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시: 살풋, 그러나 경쾌하게

작시 이벤트가 있기에 응모했고, 기록한다.

by Sayer

살풋, 그러나 경쾌하게

화려한 봄 꽃이

맺히고, 피고, 흩날릴 땐

그런 꽃나무가 되고 싶었다.

꽃나무가 아니라는 생각에,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슬퍼

흩날리는 꽃잎 새로 울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서늘해진 바람을 사랑한단 것도,

바람 타고 물이 드는

낙엽수가 더 화려하단 것도.


꽃잎도, 그 사이 눈물도

잊어버릴 만큼

화려하고 경쾌한

사랑하는 가을이 살풋 다녀갔다.


작품노트

나는 분명 재수 없는 범생이로 학창 시절을 보낸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학교라는 공간은 너무나 적응하기 힘들었다.

남녀공학에서는 드물게 체육활동을 좋아하는 여학생이었지만, 2교시에 땀을 흠뻑 내면 저녁까지 그 찝찝함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성미 껏 달리지 못하던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이건 '내가 학교생활을 싫어하던 이유'중에서는 새 발의 피다.


그럼에도 모교를 미워한 건 아니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한 곳은 건물과도 데면데면할 정도이다.

그 건물로 들어서고 나설 때는

한창 힘들었고, 많이 울었고, 삼킨 눈물도 많은 시기였다.

그곳을 거쳐온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때만큼 힘들진 않잖아."라며 스스로 기운 내라고 토닥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건물 근처에도 안 가곤 했는데, 올해 몇 번 그 곳을 지났다.

좋아하는 활동을 하며, 좋아하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좋아하는 화려한 색들로 물들어가는 낙엽수 사이로 문제의 건물을 봤다.


한 때는 그 작은 공간이 무겁고 슬픈 내 세상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그보다 넓은 세상이 있고, 더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건물 따위는 거리낄 것이 없다.

낙엽이 점점 물들어 변화하듯이 나도 언제 이렇게 컸냐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나보고 컸다고 하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ㅋㅋㅋㅋ

그래도 사실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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