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yer May 11. 2020

첫인상이 좋았던 영화 둘

영화 시작, 오프닝 시퀀스가 맘에 들었던 영화


영화 속, 인상 깊은 첫 장면이 있나요?


사람을 볼 땐 3초 만에 첫인상이 결정된다고 들었다. 직감적으로 맘에 든다 좋다, 불편하다 같은 것을 인지한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런데 이게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콘텐츠를 접할 때도 첫 장면, 첫 부분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책 중에서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

“내 이름은 이스마엘.”이라는 첫 문장에 이끌려 이스마엘이라는 사람을 알고 싶었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그 화자 이스마엘이라는 사람이 자기 얘기 중간중간에 그렇게나 고래 이야기를 많이 할 줄은 몰랐지...

단단히 속아 넘어갔다. ㅋㅋㅋㅋㅋ

반대로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는 첫 부분이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다. 프리벳가 몇 번지에 살고 있는 부부는 정상이 어쩌고저쩌고. 별로 그들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첫 챕터를 다 읽기까지 한참이 걸렸다. 그러나, 일단 첫 챕터를 읽고 나서부터는 말 달리듯 읽어 내려갔다. 첫인상은 안 좋았는데, 알고 보니 뒤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가득했던 케이스였다.


글이 아닌 시각적인 분야, 그 중에서도 영화로 한정 지어서 떠올려보면 유독 기억에 남는 첫 장면이 두 가지 있다.



주의!

두 번째 영상이 호러 뮤지컬 영화 오프닝 영상이기 때문에, 보는 이에 따라서 혐오감, 공포감을 느낄 수 있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오프닝 시퀀스
영화 찰리와초콜릿공장 오프닝 시퀀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오프닝 시퀀스는 초콜릿을 제작하는 공장 모습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던 공장으로 대중들 중에서 몇 명만 초대하는 추첨 이벤트를 준비하는 중이다. 초콜릿 믹스를 짜내고, 굳히고, 독특한 방식으로 옮기고, 포장지 위에 올리기. 초대권인 황금 티켓을 경쾌한 손놀림으로 여기저기 톡톡 올려놓는 윌리 웡카의 손도 보인다.

실제로 초콜릿 공장이 영상 속과 같은 모습으로 초콜릿을 옮기며 제작하진 않겠지만, 상상 속의 신비한 공장 모습을 생생한 영상으로 그려낸 점이 맘에 들었다.

그러나, 영화 내내 사장 윌리 웡카가 안내하며 보여주는 공장 내부 모습은 연구실을 제외하고는 전혀 공장 같지 않아서 오히려 흥미가 반감되었다. 그래서 오프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영화이다. 오프닝만 맘에 들었던 영화.



스위니 토드 오프닝 시퀀스

두 번째는 스위니 토드 오프닝 시퀀스! 뮤지컬로 먼저 알고 있었는데, 공연에서도 무대 위에서부터 아래로 이어지는 이발소 의자 장치가 유명했다. 장치를 작동시키면 의자에 앉아있던 사람을 아래 지하실로 미끄러지듯 떨어트리는 죽이는 의자. 사람 죽이는 의자.

영화 스위니 토드에서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의자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서곡과 함께 상징적인 그 의자가 등장한다. 의자를 타고 피가 흐르고, 그 피가 아래로 떨어지고. 앞으로 이 이발소에서 진행될 끔찍한 이야기를 서곡이 흐르는 가운데 요약해서 쭉 보여준다. 새까만 배경에, 새까만 기계장치 사이를 흐르는 빨간 선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작동을 멈추고 있다가도 피가 닿는 순간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치들이 소름 끼친다. 줄거리, 배경과 참 잘 어울리는 오프닝 시퀀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오프닝 시퀀스가 묘하게 닮았다.

하나는 동화, 하나는 스릴러 뮤지컬인데 닮았다.

감독이 같아서 그런가 보다. 독특하지만 기괴한 이미지로 유명했던 팀 버튼.

영화를 따로 볼 때는 신비롭거나 기괴한 분위기가 딱 그 감독스럽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글을 쓰면서 둘을 동시에 찾아보니 의외의 닮은 점이 더 보여서 재밌다.

눈발이 날리면서 시작하고, 등장하는 액체가 초콜릿 원료와 피라서 서로 다르긴 하지만 액체가 흐르다가 영화 제작진 누군가의 이름이 등장하고 또 진행되고 하는 방식이. 사람보다도 사물들이 먼저 보인다는 것도. 주 이야기가 진행될 특정 장소를 소개하듯이 훑어가며 보여준다는 점도.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노래가 배경에 깔리고 있다는 점도.

그러고 보니, 이 감독의 영화 가위손도 그랬다.


다른 영화에서도 이런 공통점들을 갖춘 오프닝 시퀀스가 있었나? 앞으로 영화를 볼 때 좀 더 관심 있게 볼 부분이 생겼네!

매거진의 이전글 천재라도 부럽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