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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Aug 22. 2019

세심한 동생의 선택! 소고기 뭇국!

세심한 내 동생이 고3 때 직접 고른 수능 전 식단.

며칠 전 신문 기사를 봤다. "수능 100일을 앞두고 수험생 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기원하며 절에서 도를 하고 있다."는 포토 뉴스.


이맘때면 나는 소고기 뭇국이 생각난다.



내 동생, 세심한 내 동생.

남들은 '체대 입시반'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체력이 좋다, 근육이 탄탄하다, 구릿빛 피부, 몰려다니는 친구들이 다 우락부락하다,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은 과묵해 보인다, 교실에서는 책상 위에 팔을 괴고 엎드려 있는 모습이 주로 보인다...


내 동생이 고등학생 때 체대 입시반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여기에 덧붙여서, 내 동생은 굉장히 세심한 성격이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오로지 운동만 열심히 하던 시기에, 가방에 든 것이라곤 갈아입을 옷과 운동할 때 신을 신발뿐이었으면서 매일 밤 잠들기 전까지 다음날 갖고 갈 짐을 잘 챙겼나 수시로 확인했다.

체크리스트를 간이로 만들어 하나씩 체크하며, 지워나가면서 말이다!



느지막이 시작한 대학 진학 준비.

내 동생은  수능을 보는 해 5월부터 대학 진학에 관심과 꿈을 갖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느지막한 시작이었지만 우직하게, 목표로 삼는 대학의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 운동과 공부를 하며 준비했다.


이로부터 몇 년 후 유행하는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아니 그보다는 덜 살벌하게, 당시에 내가 동생의 공부 및 입시 코치를 하고 있었다.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 입시코치로 이름 날리던 김주영 캐릭터. 드라마가 너무 살벌해서 무서웠다.

9월을 넘어가고부터는 동생이 공부계획에 관해서 건의를 하고, 부할 교재를 스스로 알아보고 주문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수험생 Tip까지 수집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험생이 말하는 대로.

세대 구성원 중에 고3 수험생이 있는 집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개는 수험생이 해달라는 대로, 하자는 대로 따라가기 마련이다.

우리 집은 그랬다. 수험생이 말하는 대로 따르는 편이었다.


동생이 알아본 수험생 Tip에 따라서,

수능 2주 전에는 꼭 몇 시간 이상을 자고,
수능 1주 전부터는 '바로 다음 날 수능인 것처럼' 취침과 기상 시간을 맞춰 몸에 습관처럼 배어들게 한다.

수능 당일 도시락은 소화가 잘 되고, 평소 자주 먹던 익숙한 식단으로 챙긴다.
수능 당일 간식은 달달하고 배가 차는 초콜릿 혹은 정신이 번쩍 드는 레모나 등을 준비한다.

그리고

수능 전날 저녁에는 소고기 뭇국을 먹는다



따듯하고 고소한 소고기 뭇국

아까 언급한 체대 입시생+내 동생을 떠올리면 따라붙는 특징에 하나 더 덧붙이기로 한다.

잘 먹는다. 우걱우걱. 냠냠.

진짜 잘 먹는다.

나는 수능 일주일쯤 전부터 입맛이 뚝 떨어지고,

시험 당일에는 도시락으로 싸간 유부초밥도 하나만 집어먹을 정도로 잘 못 먹었는데,

 녀석 전날 저녁에도  그릇 뚝딱 비우고, 수능 당일인 다음날 아침에도  그릇 후루룩 밥까지 말아서 따끈한 국밥으로 말아먹고 수험장에  준비를 했다.


반찬에 대해서는 별 말 없었으면서 "국은 꼭 이것이어야 한다"면서 동생이 정했던 수능 전날부터 당일까지의 특식 식단, 소고기 뭇국!


시원하고 영양가 있고 속 탈 나지 않는 국이며, 머리 회전이 잘 된다고 하더라며 수험 몇 주 전부터 이미 그 날의 식단으로 정해져 있던 소고기 뭇국!



그리고 행복하게...

소고기 뭇국의 힘이었을까? (아니, 동생의 노력이 컸다. 정말 열심히 했다.)


동생은 수능 후, 귀가해서 채점을 하고 나서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자기가 여태 풀었던 책들을 탑처럼 쌓아놓곤 기념사진도 찍고, 내일부터는 실기 준비만 하면 된다며 한결 후련해진 모습으로 또다시 세심하게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


예체능 입시 결과는 이듬해까지 넘어가야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기다리는 것도 힘이 들긴 했지만,

내 동생은 원하던 대학, 원하던 과에 합격했다.


멀게만 보이고 꿈으로만 꾸던 목표를 위해서 있는 힘 다 끌어올려서. 그렇게 노력하는 동생을 보며 같이 먹었던 소고기 뭇국!


지금도 끌올!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우리 가족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소고기 뭇국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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