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임은 오프라인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구기 스포츠, 총 쏘는 전자 게임, 용사가 되어 이런저런 퀘스트 하며 스토리를 알아가는 RPG, 음식점 운영하는 캐주얼게임. 그 외의 게임은 하는 것보다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 보듯, 공포 게임 ‘보기’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게임에 관해 다루는 창작자들의 영상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 게임 스토리를 잘 정리하고 요약해서 20분 가량으로 소개해주는 영상도 있고, 게임계의 이런저런 해프닝을 소개해 주는 영상도 있다. 그리고, 방송 진행자가 직접 게임을 하는 것이 주요 콘텐츠인 경우도 있다.
게임 분류에 따라 선호하는 유형이 다른데, 개인적으로 공포게임은 줄거리 요약영상을 보기보다는 남이 하는 걸 보는 것, 즉 게임실황 보는 것을 좋아한다.
공포 요소 때문에 오싹하다가도 그 직후에 후련한 느낌도 있기 때문에 즐긴다. 공포게임 실황의 매력을 좀 더 덧붙여보자면, 공포영화 볼 때, 나도 놀랐지만 옆 사람이 더 크게 놀라면 그게 그렇게 재미 있는데, 공포게임 실황을 시청할 때 딱 그 기분이 든다. 방송자가 나보다 더 놀라는 모습이 게임 속 공포 요소를 능가하는 재미를 줄 때가 많다. 그리고 소란스러워지는 채팅창도 개그요소로 큰 몫을 한다. 잔잔하게 긴장하고 있다가 놀란 직후에는 글자들이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채팅 창 모습이 바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모습 같다.
기괴한 장소를 탈출해야 하거나, 끔찍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등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공포게임. 그 중에서 가장 긴장하고 봐야 할 부류는 바로 갑툭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공포요소가 있는 게임이다.
프레디의 피자가게 시리즈
갑툭튀형 공포게임에 속한다. 물론, 게임 속 스토리도 오싹하긴 하지만.
이 게임 실황을 처음 볼 때는 제자리에서 폰을 집어 던져 버렸다. 오싹한 분위기를 풍기는 로봇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째, 세 번째 볼 때는 점점 등장하는 로봇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디 칠이 벗겨졌네, 저 나사는 더 조여줘야 하는 것 아님? 얜 왜 스프링이 다 나와있냐 등등.
로봇들이 등장할 때마다 놀라긴 하지만, 살짝 애정을 담아 보면 적어도 기분 나쁘지는 않다.
직접 주인공이 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나 주변인물을 움직이는 플레이어가 되지도 않는다. 그 덕분에 공포스런 분위기 속에서도 마음에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겨 좋다.
그래도 후반부 시리즈로 갈 수록 로봇의 외형이 더 끔찍해져서 플레이어 못지 않게 놀라는 경우가 잦아졌다. 하지만 결국 시리즈 끝까지 전부 시청했다.
무서운데 왜 봤을까? 아무리 오싹한 후련함이 있다고 해도 굳이 왜 이 시리즈는 끝맺음까지 보기를 고집했을까? 파헤치다가 문득 든 생각, 로봇이라서 그런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