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yer Apr 27. 2017

클래식 오페라가 곁들어진 뮤지컬, <파리넬리>

뮤지컬] 주조연과 앙상블, 배우+오케스트라+합창단의 케미 폭발하던 공연.


음악이 함께하는 축제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구경하고싶은 마음이 늘 가득합니다. 음악에 그치지 않고 '공연'에 관한 축제라면 그 열망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제가 알고있는 국내 공연관련 축제 중에서 가보고싶었던 '의정부 음악극 축제'.

2015년에 그 축제에 뮤지컬<파리넬리>가 공식초청작으로 무대에 올라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침 '대형 뮤지컬을 앞열에서 관람해보고싶어'라는 동생의 말이 있었기에 조기 예매를 해뒀어요. 축제도 가볼겸, 대형 창작뮤지컬을 앞열에서 볼겸 해서.

그리고 축제 공식SNS계정에서 진행하던 초대 이벤트에도 참여했지요. 이행시 이벤트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운좋게도 당첨이 되어서, 예매해뒀던 한 번 그리고 이벤트 초대로 한 번. 두 번의 공연 모두 관람할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축제의 이벤트는 참여가 진리라는 교훈을 깨달음. 끌리는 이벤트가 있으면 참여해보세요! 잊어버리고있을때 쯤 기분좋은 소식이 들려오니 짱 좋더라고요.



ㄱ. 노~스포 줄거리

많은 이들이 명예 혹은 경제적 이득을 위해 카스트라토(거세하여 소년같은 미성을 유지하는 남자 가수)가 되던 시기. 미성의 소유자였던, 이탈리아 출신 소년 카를로 브로스키도 카스트라토가 된다.

이후에 작곡가인 형, 리카르도 브로스키와 함께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공연하던 카를로는 영국에 있던 두 거대 오페라 단체의 대결에 휘말리게 된다.

*카를로 브로스키=파리넬리. 그의 후원자인 파리나 형제의 성을 본땄다고 한다. 연예인들이 쓰는 예명 느낌이다.



ㄴ. 기억에 남는 부분들
오프닝, 수도사(?)들의 인간탑

공연시작 직전, 막 뒤에서 여럿의 그림자가 일렁거리는 모습을 봐서 호기심이 폭발했는데, 막이 걷히고나서 보니 기도하는 남자들이 인간탑을 쌓은 것이었다. 균형잡고 서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절도있는 안무에 노래까지 하는 모습에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뮤지컬 배우들+오케스트라+합창단의 케미

MR을 쓰는 공연들도 많은데,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했다. 그래서 좋았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합창단까지 공연을 함께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연주 공연은 많이 봤어도, 합창단이 이렇게 따로 있는 뮤지컬은 영상으로나 본 레미제라블 25주년 라이브공연 말고는 없었는데, 신기하고 멋졌다.

웅장한 넘버는 더 웅장한 느낌을, 아름다운 넘버는 더 아름다운 느낌을 주던 뮤지컬배우들+오케스트라+합창단의 케미가 인상적이었다.

*케미: 케미스트리(chemistry.화학, 화학적 성질)에서 나온 말. '케미가 좋다, 케미가 맞는다'는 말은 '죽이 잘 맞는다/ 잘 어울린다. 그래서 시너지효과-협업하여 발휘하는 능력 혹은 효과-가 크다'의 의미.


실제 오페라곡들의 등장

일본 뮤지컬 <흑집사2: 천개의 영혼과 타락한 사신>을 보면(영상으로 봤음), 중간에 오펜바흐의 아리아(일명 '인형의 노래')를 부르는데, 이야기의 흐름상 적절하기도 하고 "이야! 뮤지컬에서 리얼 오페라곡이 등장하다니!"하고 감탄하며 멋지다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에서도 사례가 있을줄이야!

파리넬리가 부르는 곡, 안젤로가 부르는 곡 중에서 오페라 곡들이 드문드문 있는데, 이는 뮤지컬 넘버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발음, 노래의 호흡, 기교 등의 차이가 바로 느껴지는데 아름답기도 하고 그 곡들을 소화하는 배우들을 보며 연신 감탄하게 된다.


앙상블이 더 기억에 강하게, 오래 남던 공연

오프닝의 인간탑, 그로테스크하지만 경쾌한 이발소 직원들의 모습, 파리넬리에게 몰려드는 유럽 각국의 귀족들, 신문팔이들, 도박꾼들 등등 장면마다 '군중'이라고 할 수 있는 집단의 분위기가 매우 개성이 넘쳐서 오히려 주연과 주조연 캐릭터들보다도 앙상블 캐릭터들이 더 눈에 띄고 기억에 남았다.



