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주어야 할 곳과 빼야 할 곳을 구분하기
새로운 것을 배우다 보면 익숙하지 않아 '몸과 머리가 고장 난 것처럼'이상한 행동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대학교 재학 중에 바이올린을 2개월인가 3개월 정도 배웠는데, 그때 있었던 일이다.
바이올린을 켤 때는 목과 어깨, 팔에 힘을 빼고, 활을 쥘 만큼만 손에 힘을 주고 불필요한 힘을 빼야 했다. 그런데, '이걸 들고 있을 만큼만 힘을 준다'는 목표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뒤로 쑥 빼는 자세가 되곤 했다. 손가락에 힘을 안 주려고 할수록 등허리는 쏙 들어가고 엉덩이가 툭 튀어나오는 ET자세가 되고 말았다. 손에 힘을 안 주는 만큼 등과 엉덩이로 힘을 뽝! 주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자세가 된다는 것을 처음엔 몰랐는데, 몇 주 지난 후에 레슨 선생님께서 알려주셔서 알게 되었다.
(바이올린 배우시는 분들께)
팔 힘 빼라고 말씀드리면
엉덩이가 쑥 나오는 자세가 되더라고요.
왜 그러시는 거지?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켜서 전공생이 된 선생님 보시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오랫동안 훈련한 덕에 선생님 본인은 '힘을 들일 곳과 안 들일 곳'을 의식하지 않고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입문자에게는 모든 게 새롭다. 힘을 줄 곳과 안 줄 곳이 혼동되기도 한다. 습관을 막 만들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막 시작하니까,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의욕이 넘쳐 힘이 더 들어가기도 한다.
바이올린 연주할 때처럼, 노래할 때도 힘을 주어야 할 곳과 빼야 할 곳이 있다.
힘을 주면, 호흡하는 길과 소리 내보내는 길이 막힌다. 울림이 거의 없는 납작한 소리가 나거나 삑사리가 날 수도 있다. 그리고 연습을 하고 나서 턱, 목, 어깨 근육이 격한 운동을 한 것처럼 당기고 아프다.
턱, 목,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아야 편안하게 소리를 낼 수 있다.
우선, 다리. 연기든 노래든 소리 내는 훈련을 할 때, 특히 허벅지 힘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선생님께서는 내가 노래를 할 때, 어깨를 밀어 중심이 흔들리는지 확인하기도 하셨다.
누가 힘을 주어 밀더라도 다리가 바닥에 박힌 듯이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소리도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나를 미는 대로 맥없이 밀려나면 소리도 흔들린다.
가수나 뮤지컬 배우들은 트레드밀, 러닝 또는 줄넘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노래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숨 쉬는데 필요한 복부 어딘가의 근육. 이곳은 위치를 직설적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크런치 할 때 힘이 들어가는 부분도 아니고, 플랭크 할 때 자극이 되는 그 부분도 아니다. 화장실에서 큰 일 볼 때 힘쓰는 부분도 아니다.
내가 느끼기로 가장 유사한 위치를 표현하자면, 풍선 폐 모형 이야기를 해야 한다.
어릴 때, 과학시간에 풍선으로 폐 모형을 만들어봤거나 만들어진 모형을 본 적 있는가? 그 모형 아랫부분에 횡격막 역할을 하는 고무 막을 장치한다.
풍선 폐에서 바람이 한꺼번에 훅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면, 횡격막 부분을 한 번에 툭 놓지 않으면 된다. 천천히 손을 놓으면, 풍선 폐가 천천히 줄어든다.
이처럼 소리를 낼 때, 호흡이 한 번에 훅 나가지 않게 잡아두는 부분에 힘이 들어간다. 호흡에 관련된 부분이다 보니 '배'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커버 이미지 출처: Photo by Clem Onojeghuo on Unsplash