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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May 06. 2020

상상 속 미래에 있던 물건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할 때 함께 떠올렸던 물건이 있다면?


마을버스 타고 초등학교에 등교하면서 매일 마주쳤던 어떤 언니는 항상 귀에 뭘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언니는 사실 많이 피곤했던 것일 텐데, 두 눈을 감고 버스 한 자리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이동하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맘 속으로 소원을 빌며 바랐다.

“나도 저렇게 귀에 꽂고 음악 들으며 버스 타고 다니고 싶다”

소원을 단단히 잘못 빌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정말 이어폰을 꽂고 대중교통을 탔다. 여태 실컷 탔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누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내 미래를 상상할 때 등장하던 구체적 물건이 있다.

바로 가제트 형사에 나오던 책 모양의 기기. 일명 컴퓨터 책.

형사 가제트 애니메이션에 나오던 컴퓨터 책. 아, 손목시계도 컴퓨터 시계였네.



컴퓨터 책 in형사 가제트

가제트 형사는 기계 몸을 가진 존재다.

머리에서 각종 도구를 꺼내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점이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몸의 많은 부분이 기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어린 내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버거운 조건이었나 보다. ‘내가 저런 도구를 쓰게 된다면’하는 상상은 안 했다.


그렇지만, 가제트의 옆에 딱 붙어 지내는 그의 조카,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소녀가 쓰던 책 모양의 컴퓨터는 한 번 써보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매일 상상했다. 그래서 갖고 있던 책의 맨 뒷 페이지에 한쪽 면에는 화면, 한쪽 면에는 버튼이 가득한 면을 그려놓고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타타다닥 치는 흉내를 내봤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가제트 조카가 늘 들고 다니던 그 책은 과연 노트북의 시초였을까? 이름부터 너무 관련 있어 보이잖아. 노트북이라니.


대학 진학 후, 나는 오래전 내가 간절하게 바라며 그리던 모습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자판을 타다다닥 치며 보고서를 쓰고, ppt를 만들었다.


바라던 모습이 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바라던 대로 할 수 있게 되어도 완벽하게 만족스럽지는 않다. 더 원하고 바란다. 끝이 없다. 지금 바라는 모습도 이루고 나서는 너털웃음을 짓게 될 것 같다.


이게 왜 그렇게 좋아 보였니 과거의 나야.
좀 더 센 것을 소망해보지 그랬어ㅋㅋㅋㅋ

컴퓨터책 이미지 출처는

https://images.app.goo.gl/DUnipjTKJYUN8bV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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