ㄷ. 가장 좋았던 곡
♬오! 파리넬리

공연을 보고나서, 계속 흥얼거리게되는 넘버. 브로스키 형제가 유럽 순회를 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는 걸 이 곡 하나로 표현하는데, 스페인/독일/프랑스 순으로 각 국의 분위기를 넘버의 가사와 행동(연기)으로 생생하게 표현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운 나무그늘

안젤로의 노래. 나중에 찾아보니 실제로 있는 오페라곡이었다. (헨델의 라르고. '그리운 나무그늘이여')

차분하고 편안하고 느릿한 넘버라서 좋다.

*뮤지컬 CD가 발매되어있는데, 이 음원을 가끔 자장가로 활용해본다. 효과 좋다. 굿굿


♬모두 걸어봐

도박에 빠진 리카르도를 꼬드기는 넘버.

현실에서는 피해야겠지만 치명적인 매력 혹은 마력이 있는 것들이 뮤지컬에는 꼭 등장하는 것 같다. 그 예시가 바로 이 넘버의 장면과 같은 '도박'관련 장면들.

빨갛고 검은 옷차림에, 룰렛을 돌리며 '이 다음엔 어찌 될지 모르니, 모두 걸어봐'하는 유혹이 참 치명적이라고 느껴졌다.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치명적인 요소들이 참 좋다.


♬울게하소서

'라~씨아 끼오 피앙~가'하면 '어?!!!'하는 반응이 나옴직한 노래.

이 역시 오페라곡이다.(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중에서 '울게하소서')

음악시간에, TV에서 등 여러 곳에서 여러번 들어본 이 곡이 파리넬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몰랐는데, 알고나니 신기했다.

유명 가수가 콘서트 맨~~~마지막에 자신의 최고 인기/히트곡을 불러주는 그런 느낌으로, 뮤지컬 말미에 등장하는 넘버이다.(파리넬리!하면 울게하소서, 울게하소서!하면 파리넬리라고 한다.)



ㄹ. 여담
영화로 한 예습

아무것도 모르고 보기보다는 뭔가 알고나서 보는게 더 재밌다고 생각해서, 동명의 영화를 보며 예습해보기로 했다. 첫 관람 직전, 밤에 영화를 봤는데 보고나서 든 생각은 '.....????'였다. 이 빠진 칼날처럼 줄거리가 듬성듬성 이가 나가있는 느낌인 것 같고, 그리 흥미롭지 않은 내용이 전개되었다. 동명의 뮤지컬이니 영화의 전개를 따르지 않았을까? 너무 기대하지 말아야지. 하고 뮤지컬 관람을 했는데, 제대로 짚은 헛발이었다.

같은 소재라고 해도, 동명의 영화/소설 등이 있다고 해도 각각의 콘텐츠는 다를 수 있다.

뮤지컬은 흥미로웠고, 재밌게 관람했다.

*재미없는 영화이기는 했어도, 그래도 예습한 덕에 뮤지컬 속 이야기를 잘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카스트라토 등의 소재에 관해서는 앞서 알고있지 않다면 해당 장면에서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수정을 거치는 뮤지컬, 멋짐! 캬!

매 공연마다 변화를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창작물이라는 점이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내 관람 당시의 이야기 흐름이 초연때와 달라졌다는, 더 이해하기 수월해졌다는 네티즌의 설명을 들었다. 라이센스 공연은 수정 없이 정해진대로만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알고있는데, 창작 공연은 거듭 진화하는 것 같다. 이 작품 <파리넬리>외에도 다른 작품에서도 목격한 적 있다.

그 예시 중 하나가 뮤지컬<여신님이 보고계셔>, 그리고 조금 후에 글로 다뤄보려는 뮤지컬<블랙메리포핀스>.

관객의 반응에 반응할 수 있고, 짜임새나 멋짐을 더 다듬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두 명의 파리넬리

두 회, 모두 다른 파리넬리였는데, 같은 인물이지만 다른 느낌이었다.

"올바르게 인생을 사는 방법, 인생의 길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수 만큼 존재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와 유사한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같은 작품에서, 같은 캐릭터인데도 서로 다른 두 배우의 파리넬리를 보며 느꼈다.

"같은 작품이라도, 어느 인물이라도 그 캐릭터는 배우의 수만큼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햄릿이 '안' 우유부단했던, <햄릿 월드 버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