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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Apr 21. 2017

햄릿이 '안' 우유부단했던, <햄릿 월드 버전>

뮤지컬] 누~우가 햄릿 우유부단하댔지요? 적어도 이 뮤지컬에서는 아녜요.


TV에서 접한 노트르담드파리 라이센스버전 공연영상으로 뮤지컬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을 때, 내가 본 노트르담드파리 영상 속 배우의 일부가 그대~로 여기, 이 공연<햄릿 월드 버전>에 출연할거라는 소식을 접했다. 꼭 라이브로 그들의 연기를 노래를 접하고 싶다고 바라고 있다가, 관람에 골~인!



ㄱ. 노~스포 줄거리.

독살당한 선왕, 아버지 유령을 만난 덴마크 왕자 햄릿은 아버지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 복수를 계획한다.

(햄릿으로 노~스포가 가능할까...하고 걱정했지만 가능한 것 같네. 헤헤)



ㄴ. 기억에 남는 부분들.
불! Fire!

장례식장면의 횃불이 진짜 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투장면에서는 칼이 부딫힐 때마다 챙!챙!하면서 불꽃이 튀었다.(날을 세우지 않은 진검이라 그렇다고 한다.)

그 효과들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회전무대

당시 공연장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그런데 회전무대를 써서 무대를 이리저리 돌리면 출항하는/돌아오는 배, 오필리어의 방, 궁궐내부, 궁 외부의 성벽 등으로 휙휙 변했다.

당시에는 당연히 기계로 돌리는 줄 알았는데 같이 가서 관람한 분께서 '어 저기 사람보인다'했다. 인력이었다ㅋㅋㅋ 나중에 찾아보니 스태프분들이 무대 뒤에서 돌리셨다고 한다.


 객석 통로로 지나가는 장례행렬

1층 통로석에 처음 앉아봤던 나. 바로 옆을 배우들이 우루루루 지나가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1층 통로석 혹은 1층 앞쪽 자리들은 관객참여의 기회를 높여준다! 공연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고 묵직한 공연일 경우), 대체로 그러하니 알아두시길.


4인 캐스팅이었던 햄릿

당시 이 공연에 대해서 가장 강조하며 홍보했던 것이 '4인 4색의 햄릿'이었다.

당시엔 '햄릿이면 헴릿이겠지, 4인4색은 왜 강조할까?'했지만, 이젠 왜 그랬는지 알겠다. 표현하는 사람에 따라 햄릿이라도 각각 다른 개성을 가진 인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우유부단 X, 반항아 O

우유부단하지 않았던 햄릿. 원작 희곡과는 달리 꽤나 시원시원하게 의혹을 확인해볼 방법이나 복수에 대하여 결단을 내리는 햄릿의 모습은 뮤지컬 자체가 락뮤지컬이었던 점과 더불어 우유부단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였고, 오히려 반항아의 느낌을 풀풀 풍겼다.

"사느냐 죽느냐 그게 문제야.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참고서 견뎌야 하나, 아니면 운명에 맞서 싸울건가."라는 햄릿의 노랫말이 감미롭기는 했지만, 우유부단하고 고심하는 햄릿의 모습은 아닌듯 보였다.



ㄷ. 가장 좋았던 곡.
♬He is crazy

관람 전에 들어봤던 영어 버전도, 공연장에서 들었던 우리말 버전도 좋았다. 내용은 햄릿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의견을 올리는 폴로니우스(레어티스와 오필리어의 아버지, 귀족)의 '대놓고 햄릿뒷담하기'이지만, 흥겹고, 중독성이 강하다.


♬Today for the last time

간단하게 '전야제'느낌의 곡이다.

햄릿은 오늘밤 실행할 계획 때문에, 그의 친구 호레이쇼는 간만에 활기찬 친구 모습에, 유랑극단 단원들은 통큰 왕자님 덕에 기분좋게 들떠서 노래하고 춤추며 밤에 올릴 공연을 준비하는 장면이다.

매~~~우 흥겹다.


♬Sextet

6중창이다. 햄릿, 클라우디어스, 폴로니우스, 오필리어, 호레이쇼, 거투루드가 각기 다른 멜로디로 '현재 심정'을 노래하는데, 그게 신기하게 노래가 된다.

조곤조곤하게 시작해서 어둡고 웅장한 곡으로 완성된다.

곡 길이는 정말 짧아서 휙~하고 지나가지만, 인상깊었다.


♬Let's rise above this world

햄릿과 오필리어의 듀엣. 멜로디와 가사는 아름답지만, 이 장면을 보며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 관객의 눈으로 본 상의 탈의와 오필리어의 침소 씬은 충격파가 매우...강력했다.



ㄹ. 여담
공연에서 실제 불을 자주 쓰시는 연출님.

다른 공연을 관람하는데 불이 등장하길래 '? 혹시???'하고 정보 탐색을 해보면 바로 그분이셨다. 유투브에 "마이클베이 버전 UP"(애니메이션 up)이라고 하는 패러디 영상이 있는데, 그 감독이 유독 '다 폭발시키기'를 영화 효과로 많이 쓰는 듯 하다. 그 패러디 영상을 보면서 이 공연의 연출님이 떠올랐다.

종이를 태우기도 하고, 횃불이나 검에서 튀는 불꽃으로 등장하는 레알파이어.

*인터뷰 등을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불 효과 시리즈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까? 아니면, 작품과 이야기의 흐름상 썼는데 내 눈에 그렇게 시리즈처럼 보이는 것일까?


지각의 비애

내가 인터넷예매를 처음 해봤던 공연이 바로 이 햄릿월드버전이다. 처음이라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안되는'줄만 알았다. 티켓발급 안내에 보면 '예매 확인서를 출력해오지 않으면 발급 어려울 수 있음'이란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들뜬나머지 예매확인서를 집에 두고 출발했고, 반정도 가서 그걸 깨닫고 도로 돌아갔다가 공연장으로 향했다. 1막에는 1층 내 좌석으로 가지 못하고 2층의 지각자 좌석(따로 빼두는 좌석들이 있다. 지각한 이들의 자리. ㅠㅠ)으로 안내를 받았다. 객석에 들어서자마자 레어티스와 오필리어의 ♬Sister가 들렸던 기억이 난다. "난 그 꿈속에서... ♬미래를 보았어"하는 그 소리.

그 후에 알게된 건데, 예매시에 입력했던 휴대전화 뒷자리로 본인확인을 받고 티겟발급이 가능하다. 어휴... 나는 굉장한 삽질을 했던 것이다 ㅜ ㅜ

이 경험은 '지각'에 대한 강박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공연관람이든, 약속이든. 정해둔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려고 하는 좋은 습관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원통하다.


여기저기 모티브로 쓰였다는 햄릿.

몇년 전에, '햄릿이 모티브로 쓰인 것'중 가장 유명한 게 라이온킹이라는 말을 듣고 소름돋으며 놀랐다.

무파사:선왕. 햄릿의 아버지.
스카:클라우디어스.
심바:햄릿.

내용이 100퍼센트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유명한 애니메이션 속에도 녹아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명작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에는 오랜시간 많은 사람들의 감각과 흥미를 끌어모으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끝나지 않은 이야기,  <차이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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