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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y 07. 2020

영화관을 고수하던 이유

꼭 영화관에서 챙겨보던 영화

꼭 영화관을 찾아가 관람했던 영화가 있나요?


!주의!

어벤저스-인피니티 워, 어벤저스-엔드게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까?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볼 수 있던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는데. 비디오, DVD를 거쳐서 이젠 영화를 인터넷으로 구독해서 볼 수 있는 시대인데.

내가 아는 한 사람은 음향효과가 빠방해서 영화관에 간다고 했다. 그 사람은 전쟁 영화를 주로 챙겨본다고 했다.

이처럼 각자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마블 히어로 영화.
영화 개봉 일정이 잡히면 개봉 당일 조조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스케줄부터 비운다.
예매가 풀리는 날 바로 예매를 한다.
그날, 그 시간은 무엇도 막을 수 없다.

내가 마블 히어로 영화를 신경 써서 챙겨 본 이유는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어서이기도 했고, 언젠가부터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보면 더 즐겁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이 등장할 때 감탄의 소리를 내면 옆사람들이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함께 환호하거나 키득대고, 마니아들이 아는 개그에 맘껏 소리 내 크게 웃을 수 있다.
극적인 장면에서 미쳤다, 대박, 와, 헐 등 다양한 감탄사를 연발하며 즐길 수 있다.
비슷한 부분에서 감탄하고, 감동하고, 분노하고, 놀란다.

함께 호흡하고, 반응하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다. 경기장에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옆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열심히 응원할 때, 콘서트장에서 제 자리에서 방방 뛰며 좋아하는 노래를 다 함께 떼창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
아이언맨.


아이언맨 1을 보면서 스타크의 오만한 모습이 참 맘에 안 들었다. 전쟁무기로 장사한다는 점도 싫었다.

그런데 그가 뭔가를 설계하고, 여러 자재를 가지고 설계대로 제작하고, 마침내 그것을 장착하는 순간 스타크의 오만함이 싹 가려졌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블 캐릭터가 되었다. 자신만만한 CEO 스타크도, 무장한 아이언맨도 다 좋았다.


이후, 마블 히어로 시리즈들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아이언맨 위주로 챙겨봤다. 시리즈를 더해갈수록 더 간편해 보이지만 멋짐이 철철 흘러넘치던 아이언맨 슈트 업 장면에 마음껏 감탄하며 즐거워했다.

https://youtu.be/dpqelE_9OgA

모바일 독자는 유투브에서 All Iron man suit ups를 검색해보세요!


안녕, 나의 히어로

마블 히어로가 총집합하는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럼 아이언맨도 나오겠다. 머리도 좋고, 재력도 있으니 큰 일을 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어벤저스 시리즈가 호평을 받을 때도, 혹평을 받을 때도 기쁜 마음으로 봤다. 인구의 반이 사라지고 스타크가 절망하며 끝나던 그 에피소드를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슬프긴 해도 괜찮았다. 이게 끝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다음 시리즈에서 아이언맨이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엔드게임은 즐거워할 수가 없었다.


엔드게임을 보던 날, 영화가 다 끝난 뒤에 크레딧에서는 영화 속 캐릭터 사진과 함께 배우들의 친필 사인이 하나하나 소개되고 있었지만,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비록 현존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그 인물을 연기한 배우는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상실감이 너무 컸다. 크레딧 마지막에 스타크, 아이언맨의 모습이 비치고 배우의 사인이 나오는 순간 끝까지 남아있던 관객들과 함께 손뼉 치고 환호하고 울었다.


영웅은 영웅처럼 갔고 나는 마블 영화를 챙겨 볼 이유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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