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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Nov 04. 2022

청설모와 나는 어떤 면에서 닮았다

가을 숲길 산책하다가 얻은 깨달음, 산뜻하고 즐거운 마이웨이 인생을 살자

이주 전 주말, 이상하게 심심했다. 어릴 ,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서 안절부절못하며  ,  방을 계속해서 돌아다니던 때와 느낌이 비슷했다. 어릴 때와 크게 달라진 점은, 이제 나는 원한다면 어디든 스스로를 챙겨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휴일에 너무 멀리 다녀오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가까운 곳에서 기분전환과 체력 소진을  생각을 했다.


나 스스로가 강아지라고 생각하며 외출복을 입었다. 얘를 산책시켜서 에너지를 다 써버려야 즐겁고 만족스럽고 도 달콤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상상하면서 등산화를 꺼내 신었다. 그리고 동네 산으로 향했다.


보통 나는 가을에는 풀숲이 우거진 곳에 잘 가려하지 않았다. 어릴 때, 가을은 산에서 뱀이 자주 보이는 계절이라고 들었던 기억 때문이다.

주택에 살던 때, 하교 중에 뱀이 지나가는 것을 지척에서 봤는데, 아주 빨랐다. 그리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 동물은 마음만 먹으면 방향을 홱 틀어 멀뚱히 서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데 몇 초도 안 걸릴 것 같았다. 밤나무가 있는 곳에는 독사가 많다던데, 우리 동네는 밤나무도 많다. 독사도 많을 것이다. 혼자 뱀을 만난다면 무사히 도망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레 이렇게 겁을 먹고, 산이라고 하기엔 참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동네 숲길을, 가을엔 거들떠도 안 봤다.

그러다 내가 나를 산책시킨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가을 숲길을 택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가을 숲길을 좋아한다. 낙엽 밟는 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마른 나뭇잎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사르르르하는 소리가 좋다. 그리고 가을에 나무들이 뿜어내는 숲 향도 좋다. 여름의 시원함과는 다른 향이다. 게다가 단풍이 떨어지는 계절에는 청설모나 다람쥐 그리고 새나 다른 숲 동물들이 잘 보인다. 그래서 이 계절에 산에 가면 즐겁다. 딱따구리도 나무 사이로 잘 보이는 계절이다.


이번에는 청설모를 찍었다. 나무 사이로 꼬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며 먹을 것을 찾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발을 옮겨도, 저를 찍으려 폰 카메라를 켜고 “띵”하는 동영상 촬영 소리를 내도 청설모는 눈길도 안 줬다. 그저 제 할 것을 할 뿐이었다.


유연하게 살랑살랑 움직이는 청설모가 경쾌해 보였다. 자기 할 일을 하면서도 발랄하고 산뜻해 보였다. 폰 카메라 줌을 당겨서 봐도 안 보일 만큼 멀어질 때까지 청설모의 움직임을 구경했다. 꽤 오래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보며 ‘누가 보든 말든 내 할 것을 한다. 즐겁게.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벼운 차림,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던 숲 산책길에서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을 내가 찍은 청설모 영상과 함께 친구들에게 알렸다.

"얘들아, 인생은 이렇게 누가 뭘 하든 난 내길을 간다 하고 경쾌하게 살아야 하는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어."

그랬더니 한 친구가 대답했다.

“너는 안 그래?”

곰곰이 생각해봤다.

"일터에서는… 동료들 말을 들어보니 내가 그렇다고 하더라. 가족들과 있을 때도 그런 것 같아. 나 친구들에게도 그러니 얘들아?"

돌아온 대답은 간결했다.

“응”


나는 항상 나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그냥 살아온 대로 살뿐이다. 가족과 친구들과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의 시선으로 본 내 모습, 그 모습을 말로 전해주는 것이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나를 알게 해주는 굉장히 귀한 자료다.

가을, 산책, 청설모 그리고 친구들 덕에 익숙해서 몰랐던 내 모습을 하나 알게 되었다.


커버 이미지 출처: 나. 가을숲길 산책 당일, 직접 찍은 사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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