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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Dec 31. 2019

너에게 보내는 편지

너무 오래 걸렸지?

글은 영상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답니다~

https://youtu.be/Ak5EavG0Ksg

글을 읽기 전, 이 곡을 재생해두고 읽어보세요! 혹시, 배경음악 없이 글 읽기를 좋아하신다면 다 읽고 나서 들어보세요^^




익히 알고 있던 마크 트웨인의 "하지 않은 걸 더 후회하게 될 것이다(실패보다도)"라는 말은

'도전하지 않은 것' 뿐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을 쏟아붓지 않은 것'까지.

범위가 그렇게 확장되어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구나. 지금 깨닫는다.


그 어떤 자기 분석 프로그램, 캠프, 명상시간, 심지어 입관체험에서까지

나는 오늘,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반성 혹은 피드백을 하는 오늘만큼

나 자신을 진솔하게 들여다보고 돌아보고 다독여보지 못했다.


나의 중심도 잡혀있지 않아, 늘 이리저리 휘둘리듯 이끌려 다녔고

주도적으로, 스스로 뭐든 잘하는 모습으로 보이고 싶었을 뿐

사실은 너무도 수동적이었고 내성적이고 연약하던 대학생.

졸업도 수년이 지났네.


나야, 난,

미래의 너는 이제야 진정한 주도권과 중심을 잡고 있어.

이젠 그때 유토피아와 같은, 허울 좋은 허상으로만 여기던 평안이라는 단어를

깊이 되새기며 음미할 줄도 알고

아침잠이 그리 많던 네가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그토록 하고 싶어 하던 공연에 관해서 네가 꿈꾸던 모든 걸 해봐서 더는 하고픈 것이 없길래 그 길을 떠나왔어.

길을 떠났다는 이유로 너는 또 수백일 수십 주 수년을 아프겠지만, 그 후를 기대하며 잘 버티길 바라.

사람은 꿈꾸는 존재라고 하잖아. 진짜 그렇더라고.


지금은 전공과 보다 유관한 방향으로 꿈을 꾸며 준비 중인데,

그렇기 때문에

늘 버티고, 버티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돼.


이것저것 더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도 있긴 하지만,

그때를 지나온 나는

알아.

너는 그 순간, 너의 시야와 관점, 상황 속에 최선을 다 했던 거라는 걸.

고마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


네게 보답할 방법은 지금의 내가 날 갈고닦아서 원하던 바를 이루고,

'그 과거의 내가 수고해줬지 허허'하고 그리는 것이 최상의 선물일 것 같아.

멋진 훈장 달아줄게!

사랑해♡



창작 노트


방송인 이효리 씨가 조금, 아니 꽤 오래전에 그랬다.

"거울 보고 사랑한다 효리야, 하기가 그렇게 어렵더라고요."

뭐가 어렵지? 생각하고 그날 말해보려 했는데, 거울 물끄러미 보다가 울었던 기억이 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안 사랑하는데 어떻게 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너무 미안하고, 안쓰럽고, 슬프긴 한데

진짜 사랑하질 않는데 어떻게 눈을 마주하고 사랑한다고 말을 해.


그 후로도 한참 노력해봤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으레 그리는 모습처럼, 어색한 가족관계 속에서 눈을 안 마주치면서 '고생했다/사랑한다/수고했다'쓱 말하고 지나가듯이 그렇게만 말해봤다.


2017년, 기회가 찾아와서 배우 지망생으로서 연기와 노래, 춤 그리고 공연전문가로서의 행보만을 꿈꾸며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수개월 있었다.

그 시간에 나는 공연전문가만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했던 것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람 공부, 인생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나 보다.

그 전에는 안 보이던 옆사람의 힘듦, 기쁨,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담기는 속마음이 보여서 웃고 울고 감동하고 애틋해한다.

그럼에도 감성보다는 이성에 가까운 사람이지만ㅋㅋㅋㅋㅋ 그것마저 아니었으면 기계와 같이 차가운, 나이는 들었어도 예~전처럼 내 일만 할 줄 알고 내 마음만이 전부인, 나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남을 뻔했다.


2019년 마무리를 하는 중, 2020년 취업을 성공하자며 준비를 시작하는 중에

과거를 돌아보며 드는 생각+느낌이 많았다.

특히 대학교 성적인증서를 보면서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하게 학점에 관계없이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한 과목과 프로젝트 등에 눈길이 쏠리고, 하... 더했을 수 있었는데 왜 그랬지? 하다가, '헐! 이때 그때구나! ㅜㅜㅜㅜ 나 고생했지ㅜㅜㅜㅜ'했다가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너 왜 더 안 했니!'하고 닦달을 먼저 했던 것이 미안해져서

중/고등학생 때 간헐적으로 손편지를 미래의 나에게 썼던 것처럼 손편지를 써보기로 했다가,

쓰다 보니 이 글은 조금 다듬어서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유를 하고 있다.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일부라도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으면, 거울을 보고 눈을 마주하며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나를 사랑하지 못했구나'하고 마음 아프더라도 깨닫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그래서 스스로를 더 생각하고 다독이고 챙기려고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과거 혹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을 제일 추천한다.


나는 이제 양치를 하면서도 거울을 보고 오늘도 고생했구나!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 툭 건네듯이, 하지만 두 눈을 바라보면서.


영감을 준 콘텐츠: 과거 이효리 씨의 어느 인터뷰+나의 과거에게 보내는 편지+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넘버 중 color of your eyes

+그리고 마크 트웨인의 명언 하나.

20년 후에는
당신이 했던 것보다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것에 대해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돛 줄을 던지세요!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하십시오!
당신의 돛에 바람을 가득 담으시고.
탐험하고,
꿈꾸고,
발견하십시오.

아래는 Color of your eyes 한국어 버전과 영어(오리지널) 버전!

실제로 봤던 뮤지컬인데, 너무 사랑스러운 2인극이다.

시간, 경제적 여유가 되고 타이밍이 맞는다면 꼭! 한 번씩 다 봤으면 좋겠는 작품!!! 강추!

https://youtu.be/aQoYADWNyzE

이것은 한국어 ver. 배우는 신성록, 유리아.

https://youtu.be/32 H4 Rk5 HXhY

이것은 영어 ver! 배우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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