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했던 '공연'이라는 분야에다가 지금도 좋아하는 '기계'라는 요소가 더해져 있으니 얼마나 좋았던지! 특히 이 공연은 스테이지 중앙에 거대하게 자리 잡은 기계가 멋졌다. 배우가 아니라 그 기계가 더 빛을 잘 받고 더 선명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려고 여러 기사 사진을 뒤적였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비극이라고 받아들이게 하는 여러 요소가 있었지만, 나는 반 농담으로 “8할은 기계가 망가진 탓”이라고 하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ㅋ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비극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소설 프랑켄슈타인과는 줄거리가 많이 다르다.
소설에서는 피조물이 인간의 말과 삶에 대해서 배우는 과정이 서술되어 있고, 자기 존재와 삶에 대해서 고뇌도 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빅터에게 ‘난 너밖에 없다’면서 목매지 않는다. 자기 짝을 만들어달라 그러면 떠나겠다는 말도 하던데.
그러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는 피조물이 창조주인 빅터에게 집착하듯 달려든다. 소설과 다른 환경을 겪으며 인간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창조주인 빅터는 뮤지컬 버전이 보다 더 비인간적이다.
너무나 천재적이던 주인공, 부럽지 않던 이유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살려내고 싶다는 마음에 생물 공부를 하는데, 단백질이며 유기질이며 하는 이론을 줄줄 읊는다. 생명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서, 그것에 대한 공부도 어릴 때부터 했나 보다. 얼떨결에 해내긴 했지만, 마차에 치여 죽은 강아지도 되살려낸다. 어렸을 때부터 이어오던 연구를 쫓겨나듯 유학 가서도, 세계대전에 참가하여 군에 있으면서도 계속한다. 방 한편에서 강아지를 살리던 기기가 아니라 거대 기계를 발명하고, 사람을 되살리는 연구를 한다.
그런데, 생물학과 공학 지식으로 복을 다 받았는지 인성은 바닥이다. 자신의 단 한 가지 목표에만 꽂혀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살피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어서야 후회를 하며 절규한다. 자신을 돕던 사람이 쓰러지거나 사라지고 나서야 소중한 사람이었던 것을 인지하며 슬퍼한다.
주인공이 이렇다 보니, 줄거리도 아주 파국을 치닫는다.
주인공의 행동거지로 인해서 희생되는 여러 사람들, 서로로 인해서 인생이 아주 배배 꼬여버린 피조물과 창조자, 전쟁으로 시작해서 복수로 이어지는 줄거리 탓에 계속 비극적이고 강한 소리를 뿜어내는 곡들.
그래서 보고 나와서는 마음이 참 답답했던 공연.
정말 처절한 비극이다.
자신조차 기계화된 인간이었던 걸까?
빅터는 기계 만들다가 머리가 기계가 된 걸까? 자기 연구에 쓰이는 지식과 전략밖에 산출하지 못하는 기계.
주변에 자신을 위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인간성이 참 안타까웠다.
그 좋은 머리와 재력을 잘 활용하면서 남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지.
지적 능력과 재력을 갖췄지만 자기밖에 몰라서 파멸하는 인간상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