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와 글쓰기의 관계
나의 글쓰기 활용법
멍때리기의 장점은?
멍 때리는 여자애, 멍한 여자애.
중학생 때 처음 생긴 내 별칭이었다.
파리 들어가도 모르게 입을 헤~하고 벌린 채로 수업에 집중한 모습을 보고
동급생이 급하게 날 찾을 때 그렇게 불렀다.
"멍 때리는 여자애!"라고.
남의 시선이 한창 더 신경 쓰일 시기에 처음 생긴 별명이 그렇다 보니
쑥스러웠다.
그래서 멍한 표정을 안 지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집중할 때는 이를 꽉 악물어버리는 습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습관은 연기, 노래할 때 다시 없애버리려고 무지 애를 썼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에는 멍 때릴 때, 예전만큼 입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내게 멍~은 늘 함께하는 것이었다.
옹알옹알 거리던 어린 시절에는
사과를 숟가락으로 파내는 데 집중할 때도
입을 헤 벌리고 침을 뚝뚝 흘려가며 집중했다고 한다.
멍~하게.
고등학생 때는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다!" 하는 얘길 들었다.
대학 다닐 때는
서울에 멍 때리기 대회가 열린대, 나가보는 건 어때? 하는
출전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대회가 추구하는 멍~과 내가 주로 때리는 멍은 다르다고 생각해서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내가 때리는 멍~의 정체성
대학에서 한 교수님께서 내게 말씀해주셨다.
넌 강의 중에 갑자기 눈이 반짝! 빛날 때가 있어.
뭔가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게 앞에서 보여.
이 말씀을 힌트 삼아 내 멍~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공부에, 할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 같은 것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대회에서 말하는 멍~은 정말 비워진 상태를 말하는 듯했다.
참가자 앞에서 갖은 방해공작을 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내가 때리는 멍~은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다.
전혀.
봤던 영화, 오늘 접한 뉴스, 아까 읽은 문제의 지문 내용, 길에서 본 사람들의 행동과 읽다가 덮어둔 책의 줄거리 따위가 마구 뒤섞인다.
그러다가 그것들이 일정한 기준으로 정렬된다.
그때가 바로 눈이 반짝! 하는 때,라고 추정 중이다.
가끔은 이야기의 원천은 확실한데, 그 원본이 내 멍~공간에서 이리저리 각색되어
어디에서도 읽거나 본 적 없는 이야기로 떠오를 때가 있고
새로운 소재로 이어지는 나의 오리지널 창작 이야기가 떠오를 때도 있다.
그럴 때면,
필기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상상과 아이디어들이 날아가버릴라 재깍재깍 열심히 적어둔다.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쓰는 게 좋은 이유는
내가 오랫동안 해본,
익숙하고 즐거운,
'멍~에서 끌어올리는 상상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글로 돈을 벌려하거들랑
타깃을 정하고,
타깃의 글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 니즈에 맞는 걸 써야 할 텐데
그런 글은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
방법이야 요즘엔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막상 써보려 해도 못 쓴다.
음.... 아직 역량이 부족한 것일까?
글을 써서 돈을 버는 작가들이 경이롭다.
사람들의 소비심리를 꿰뚫어 글을 쓰는 걸까,
자기 얘길 썼는데 시류에 딱 맞아 어쩌다 팔리게 된 걸까?
멍~때리기의 수확물들이 족족 내 경제력을 쌓아준다면?
상상만 해도 너무나 든든하다.
그러나!
즐거움의 수단으로써 쓰는 글도 참 좋다.
공연이 좋아서
공연을 하려다
공연에서 멀어졌듯이
글쓰기도 그리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될 때도 있다.
....
웃겨,
브런치랑 블로그에 글 남기는 것뿐이면서.
아유, 앞서 염려하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
할 일을 하고,
멍 때리고,
꼭 그만큼의 글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