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원스 어폰 어 타임'(우리말로 '옛날옛날에~')이라는 영국드라마(이하 영드)를 재밌게 봤다. 특정 에피소드를 너무 길게 끌기에 질려서 나중엔 시청을 관뒀지만. 영드 '셜록'도, '앨리스'도 재밌게 봤다.
원작 뒤집기나 현대식으로 각색한 작품들에 흥미가 있다.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도 그 중 하나이고.
내겐 '원작 뒤집기'의 재미를 가장 먼저 느끼게 해준 작품이 <위키드>이다.
ㄱ. 노~스포 줄거리
검은 머리에 초록 피부인 엘파바와 금발에 흰 피부인 갈린다(이후 개명해서 '글린다')는 쉬즈대학에 입학한다. 여러 면에서 서로 정반대인 둘은 우연히 룸메이트가 되어 학교생활을 하다가 점점 가까워진다. 평소 '오즈의 마법사'(에메랄드 시티에 사는 마법사)를 동경하던 엘파바는 자신의 지성, 마법의 힘으로 마법사에게 도움이 되는 그의 파트너가 꿈이었지만, 마법사의 비도덕적 행태를 보고는 마음을 바꾼다. Oz(오즈)사람들이 추앙하는 마법사에 반대하는 엘파바는 쫓기는 신세가 되고, 글린다는 엘파바와 작별을 하고 Oz사람들앞에서 '선한 편(마법사 편)의 얼굴마담'역할을 하며 지낸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동화처럼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도로시 이야기)'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더해서 '그럴법한 배후의 이야기'도 함께.
ㄴ. 기억에 남는 부분들
"보이는 게 다가 아냐!"
우리나라에 라이센스는 물론이고, 첫 내한 공연이 오기도 전에 <위키드>를 알게되었다. 해외까지 원정을 가서 공연을 볼 상황은 아니었기때문에, 번역된 원작소설을 읽으며 '공연을 기다리기'로 했다. (노트르담드파리 이후로, 간절히 보고싶어하던 공연을 마침내 보는, 떨리는 즐거움을 즐기게 되었다.)
소설 위키드는 1~6권의 꽤 장편 소설인데, 난 1~2권만 읽었다. 뮤지컬과 관련이 깊은 시리즈이다.
인터넷을 통해 뮤지컬의 밝고 해맑은 클립영상을 보다가 책을 읽어보면, 상당히 당황스럽다. 굉장히 시니컬한 등장인물들, 어두운 분위기의 Oz 사회. 뮤지컬에서도 정치적인(서로 이용하고, 겉과 속이 다르게 포장하는 등)모습들이 나오지만(예를 들면, 얼굴마담인 글린다, 사실은 제일도덕적이지만 악으로 몰린 엘파바 등) 책에서는 더하다. 글린다도 그다지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원작을 읽은 뒤 내한공연을 보면서 '모든 이야기를 다 해맑해맑+흥겹게 만드는' 뮤지컬 장르의 힘을 실감했다.
*경영학과 입시 준비를 하면서 한창 꽂혀있던 단어가 '원소스 멀티유즈'였는데, 당시에 뽀로로와 더불어 이 위키드를 '원소스멀티유즈에 관해 물어본다면, 이것들을 이용해서 대답할테야!'하고 준비해두고 있었다.
(원소스멀티유즈: One source, Multi use. 하나의 컨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 뽀로로는 애니메이션을 원작(소스)으로 하고있는데, 문구상품, 이모티콘, 영화 등으로 활용된다. 위키드는 소설(소스)을 바탕으로 뮤지컬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예시는 다양하다.)
2012년, 내한공연 당시 관람 가서 찍어온 캐스팅보드. 캐스팅보드는 잘 안 찍어두는 편인데, 내한공연은 찍어뒀다.
"내한공연, 초월번역"
*초월번역: 원작에서의 내용 뿐 아니라 뉘앙스까지 완벽하리만치 옮긴 번역.
내한 초연 당시, <애비뉴Q>와 더불어 초월번역으로 유명했던 <위키드>.
하지만, 안경을 집에 두고 극장으로 향했던 나는, 자막은 보지 못했다. 당일 관객 대다수가 원어민이었는데, 그들 사이에서 영어듣기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
ㄷ. 가장 좋았던 곡
첫 번째는 ♬One short day.
내가 <위키드>를 알게 된 계기가 된 곡.
고등학생 때, 유투브를 통해 영국의 거리퍼포먼스를 2개 봤다. 알고보니 뮤지컬 홍보 격의 행사였고, 하나는 Popular. 다른 하나가 바로 이 곡 One short day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