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수업마다 한 시간 넘는 시간동안 앉아있어봤고, 시험기간에는 몇 시간이나 꿈적도 않고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보고 펜을 들어 끄적끄적 필기를 하며 버텨보니, 1년이라는 공백이 꽤 크게 느껴진다.
일주일간 애써 책상에 붙어있었고, 책을 붙들고 있었다. 아이구 기특하다~ 나를 다독다독하면서 여가시간을 이용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안 봤던 영화를 감상하며 새로운 자극을 받기보다는, 전에 봤던 영화를 편안하게 다시 보고싶어서 고르다가 제목에서 한 표, 기억에 남는 영화라는 점에서 한 표.
그래서 재탕 아니 사탕 아니면 오탕(5번째 봄)하는 <비긴 어게인>!
영화<비긴어게인>은 <원스>와 더불어 음악이 아름다운, (음악)아티스트에 관한 영화로 유명하다.
헐크(마크 러팔로 배우)와 엘리자베스_캐리비안의해적여주(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온다는 것으로도 유명했고.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빙을 해다가 추석특선으로 방영한 것으로 다시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 개로 갈라져 있는 이어폰 잭과 같은 영화 속 하드웨어 아이템이나, 거리를 걸어다니며 이어폰을 꽂고 들으면 여기가 바로 뉴욕같이 느껴진다는 소프트웨어인 OST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장면 속 인물들의 모습이다.
이 BGM과 함께라면, 내가 걷는 곳이 어디라도 뉴욕거리가 되는 듯 해. 라던 여러 친구들의 증언이 귓가에 아른아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데이브(애덤 리바인)와 연인이다. 잘나가는 싱어송라이터가 된 데이브는 그레타를 집에 남겨두고 잠시 출장을 가게 된다. 출장지에 동행한 음반사 직원 밈에게 애정을 느껴 그녀를 생각하며 새 곡을 쓴다. 그리고 귀가 후, 그 곡을 그레타에게 들려준다.
이때, 그레타와 데이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대사 없이 음악을 듣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그레타가 데이브를 바라보면 데이브는 그레타와 눈을 못 마주치면서계속 바닥을 보고 손을 꼼지락거리다가 눈을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레타는 눈빛만으로 '헐?아니, 너, 설마…'하는 말을 하는 듯 하다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변한 뒤, 데이브의 뺨을 때린다.
방귀뀐 놈이 성내는 것처럼 데이브는 무슨짓이냐, 미쳤냐는 말을 하며 자리를 잠시 뜬다. 그리곤 얼마 안 되어 다시 그레타 앞으로 돌아와서 말한다. “독심술이라도부렸어?”
연기 공부를 할 때, '난 어떠어떠한 연기를 하고싶어!'하고 이상을 이야기할 때마다 머릿속에 그리던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이 장면이었다. 대사 없이 표정과 눈빛만으로도 그 장면 속 이야기를 확실하게 전달함은 물론이고, 인물의 감정까지 읽을 수 있는 연기.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이상을 가졌다.
작사작곡노래. 다 해먹는 멋쟁이. 능력자.
물론 이 영화 속 그레타가 감성적으로 예민하고, 본인 역시 싱어송라이터라 데이브의 음악 속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었던 것도 있다. 캐릭터의 특성이 그렇다보니 배우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었겠지.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이 장면에서 소름까지 돋으며 ‘와 이거 짱이다. 대박이다.’하며 감탄을 했는데, 더빙으로 봐도, 또 다시 돌려봐도 그 느낌은 줄어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