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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내 임계점 돌파 경험

그동안 몰랐는데, 다례가 임계점 돌파 경험이었을 줄이야.

by Sayer Apr 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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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는 뉴스레터들이 모두 유익하고 대체로 재밌는데, 그중 재미로 탑급은 바이라인 네트워크이다.

IT에 관련된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분석, 트렌드 등을 전해주는 사이트가 있고, 뉴스레터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여기 기자분들 입담.... 이아니고 글담이 정말이지 엄청나시다. 매일 빵 터지고 감탄하며 읽고 있다.

(혹시라도 제 글을 보신다면 저는 계 탄 덕후가 되는 겁니다. 영광입니다. ㅎㅎㅎ)

계 탄 덕후가 된다면...gif

그 '엄청난 담'을 약간 맛보기로 공유해드리고자 한다.

오늘 기자님은 애플의 발표를 기다리느라(하드웨어 담당 기자라서) 밤을 새우고, 새벽 4시가 넘어서까지 일을 더 하다 자야 한다며, 오타와 아무 말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드는 생각은, 무중력 바다(사해 같은 곳)에 둥둥 떠서 영원히 자고 싶다'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오타가 작렬하는 뉴스레터 서문을 보며, 깨달았다.

'아 이래서 인터넷 기사 업로드 시간과 수정 시간이 다르구나'

졸음과 투쟁하는 프로페셔널의 한 단면을 보면서,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구나. 다시 한번 되새기며 오늘도 TIL을 남긴다.

TIL : Today I Learn. 오늘 내가 배운 점.


임계점: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어제 커리어콘에서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키워드를 들음으로 영감을 얻었다.

이 키워드에 각성한 나는, 우선 내 좌우명을 부활시켰고(노력은 배신을 모른다), 그다음으로 체인지 그라운드의 '임계점'관련 영상을 찾아봤다.


임계점에 대해 가장 쉽게 이해했던 것은 김연아 선수의 자서전[7분의 드라마] 읽으면서였다.


99도까지 열심히 온도를 높여도
마지막 1도가 부족하면 물은 끓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바로 그 1분을 참아내야 한다.


내게는 '어디까지 가나 한 번 최대로 해보자. 그러고 나서 지속 가능하게 계획을 수정하자'라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다. <체인지 그라운드>의 임계점 영상 중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임계점을 고려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임계점을 경험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경험이 있나 보다'로만 남기고 싶지 않아서, 분석해볼 겸, 브런치에 글로써 기록을 남긴다.

*이 글의 가치는 나에겐 생각 정리, 자기 분석. 타인에게는 임계점 돌파에 대한 예시 제공.


내가 할 수 있는 극한 지점에 도달해본 경험이 뭐가 있을까, 과거 회상을 하며 명상해봤다. 그 결과, 지금의 내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다례였다.


다례:아마도, 내 첫 임계점 돌파

다도라고 많이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다도는 일본식 표현이고 우리나라 전통으로는 다례가 맞다. 중국에서는 다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바를 덧붙이자면,

다법은 절차를 중시하는 느낌.
다도는 수양을 하는 느낌.
다례는 개인 수양과 차를 나누는 상대에 대한 예의를 중시한다.

초5, 다례부 활동을 시작하다

나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다례반이었다.

처음부터 '다례를 해야지!'하고 들어간 건 아니었다. 솔직히 그때 가장 인기 없는 특별활동 부서였다...ㅋㅋㅋㅋ 가위바위보를 워낙 못해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다례반은 학교 한편에 마련된 예절실에서 다례를 배우고 익히는 부서였다. 항상 녹차 우리는 향이 배어 있었고, 햇볕은 잘 드는데 시원한 공간이었다. 학교 가을 축제를 할 때, 무대행사 중 가장 첫 번째로 다례 시연을 하고, 귀빈들께 차를 대접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예쁘장하게 한복을 입고 앉아, 단아하게 차를 우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구경하시던 학부모들 속에서 우리 어머니께서 의기양양하셨다고 한다.

