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할 땐 선 실행, 후 피드백

일단 가진 걸 쏟아 노래하고, 다 끝난 후 피드백 하기

by Sayer

노래 연습과 지식을 쌓는 공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몸을 쓰느냐 머리를 쓰느냐이다.

지식을 쌓는 공부가 더 익숙했던 나는 이 당연한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노래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의도한 대로 표현할 수 없다.


뮤지컬을 할 때, 여러 감독님들께서 거듭 말씀하시던 것이 있다.

무언가 잘 안되면 100번 해보면서 방법을 찾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물어봐라.

사람들이 듣는 귀는 거의 비슷하다. 좋은 소리와 아닌 소리에 대한 생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음악 표현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한 대로 표현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내 몸을 써서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내 소리를 내가 들으려고 하지 말고, 소리 낼 때는 내는 것에 집중한다.

연습을 녹음해서 나중에 듣고 피드백하는 방법으로 하는 게 좋다.

내 소리 들으려고 하다가 연주에 신경 쓰지 못한다.

일단, 실행한다. 녹음을 하고, 셀프 피드백 또는 타인의 피드백을 기록한다.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연습한다. 실행한다. 또 피드백한다.


5분 내외의 한 곡을 연습할 때도, 한 시간 내외의 공연 한 작품을 연습할 때도 이 방법을 활용했다.

연습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 시간 내에 아낌없이 표현한다. 그 순간, 잘 하든 못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의 전체 곡 또는 공연 연습을 통으로 녹음한 뒤에 들으며 셀프 피드백하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도 함께 정리해서 개인 연습을 하고, 피드백을 반영한 표현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연습을 하다 보면 더 좋은 표현 방법을 찾기도 하고, 실행할 순간에 내가 가진 것을 다 활용하는 방식도 익히게 된다.



힙합 안무 원데이 클래스를 들으며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안무 동작 하나하나를 빨리 익히긴 했는데, 연결해서 움직여보면 영 별로였다.

클래스 진행해주신 안무가님이 특단의 조치를 내리셨는데, 연습실 불을 다 꺼버리고 춤을 춰보는 것이었다.

연습실 불을 다 끄고, 복도 불빛이 은은하게 들어오는 상태에서 배운 부분 안무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결이 매끄러웠고, 표현도 더 잘 되었다.

다른 분들도 밝은 가운데서 춤을 추면,
자기 모습을 너무 의식하느라 충분히 표현 못 하시더라고요.
남들 시선이나 거울 속 자기 모습을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몸을 잘 못 움직여요.

당장 춤을 출 때는 거울 속 모습이나 '다른 사람이 날 보는 시선'을 생각 말고, 춤추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처음에 불을 끄고 춤을 춰보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는 당혹스러웠지만, 값진 깨달음을 얻었다.

노래할 때도 이 깨달음을 활용했다. 당장 한 곡을 통으로 노래할 때는 노래하는 것 자체에 집중한다. 내가 연구하고 표현하려는 감정을 전달하며 노래하는 것에 신경을 쓴다. 노래를 마치고 나서는 피드백을 기록한다. 그리고 개인 연습 시간에 구간을 나누어 연습한다.



여담으로, 불을 끄고 안무를 하며 얻은 깨달음은 예술분야가 아닌 일상 속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기획안이든 결과보고서든 일단 할 수 있는 대로 작성하고, 수정 지시를 받으면 피드백받은 대로 수정하며 문서 작성 감을 익힌다.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옛 경험을 적용하고 있다.

다시 생각해도 참 값진 경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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