가 아름답다는 점이 매력포인트인 넘버이다.

듣고있다보면 나의 여신님을 그리게 된다. 남자이든여자이든, 자신에게 편안함과 포근함 그리고 에너지를 주는 존재.


3. 꿈결에 실어. ☞영상 링크
6인 군인들이 모두 잠든 밤,여신님이 갈대숲 사이로 걸어나오며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그들을 돌아보며 부르는 넘버. 신비롭고 따스한 느낌의 가사와 멜로디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여담


1) 이 이야기의 뒤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는 사람들 마음이다.
나는 내심 그들 각자의 여신님을 만나 포근함 속에 쉴 수 있었다면, 이렇게 그려본다.


2) 한 번은 여신님이 등장하는 갈대우거진 길을 배우 입장에서 바라본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온 적이 있다. 정말 아름다웠다. (내가 찍은 사진도 아니고, 출처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도 아니라서 올리기가 조심스럽다. 정말 아름다운 사진인데.... 아쉽다.)


3) 어느 공연이든 그 공연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이 공연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봤는데,(배우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과 이 작품을 이야기하다보면 여신님을 떠올리며 느끼는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

사람에 대한 것이든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한 것이든 사랑은 늘 그 주변을 따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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