'헤헤 우리 딸인데 헤헤'

여유로워 '보이는'것 ≠ 진짜 여유로운 것.

그러나, 정작 나는 다례반 활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5학년 여름 다례 대회를 준비할 때!

방학이지만 매일같이 학교에 나가서 다례 연습을 해야 했는데, 매일 같은 행동을 몇 시간 씩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 더군다나 다례는 무릎을 꿇고 앉는 것이 기본이고, 허리도 꼿꼿이 펴고, 다기(차 우리는 도구들)를 툭툭 놓아서는 안되고 사뿐사뿐한 움직임을 갖춰야 한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쿵쾅거리거나 터벅터벅 걷는 것보다 소리가 안 나게 사뿐사뿐 걷는 것이 더 힘든 것을 아는가? 다례 할 때도 그렇다. 다리도 아프고 등도 뻐근하고 팔도 후들거리지만 자세를 유지해야 했고, 얼굴은 항상 단아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발레 무용수들도 숨차고 다리가 저리고 힘들지만 우아하게 웃는 것처럼. 진짜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 여유로워 '보이는' 행동과 미소를 유지하는 것.

*대망의 다례 대회에서는 장려상을 받았다. EBS 관련된 대회였던 것 같은데, 당시 대회 영상이 남아있질 않아 아쉽다.


근데, 그게 임계점과 무슨 상관?

오늘 기억을 꺼내보기 전까지는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초5 대회 이후, 고등학교에서도 다례를 하긴 했는데, 어렸을 때 배워서인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더 차분해 보였나 보다. (단아한 미소를 갈고닦은 보람이 있군ㅋㅋㅋㅋ) 고등학교 시절 내내, 교내외 귀빈들께서 방문하시면 예절실로 불려 가 시연을 했고,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께 차를 우리는 대표였다.


분명히 다례 대회까지는 연습 중 다리가 아파서 울기도 하고, 투덜대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다례를 했는데, 그 후에는 항상 여유로웠다. 고등학교에서조차 동급생들이 너도나도 예절교육 한 시간 동안에도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야단이었지만, 내겐 그 정도는 별 것 아니었다. 시연 활동들 중에도 힘들다고 느낀 적은 전혀 없다. 하도 많이 해서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오래 앉아있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개발 공부하며 보니 그 경험의 여파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나는 앉으면 오래 버티는 편이다. 엉덩이가 무겁다. 그리고, 내 생각에, 이 무거운 엉덩이와 인내심은 다례활동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개발도 엉덩이로 하는 것 같다. 내가 초심자로서 학습하며 느낀 바도 그렇고, 책이나 강연을 통해 접한 프로 개발자들의 말을 들어봐도 그렇다.


초등학생 시절, 하기 싫고 아프고 힘들지만 끝까지 앉아서 한 사이클을 마치고, 물을 비우고 다시 한 사이클을 마치며 다례를 했던 경험이 내게 피와 살이 되었다. 그땐 참 미워했던 예절실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성함도 기억나지 않지만, 투정 부리던 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내가 이해한 임계점 돌파의 가치

유튜브 <체인지 그라운드> 채널에서 임계점 관련 영상을 청취하며 이해한 바로는, 임계점 돌파는 내 상상력과 행동력의 한계치를 높이고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


전에는 '당연히 못하지'라고 생각했던 것을 '어? 이게 되네?'라는 생각으로 바꾸는 과정. 주도적으로 도전하고, 인내하고, 결과물을 내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쌓는 것을 포함한다.


'도태되지 않은'현업 개발자들은 하루 몇 시간을 일터에서 회사를 위해 일하고 난 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프로그래밍을 하며 공부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한다. 다른 직업분야에서도 그렇겠지만, 진정한 전문가의 길로 쭉 성장하려면 공부에도 노력에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부지런히 그리고 꾸준히 임계점 돌파를 하자!

초보인 지금부터 내 한계치를 확장시켜놓을 것이다. 미래의 내가 아주아주 고마워하게 될 거야!

:D


커버 이미지 출처: Photo by Na visk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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